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노충현, 서울 구석구석 그곳의 '살풍경'

기사등록 2013/06/24 09:46:00

최종수정 2016/12/28 07:39:17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살풍경’은 화가 노충현(43)이 지속해서 탐구해온 주제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고 있는 전시회 제목도 ‘살풍경’이다.  

 화면에 풀어낸 살풍경은 한강 공원이 배경이다. 수영장, 편의점, 유람선, 산책로 등의 풍경들이다. 밤의 풍경과 장마로 물이 넘친 모습, 폭설로 하얗게 변한 모습 등으로 나눠 꾸몄다.

 이 가운데 신원 미상의 인물이 눈 덮인 풍경을 걸어가는 모습의 ‘산책’이 유독 눈길을 끈다. 스코틀랜드 화가 피터 도이그의 비밀스러운 풍경을 연상시키는 작업이다. ‘눈’ 연작에서는 대상을 관찰하고 화면으로 담아내는 데 보다 다양한 접근을 한다.

 호우로 범람한 수영장 풍경도 있다. “2005년에는 물 빠진 수영장만 그렸다”는 작가는 “이후 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회화적인 방법을 찾으면서 물이 찬 수영장을 넘어 범람한 수영장까지 이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풍경을 그리게 된 것은 “서울에서 사는 것이 어떤 것이냐는 생각들을 하면서 그리게 됐다”고 밝혔다. “때로는 격할 때도 있고 때로는 담담할 때도 있다. 내가 만나는 계절의 풍경을 통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정서와 생각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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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씨는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풍경을 채집한다. 촬영한 사진을 참조, 화면에 재해석한다. 직접 찾은 장소에서 도시의 다양한 심리적 표현들을 발견하고 캔버스에 올리는 것이다. 화면 속 공간은 실재지만, 실재하지 않는 장소처럼 몽환적이다.

 풍경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경험할 수 없는 풍경은 그릴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시각적으로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지만 내가 경험하지 않는 장소는 풀어낼 수 없다.”

 2005년 첫 개인전에서 서울이 그 안에 사는 존재들의 삶에 미쳤던 상실의 정서를 풍경으로 담았다. 2006년에는 동물원 ‘자리’ 연작을 통해 아무 동물도 없는 우리를 그리면서 정체성의 모호함을 풀어냈다. 이번에는 공간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장소적 특성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은 풍경을 통해 사회의 현실적 삶의 조건들을 환기한다. 7월14일까지 볼 수 있다.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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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노충현, 서울 구석구석 그곳의 '살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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