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북한-쿠바 무기 밀거래? 쓸모없는 '구식' 미사일

기사등록 2013/08/19 15:32:40

최종수정 2016/12/28 07:55:43

【콜론 시티=로이터/뉴시스】북한 컨테이너선 '청천강'호가 16일 파나마의 콜론 시티의 만사니요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 도크에 계류되어 있다. 북한 깃발의 선박 한 척이 신고하지 않은 무기를 싣고 쿠바에서 파나마 운하로 접근해 이를 나포했다고 파나마의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대통령이 말했다. 2013.07.16    
【콜론 시티=로이터/뉴시스】북한 컨테이너선 '청천강'호가 16일 파나마의 콜론 시티의 만사니요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 도크에 계류되어 있다. 북한 깃발의 선박 한 척이 신고하지 않은 무기를 싣고 쿠바에서 파나마 운하로 접근해 이를 나포했다고 파나마의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대통령이 말했다. 2013.07.16
【서울=뉴시스】권성근 기자 = 파나마 당국이 쿠바에서 설탕 포대 아래 미사일과 군 장비를 숨긴 채 운항 중이던 북한 선박 청천강호를 적발한 것은 마치 냉전시대의 삭제된 장면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냉전시대인 미국과 소련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위기를 떠올렸던 파나마 관리들이 청천강호에 실려 있던 1만t에 해당하는 설탕 25만5000포대 아래에서 발견한 것은 21세기에 사용하는 무기보다는 냉전 박물관에 전시되는 것이 적합한 옛 소련제 무기였다.

 파나마 관리들은 수색 과정에서 북한 선박에서 25개의 컨테이너를 꺼낸 뒤 수색했으며 그 안에는 많은 무기와 부품들이 들어 있었다. 파나마 정부는 13일(현지시간) 유엔 조사단이 북한 선박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위반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하비에르 카르바요 마약 담당 검사는 6명으로 구성된 유엔 조사단이 북한 선박과 무기들을 조사할 것이며 15~16일 이틀 동안 청천강호의 선원들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조사관들은 조사를 진행하면서 북한 선박이 유엔 안보리의 무기 금수 조처를 위반했는지 판단한 후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앞서 파나마 당국은 쿠바를 출발해 북한으로 향하던 청천강호가 마약을 운반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달 15일 이 선박을 억류했다.

 청천강호에서는 구소련에서 생산한 대공 미사일 2기와 분해된 로켓 9기, 미그 21 전투기 2대 및 엔진 12개, 미사일 통제센터와 유시한 군용차량 5대, 유탄발사기용 실탄 등 240t에 해당하는 무기가 발견됐다.

 쿠바 정부는 청천강호에 숨겨져 있던 무기들은 수리를 위해 북한으로 다시 보낸 것으로 이들 무기들은 모두 20세기 중반 소련제이고 쓸모가 없는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군사 전문가는 북한 선박에 1957년 소련에 의해 개발된 후 공산권 국가에 지원된 SA-2 지대공 미사일이 나왔다며 쿠바의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인 제임스 오할로란은 “이런 무기들은 1940년대와 1950년대 사이에 개발한 정말 오래 된 것들”이라며 “방어 목적으로 SA-2 시스템을 사용하는 국가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소련에서 개발한 SA-2 지대공 미사일에는 지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적기를 격추할 때 목표물로 유도하는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다. SA-2는 1960년대 쿠바 미사일 위기 이전에 개발됐고 열추적 미사일이나 위성 유도 미사일이 나오기 오래 전인 베트남 전쟁 때 베트콩들이 사용했다.

 오할로란은 SA-2에 대해 “베트남전 때 당신이 조종사였다면 커다란 물체가 따라오는 것을 봤을 것”이라며 “마지막 순간에 급히 비행기의 진로를 틀면 이 미사일은 비행기를 따라오지 못하고 그대로 나아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어떤 서방 조종사도 SA-2에 격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만약에 이 미사일에 격추된다면 당신의 조종 기술이 많이 떨어지거나 또는 매우 운이 나쁜 경우가 되겠다. 어떤 현대적인 국가도 이런 무기를 구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공산주의 국가들로 동맹 관계인 북한과 쿠바는 냉전시대부터 무역 파트너로 미국으로부터 나란히 제재를 받고 있어 신형 무기를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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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론=AP/뉴시스】21일(현지시간) 파나마 사법 조사관들이 최근 당국에 의해 콜론의 만사니요 항구에 억류된 북한 선박 '청천강호'에서 조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파나마 당국은 이 선박에 실려 있던 컨테이너에서 미그 21 전투기들과 함께 2개의 미사일 레이더 시스템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2013.07.22
 영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지역안보협력위원회 선임연구원인 마이클 엘맨은 “만약 당신이 새로운 무기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하드웨어는 물론 훈련도 필요하다”며 “러시아가 판매하는 조금 더 현대적인 공중 방어 시스템을 갖추려면 이 과정에 1년 또는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쿠바인들은 새로운 무기를 구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도 확보하고 있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엘맨은 또 “쿠바가 신형 무기를 구입할 자금이 있더라도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은 카스트로 정권에 무기를 공급하면 미국인들이 격양된 반응을 보일 것이기 때문에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맨은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쿠바가 최신 무기를 구입하면 미국은 이를 그냥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군을 파견해 쿠바를 괴멸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오랜 동맹국인 쿠바와 같은 국가에 남은 것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사용하지 않는 SA-2 지대공 미사일과 1985년에 마지막으로 생산된 미그 21 전투기들을 수리하는 일이다.

 엘맨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외교적으로 봤을 때 북한이나 쿠바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강도 높은 금융 제재와 무기수출 금지 조처로 봉쇄돼 있으며 수십년 간 대립했던 미국과 쿠바의 관계는 해빙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엘맨은 “미국이 쿠바에 대한 제재를 끝낼 때가 됐고 이제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파나마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청천강호 선원들은 파나마 관리들이 화물선에 대한 검색을 시도하자 화물 크레인의 케이블 선을 자르면서 맞섰다. 이로 인해 파나마의 과학수사반 직원들은 직접 손으로 25만5000개의 설탕 포대를 꺼내야 했다.

 전문가들은 청천강호에 들어 있던 설탕 포대들은 북한이 쿠바의 미사일 등 군 장비들을 수리해주는 대가로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엘맨은 “이번 소동은 국제사회가 오늘날의 쿠바와 북한을 얼마만큼 나쁘게 인식하는 지 알려주는 것 외에 남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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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41호(8월20일~26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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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아이즈]북한-쿠바 무기 밀거래? 쓸모없는 '구식'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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