【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 등으로 사회적 비난 여론이 일었던 '형집행정지 제도'와 관련, 일부 특권계층에게 관대하지만 힘없고 돈 없는 서민에게는 엄혹한 제도적 모순점이 현실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교도소 내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교정시설내 사망자 227명 중 37.4%에 해당하는 85명의 재소자들이 형(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다가 불허되거나 심사결정이 늦어져 사망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형(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늦어진 상황에서 신병비관 등을 이유로 자살한 재소자도 19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벌금을 내지 못하고 아픈몸을 이끌고 일당 5만원이 책정되는 노역장에 유치됐다가 사망한 경우도 9명에 달했다.
간암, 폐암 등 지병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불허'된 사망자도 5명이나 있었다. 이밖에 ▲심근경색 ▲악성 간종양 ▲당뇨 ▲만성허혈성심장질환 ▲수술출혈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 ▲폐렴 ▲관상동맥경화 ▲전이성암종증 등 꾸준한 병원치료가 필요한 경우조차 교도소를 벗어나지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 의원은 "서민들은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이 돼서야 형집행정지 신청을 할 수 있어 차가운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다"며 "형집행정지 허가가 늦게 이뤄져 출감 직후 사망하거나 치료시기를 놓쳐 후유증으로 불구가 되는 경우를 감안하면 이러한 문제점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형집행정지 제도는 검찰이 수형자의 나이와 건강, 환경 등을 고려해 형 집행을 계속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판단할 때 형 집행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난 2010년 5년 확정판결을 받고도 8차례의 형집행정지로 1년밖에 복역하지 않은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생 전경환씨나 형집행정지 중 해외로 달아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 돈 있고 힘 있는 인사들이 이 제도를 악용, 합법적 탈옥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특권계층을 제외한 일반 재소자의 경우는 이같은 비판이 해당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서 의원은 "재소자들의 치료받을 권리와 인권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며 "힘 있는 자에게는 너무 허술하게 틈새를 내주는 법이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높은 벽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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