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나라 좀먹는 천박한 자본주의 '바가지 상혼'

기사등록 2013/08/21 11:35:23

최종수정 2016/12/28 07:56:20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자본주의사회에서 적정한 이윤을 남기고 물건을 파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본주의라는 생물이 계속해서 자가발전하는 원동력은 마진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이윤이 처음부터 불합리하게 책정이 됐다면?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그라운드의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상인들이 구매자의 지위의 격차, 정보의 격차, 공급과 수요의 격차 등을 이용해 불합리하게 물건을 파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영세상인부터 대기업까지 바가지 상술은 다르지 않다.

 휴가철 민박집은 10만원에 불과하던 요금을 20만원까지 올려받는다. 휴가철에 손님이 몰리자 배짱 영업을 하는 빗나간 상술이다.

 커피전문점은 원가가 얼마가 들어갔는지도 모를 커피와 팥빙수를 설렁탕보다 비싸게 팔고, 일부 상인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을 상대로 정가의 몇배의 돈을 뜯어낸다.

 장례식장은 황망한 유족들을 상대로 "아버님이 가시는 길에 싸구려로 해드릴겁니까?"라고, 결혼식장은 축복 받아야할 신랑 신부를 상대로 "조금 더 화려하게 축복받는 효과를 주는 옵션 상품은 안 필요하세요?"라고 속삭인다. 이들은 이렇게 고객들의 등골을 빼낸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놀이공원은 '외부음식 반입금지'라고 써 붙이고, '외부음식'보다 몇배 비싼 음식을 억지로 팔고 있고, 영화관은 관람료보다 비싼 원가 몇백원짜리 팝콘을 팔고 있다. 

 기획시리즈 '바가지공화국'을 7회에 걸쳐 취재 하면서 재미있는 점 두가지를 발견했다. 바가지 상인들의 공통적인 변명, 바로 "어쩔수 없다"는 것이다.

 민박집 주인은 휴가철 성수기에 '어쩔수 없이' 두배 돈을 받고, 장례식장은 리베이트를 줘야하니까 '어쩔 수 없이' 엄청난 가격의 수의를 팔고, 커피전문점은 고액 임대료와 로열티를 줘야하니까 '어쩔 수 없이' 비싼 커피를 팔고, 결혼식장은 다른 곳도 다 그렇게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바가지를 씌운다.

 또 하나는 정작 '어쩔 수 없는 것'은 상인들이 아니라 구매자들이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판매자와 구매자의 입장은 이미 동등하지 않다. 구매자가 '사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거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대기업의 바가지 상술을 소비자들이 피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커피전문점이 그렇고, 극장이 그렇고, 놀이공원도 그렇다.

 그렇다면 '사지 않을 권리'를 박탈한 것은 누구일까. 자본주의라는 괴물 자체일 수도 있겠고, 우리나라에서 조금 더 독특하게 만들어진 천박한 자본주의의 형태일수도 있겠다.

 상인들이 스스로 '어쩔 수 없다'면 누군가는 '어쩔 수 있게' 해줘야하지 않을까. 자연스러운 자본주의의 생리에 맡기기에는 시스템이 너무 망가져버렸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수 없을 만큼 시스템이 망가져버렸다면 뻔히 보이는 손이 개입할 수 밖에.

 이제 정부가 할 일이다. 사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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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나라 좀먹는 천박한 자본주의 '바가지 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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