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대한민국은 강간천국’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지경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땅의 어느 곳에서는 여성이 짓밟히고 있다. 그러나 그 처벌 수위는 피해자나 가족은 물론 제3자가 보기에도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고 가볍다.
그래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며 고발하는 ‘도가니’(2012)가 만들어졌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자력구제나 사적복수를 통해 세상에 대해 절규하고 호소하는 ‘돈크라이마미’(2012), ‘공정사회’(2013) 등도 등장하게 됐다.
아직도 멀었나 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10배 이상 더 많이 남은 소녀와 그 가족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아동 성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가 한 편 더 나왔다. 이준익(54) 감독의 3년만의 복귀작으로 설경구(45) 엄지원(36) 그리고 이레(8)가 주연한 휴먼 드라마 ‘소원’이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진 대로 이 영화는 이제까지의 성폭력 소재 영화들과 달리 성폭력을 고발하거나 범죄자를 응징하지 않는다. 성폭력을 당한 아동과 가족이 서로에 대한 사랑과 이해, 친구와 이웃의 배려와 돌봄을 토대로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하며 100% 같을 수는 없지만 본래의 일상으로 복귀하는 이야기다.
공장 근로자인 40대 ‘동훈’(설경구)과 문구점을 운영하는 30대 ‘미희’(엄지원) 부부의 딸인 초등학교 2학년생 ‘소원’(이레)은 등교 중 성폭력 전과자에게 납치돼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가혹한 성폭행을 당한다. 이로 인해 소원은 얼굴이 만신창이가 됐을 뿐 아니라 대장 일부와 직장, 항문을 모두 절제한 뒤 평생 배변 주머니를 차고 생활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뿐만 아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인해 말까지 잃게 된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을 겪은 부부는 망연자실해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딸이 육체의 상처를 정신적으로 이겨낼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감싸안는다.
동훈의 친구 ‘광식’(김상호)과 ‘부인’(라미란) 그리고 이들 부부의 아들이자 소원의 친구인 ‘영석’(김도엽), 해바라기 아동 성폭력 상담센터장인 소아정신과 전문의 ‘정숙’(김해숙)은 소원의 가족이 예전의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자기 가족의 일처럼 챙겨주고 돌봐준다.
이 감독은 앞서 2011년 사극 ‘평양성’이 미흡한 흥행성적(172만명)을 거둔 뒤 자신의 감각이 관객들에게 미치지 못함을 토로하며 상업 영화 은퇴를 선언했다. 그때 그가 남긴 말이 “만들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이야기가 있을 때 다시 돌아오겠다”였다.
그런 그가 메가폰을 다시 잡았다. 어쩌면 그 자체가 소원의 가족처럼 세상에 맞서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소원’의 시나리오를 접한 뒤 울컥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성폭행을 소재로 하면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세심하고 따뜻한 시선이 휴머니스트 이 감독을 움직였다.
그래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며 고발하는 ‘도가니’(2012)가 만들어졌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자력구제나 사적복수를 통해 세상에 대해 절규하고 호소하는 ‘돈크라이마미’(2012), ‘공정사회’(2013) 등도 등장하게 됐다.
아직도 멀었나 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10배 이상 더 많이 남은 소녀와 그 가족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아동 성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가 한 편 더 나왔다. 이준익(54) 감독의 3년만의 복귀작으로 설경구(45) 엄지원(36) 그리고 이레(8)가 주연한 휴먼 드라마 ‘소원’이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진 대로 이 영화는 이제까지의 성폭력 소재 영화들과 달리 성폭력을 고발하거나 범죄자를 응징하지 않는다. 성폭력을 당한 아동과 가족이 서로에 대한 사랑과 이해, 친구와 이웃의 배려와 돌봄을 토대로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하며 100% 같을 수는 없지만 본래의 일상으로 복귀하는 이야기다.
공장 근로자인 40대 ‘동훈’(설경구)과 문구점을 운영하는 30대 ‘미희’(엄지원) 부부의 딸인 초등학교 2학년생 ‘소원’(이레)은 등교 중 성폭력 전과자에게 납치돼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가혹한 성폭행을 당한다. 이로 인해 소원은 얼굴이 만신창이가 됐을 뿐 아니라 대장 일부와 직장, 항문을 모두 절제한 뒤 평생 배변 주머니를 차고 생활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뿐만 아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인해 말까지 잃게 된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을 겪은 부부는 망연자실해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딸이 육체의 상처를 정신적으로 이겨낼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감싸안는다.
동훈의 친구 ‘광식’(김상호)과 ‘부인’(라미란) 그리고 이들 부부의 아들이자 소원의 친구인 ‘영석’(김도엽), 해바라기 아동 성폭력 상담센터장인 소아정신과 전문의 ‘정숙’(김해숙)은 소원의 가족이 예전의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자기 가족의 일처럼 챙겨주고 돌봐준다.
이 감독은 앞서 2011년 사극 ‘평양성’이 미흡한 흥행성적(172만명)을 거둔 뒤 자신의 감각이 관객들에게 미치지 못함을 토로하며 상업 영화 은퇴를 선언했다. 그때 그가 남긴 말이 “만들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이야기가 있을 때 다시 돌아오겠다”였다.
그런 그가 메가폰을 다시 잡았다. 어쩌면 그 자체가 소원의 가족처럼 세상에 맞서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소원’의 시나리오를 접한 뒤 울컥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성폭행을 소재로 하면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세심하고 따뜻한 시선이 휴머니스트 이 감독을 움직였다.

“지금도 버젓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폭행, 특히 아동 성폭행은 이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극렬하고 가장 마음 아픈 상처다. 시나리오를 읽는 내내에도 불편했다. 그럼에도이 영화를 연출하기로 한 것은 지울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당한 가족들이 고통의 터널을 지나가는 과정을 진실되게 담아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불행과 절망의 끝에서 희망이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기로 결심하게 됐다.”
이 감독은 “너무 아파서 들여다보기조차 힘든 소재,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인만큼 불손한 태도가 영화에 담길까 걱정했다. 그래서 정말 공손하고 정중하게, 가짜가 아닌 진짜 같은 마음과 감정으로 접근했고, 인물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배우들과 똑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찍으려 했다. 그 진심이 관객들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청했다.
이런 마음의 좋은 예가 극중 광식이 소원에게 일어난 성폭행 사건을 보도하는 TV 뉴스를 보는 장면이다. 자막에는 ‘파열’이라는 단어만 비쳐질 뿐 그 앞에 있었을 ‘성기’나 ‘항문’ 등으로 추정되는 단어는 광식의 다리로 교묘하게 가려져 있다. 직접적인 성폭력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나 연상시키는 것을 자제하는 정도를 넘어선 감독의 세심한 배려다.
이 감독은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면서 “아동 성폭행 피해와 관련된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불편함을 줄 뿐 아니라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해를 강조한다고 해서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동 성폭력을 다루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인 어린이 배우에 대한 보호 역시 그런 맥락에서 더욱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이레는 연기 무경험자였지만 치열한 경쟁 끝에 타이틀롤을 거머쥐었다. 촬영 당시 만 7세였던 이레는 천부적인 재능으로 사건 이전의 수줍은 소원과 사건 이후의 상처 입은 소원 그리고 서서히 치유돼 가는 소원을 제대로 표현해냈다. 그러나 어린이는 어린이다. 이 감독과 출연진, 제작진은 이레가 혹시라도 상처를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이 감독은 “최우선적으로 배려할 사람은 이레의 부모님이었다. 부모님과 작품에 대해 충분히 의논을 나눴고, 생각을 많이 교류했다. 그 다음에는 영화에도 나오는 해바라기아동센터에 직접 가서 촬영에 있어서 충분한 조언을 들었고, 이레의 심리적 반응에 맞는 처방을 사전에 받았다. 중간중간 정신과 전문의가 와서 점검도 했다. 개봉 이후에도 끝까지 예방하고 처방할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통하려 한다”고 약속했다.
이 감독은 영화의 제목을 ‘소원’으로 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 감독은 “너무 아파서 들여다보기조차 힘든 소재,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인만큼 불손한 태도가 영화에 담길까 걱정했다. 그래서 정말 공손하고 정중하게, 가짜가 아닌 진짜 같은 마음과 감정으로 접근했고, 인물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배우들과 똑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찍으려 했다. 그 진심이 관객들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청했다.
이런 마음의 좋은 예가 극중 광식이 소원에게 일어난 성폭행 사건을 보도하는 TV 뉴스를 보는 장면이다. 자막에는 ‘파열’이라는 단어만 비쳐질 뿐 그 앞에 있었을 ‘성기’나 ‘항문’ 등으로 추정되는 단어는 광식의 다리로 교묘하게 가려져 있다. 직접적인 성폭력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나 연상시키는 것을 자제하는 정도를 넘어선 감독의 세심한 배려다.
이 감독은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면서 “아동 성폭행 피해와 관련된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불편함을 줄 뿐 아니라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해를 강조한다고 해서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동 성폭력을 다루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인 어린이 배우에 대한 보호 역시 그런 맥락에서 더욱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이레는 연기 무경험자였지만 치열한 경쟁 끝에 타이틀롤을 거머쥐었다. 촬영 당시 만 7세였던 이레는 천부적인 재능으로 사건 이전의 수줍은 소원과 사건 이후의 상처 입은 소원 그리고 서서히 치유돼 가는 소원을 제대로 표현해냈다. 그러나 어린이는 어린이다. 이 감독과 출연진, 제작진은 이레가 혹시라도 상처를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이 감독은 “최우선적으로 배려할 사람은 이레의 부모님이었다. 부모님과 작품에 대해 충분히 의논을 나눴고, 생각을 많이 교류했다. 그 다음에는 영화에도 나오는 해바라기아동센터에 직접 가서 촬영에 있어서 충분한 조언을 들었고, 이레의 심리적 반응에 맞는 처방을 사전에 받았다. 중간중간 정신과 전문의가 와서 점검도 했다. 개봉 이후에도 끝까지 예방하고 처방할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통하려 한다”고 약속했다.
이 감독은 영화의 제목을 ‘소원’으로 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내가 그리고자 한 것은 고발이 아니라 피해자의 내일이다.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도 중요하겠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보란듯이 잘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영화의 가치를 한 가족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쪽으로 맞췄다. 소원네 가족의 가장 큰 소원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일 것이다. 어떤 끔찍한 사고를 당하면서 일상이 파괴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이들의 가장 큰 소원을 그리고 싶었다.”
설경구 역시 “내가 이 영화를 통해 무슨 메시지를 던지겠느냐”며 “다만 개인적으로 촬영을 하면서 느낀 것은 평범한 일상이 정말 큰 소원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소원을 통해 1분, 1초가 정말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공감했다.
엄지원도 “작품에서처럼 일련의 과정을 엄마로서 겪어내는 것은 아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살아볼만한 삶을 견뎌나가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마음이다.
가슴 한 구석이 시리고 아파 온다. 그러나 오열도, 통곡도 하지 않게 된다. 남의 일 같지 않은, 현실적인 일인 탓일까, 상처 입은 사람들을 힐링할 수 있게 해준다는 취지에 공감해서일까. 지켜보는 내내 눈물만 하염없이 흐를 뿐이다. 그러면서 군데군데 웃음도 나온다.
‘웃어도 되나?’ 고민스럽기 마련이다. 그런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 이 감독이 허락했다.
“설경구가 ‘라디오스타’만큼만 찍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사실 아동 성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그렇게 가도 될까 싶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소소한 일상의 웃음도 함께 전하고 싶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중간중간 피식피식 웃는 소리를 들으면서 원하는대로 영화가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122분. 필름모멘텀 제작, 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으로 10월2일 개봉한다.
[email protected]
설경구 역시 “내가 이 영화를 통해 무슨 메시지를 던지겠느냐”며 “다만 개인적으로 촬영을 하면서 느낀 것은 평범한 일상이 정말 큰 소원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소원을 통해 1분, 1초가 정말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공감했다.
엄지원도 “작품에서처럼 일련의 과정을 엄마로서 겪어내는 것은 아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살아볼만한 삶을 견뎌나가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마음이다.
가슴 한 구석이 시리고 아파 온다. 그러나 오열도, 통곡도 하지 않게 된다. 남의 일 같지 않은, 현실적인 일인 탓일까, 상처 입은 사람들을 힐링할 수 있게 해준다는 취지에 공감해서일까. 지켜보는 내내 눈물만 하염없이 흐를 뿐이다. 그러면서 군데군데 웃음도 나온다.
‘웃어도 되나?’ 고민스럽기 마련이다. 그런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 이 감독이 허락했다.
“설경구가 ‘라디오스타’만큼만 찍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사실 아동 성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그렇게 가도 될까 싶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소소한 일상의 웃음도 함께 전하고 싶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중간중간 피식피식 웃는 소리를 들으면서 원하는대로 영화가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122분. 필름모멘텀 제작, 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으로 10월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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