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300주년 '표암 강세황, 시대를 앞서 간 예술혼'…국립중앙박물관

기사등록 2013/06/24 16:31:20

최종수정 2016/12/28 07:39:33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수염과 눈썹이 하얗구나. 오사모(烏紗帽)를 쓰고 야복(野服)을 걸쳤으니 마음은 산림에 있으면서 조정에 이름을 올랐음을 알겠다. 가슴에는 만 권의 책을 간직하였고, 필력은 오악을 흔드니 세상 사람이야 어찌 알리. 나 혼자 즐기노라. 노인의 나이 일흔이요, 호는 노죽(露竹)이라. 초상을 스스로 그리고, 화찬도 손수 쓰네. 때는 현익섭제격(玄黓攝提格)(1782·정조6)이다.’

 표암(豹菴) 강세황(1713~1791)이 손수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쓴 글이다. 표암의 초상화는 관모(오사모)에 평상복을 입은 예법에 어긋나는 모습이다. 그러나 출사(出仕)와 은일(隱逸)을 동시에 지향하는 사대부의 마음가짐을 보여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선 후기 대표 화가 강세황 탄신 30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표암 강세황-시대를 앞서 간 예술혼’을 25일 개막한다. ‘시·서·화(詩書畫) 삼절(三絶)’ ‘18세기 예원의 총수’로 알려진 표암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회다.

 ‘표암유고’ 등 집안에 대대로 전해 오는 유물들과 ‘송도기행첩(松都紀行帖)’ 등 산수화, 초상화, 사군자화 등 대표 유물과 그가 글을 남긴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포함해 총 103점을 소개한다. 강현, 강세황, 강이오 초상 등 보물 6점도 있다.

 표암은 단원 김홍도(1745~?)의 스승으로 알려진 조선 시대 문인 화가다. 개성 지역을 유람하고 제작한 ‘송도기행첩’의 화가로 잘 알려졌기도 하다. 명문가 출신이지만 출세를 포기하고 32세 때 처가가 있는 안산으로 이사한 뒤 벼슬길에 올라 상경하게 되기까지 30년 동안을 살았다. 61세가 되던 1773년 뒤늦게 시작된 관직 생활에서 한성부 판윤(서울시장)까지 올랐다. 70세 이상 정2품 이상의 관료들이 들어갈 수 있는 기로소에 입소했으며, 중국 사행(使行)에 부사(副使) 자격으로 참여해 건륭제를 알현하는 등 말년에는 남부럽지 않은 출세길을 달렸다.

 전시에서는 70세에 그린 자화상과 강세황 기로소 입소를 기념해 정조의 명으로 이명기(1757~?)가 그린 초상, 궁중화원 한종유(1737~?)가 그려준 초상 등을 보여준다. 특히, 한종유가 부채에 그려준 강세황 61세 초상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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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암의 일생을 담은 각종 자료도 나왔다. 진주강씨 문중에 전하는 강백년(1603~1681), 강현(1650~1733), 표암 관련 자료, 특히 관직 임명 교지, 각종 필묵, 유고 등을 통해 일생을 펼쳐놨다.

 안산에서 교유한 여러 문사, 화가와의 만남도 구성했다. 30대 초반부터 안산에서 30년간 살면서 처남 유경종(1714~1784)과 서화 감식안을 키우고 화가 허필(1709~1768)과 합벽첩을 제작했다. 그러한 교유관계는 ‘지상편도(池上篇圖)’ ‘현정승집도(玄亭勝集圖)’ 등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지풍경을 그린 표암의 그림, 소재와 채색 구사에서 새로운 시도를 추구한 면모도 조명한다.  

 당대 최고의 감식안을 보여주는 표암의 비평이 담긴 조선 시대 화가들의 작품도 전시했다. 겸재 정선, 관아재 조영석, 현재 심사정 등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많은 화가의 그림에 표암은 친필로 화평을 남겼다. 8월25일까지 볼 수 있다. 02-2077-9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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