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가 뭐 길래"…대학들 기숙형 대학 땜에 '몸살'

기사등록 2013/09/24 14:56:56

최종수정 2016/12/28 08:05:56

【서울=뉴시스】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덕성여대 심볼.(사진 = 각 대학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덕성여대 심볼.(사진 = 각 대학 제공)  [email protected]
'기숙형 대학' 확산 조짐에 학생들 "학생 자치·수업권 위축" 반발

【서울=뉴시스】사건팀 = 대학가가 '기숙형 대학인' 레지덴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RC) 운영 등을 놓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RC는 영국과 미국의 명문대학에서 유래한 것으로 학생이 교수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며 교과목은 물론 인성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 도입되는 RC가 사실상 학생들을 기숙사라는 한정된 곳에 몰아넣고 집단 교육을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면서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특히 RC가 학생 자치를 위협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무너지는 동아리‥수업 듣는 것도 난제"

 24일 대학가에 따르면 현재 연세대학교의 신입생의 절반이 학기별로 나눠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2014학년도부터는 신입생 전원이 국제캠퍼스에서 생활을 하며 수업을 들을 예정이다.

 연세대는 매일 신촌과 송도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동시간만 1시간 이상 걸린다. 이 때문에 신촌캠퍼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학내 중앙동아리들은 학기 초 신입회원을 모집 및 관리하는데 애를 먹었다.

 정문호 연세대 동아리연합회장은 "학교가 국제캠퍼스를 통해 한발 더 나아가려 한다는 것에는 지지 한다"면서도 "학생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극복할 과제', '위기는 기회'라며 쉽게 얘기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캠퍼스에 '선배'들은 극소수이기 때문에 주로 1학년들이 동아리를 맡아 활동할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동아리방 사용 예약, 물품 대여 등을 하려해도 환경적으로 너무 열약해 시작부터 삐거덕 됐다"고 덧붙였다.

 한 중앙동아리 회장은 "올해 신입회원이 지난해보다 줄었고 특히 국제캠퍼스에 있는 신입회원은 단 2명 뿐"이라며 "국제캠퍼스가 오히려 신입회원들을 걸러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학생들의 수업권에도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연세대 신입생 5000여 명 중 2340명은 올해 1학기 국제캠퍼스에서 생활했다.

 신입생이 들어야 하는 교양과목이 국제캠퍼스에도 개설돼 있지만 같은 과목이라도 자신이 선호하는 특정 교수의 수업이 신촌캠퍼스에 개설됐다면 버스로 1시간씩 이동해 수업을 들어야 한다.

 또 2학년이 되면 신촌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전공을 택한 신입생들도 필수적으로 국제캠퍼스에서 생활해야한다. 이러한 경우 선배들에게 해당 전공에 대한 정보를 듣기도 여의치 않다.

 이에 대해 연세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이 시행해 왔던 RC를 통해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국제캠퍼스에 RC를 도입했다"며 "현재 셔틀버스 확충 문제나 기숙사 출입 문제 등은 학생들과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RC 도입 소문에 '술렁'

 서울대학교도 경기도 시흥시 배곧신도시에 들어설 시흥캠퍼스에 지어질 학생 기숙사가 RC 형태로 운영된다는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서 돌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대에 따르면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배곧신도시 내 66만1000㎡ 부지에 지어질 시흥캠퍼스에는 교직원 아파트, 병원, 학생 기숙사 등이 들어선다.

 논란은 서울대가 시흥캠퍼스에 지어질 학생 기숙사를 RC 형태로 운영한다는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서 돌면서 부터 시작됐다. 사실상 학생들을 기숙사라는 한정된 곳에 몰아넣고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어서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대 총학생회는 최근 '시흥캠퍼스 대응 학생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RC 설립을 저지하기 위한 공동행동에 돌입했다.

 정주회 총학 정책팀장은 "RC는 학생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이라며 "서울대 학생을 둘로 나누는 RC를 인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24일에는 관악캠퍼스 대학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시흥캠퍼스 추진을 중단하고 학교 구성원과 전면 재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총학은 특정학년·특정학과 RC 구상 폐기와 시흥캠퍼스 전면 재논의, 캠퍼스 운영 계획 공개 등을 요구했다. 다음달 16일 관악캠퍼스 내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시흥캠퍼스 관련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RC에 대한 소문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서울대 기획처 관계자는 "시흥캠퍼스에 대해서 정해진 것이라고는 병원과 기숙사, 연구시설이 들어선다는 것 뿐"이라며 "RC는커녕 시흥캠퍼스 내에서 학부 교육이 이루어질 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우선협상자만 결정됐을 뿐 사업자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RC에 대한 총학생회의 우려는 도가 지나치다"고 덧붙였다.

 ◇"의무 기숙사 생활, 학생들 거부감"

 이화여자대학교도 2015년 RC 전면 도입을 목표로 올해 2학기부터 단계별 사업에 착수했다. 2013학년도 2학기부터 신입생 147명을 대상으로 시범운영 중이다.

 2014학년도에는 학기당 300명, 연간 600명의 신입생을 대상으로 2단계 시범 운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존 재학생들은 신입생들에게 적용될 RC 운영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사회과학대 12학번 양모(21·여)씨는 "대학 생활에 적응도 하지 않은 신입생들이 학교 측이 주입식으로 교육하는 내용에 물들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 된다"며 "등록금 문제나 적립금 문제 등과 같은 학교 측에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문제들이 신입생들에게 왜곡 전달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범대학 13학번 이모(20·여)씨는 "6개월 간 의무적으로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한다면 단체 생활을 꺼려하거나 다른 계획이 있었던 친구들은 오히려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며 "신입생들과 선배들 간 유대관계도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한다고 나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관계자는 "신입생들이 교수, 선배들과 함께 생활하며 인성교육, 사회교육, 글로벌 리더십 교육을 받고 나눔과 섬김, 배려의 정신을 고양시키기 위해 RC를 시행하게 됐다"며 "인성교육과 함께 네트워크 형성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덕성여자대학교도 최근 한국사학진흥재단과 RC 건립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게다가 갈수록 RC를 도입하려는 대학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학가에 이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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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가 뭐 길래"…대학들 기숙형 대학 땜에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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