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탄생' 노마 히데키, 한국의 知 찾아나섰다…왜?

기사등록 2013/06/14 10:46:44

최종수정 2016/12/28 07:36:40

【서울=뉴시스】서재훈 기자 = 일본 지식인 80명과 한국인 지식 40명이 참여해 만든 '한국의 지(知)를 읽다'를 오는 8월 일본 쿠온 출판사를 통해 출간 예정인 노마 히데키(野間秀樹·60) 일본 국제교양대 교수가 13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마 히데키 교수는 작년 주시경학술상에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2013.06.13.   jhseo@newsis.com
【서울=뉴시스】서재훈 기자 = 일본 지식인 80명과 한국인 지식 40명이 참여해 만든 '한국의 지(知)를 읽다'를 오는 8월 일본 쿠온 출판사를 통해 출간 예정인 노마 히데키(野間秀樹·60) 일본 국제교양대 교수가 13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마 히데키 교수는 작년 주시경학술상에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2013.06.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감성적인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반응할 수 있다. 무엇인지 잘 몰라도 '귀엽다' '사랑스럽다' 등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지성은 그렇지 않다. 언어화하지 않으면 안 되고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지성 없이 감정만 앞에 나타나기 시작하면, '너와 나는 다르다'라는 생각만으로 끝난다. 그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비참한 폭력이다."

 한글의 위대함과 섬세함을 논의한 '한글의 탄생-문자라는 기적'을 통해 한·일 지식사회에 화두를 던진 노마 히데키(60·野間秀樹) 일본 국제교양대 교수가 한국에 대한 또 다른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한일관계가 악화된 시점에 한국의 지(知)를 일본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작업이다. 일본 지식인 80명과 한국 지식인 40명이 참가하는 '한국의 '지(知)'를 읽다'가 그것이다.

 총 120명에게 한국의 '지'를 알릴 수 있는 책을 1~5권씩 추천받고 이에 대한 2000자 가량의 소개글을 청탁했다. 지난해 7월 시작된 이 작업은 진척도 95%를 보이고 있다.

 8월 일본 쿠온 출판사를 통해 출간 예정인 이 책의 마무리 작업과 참여 저자들을 만나기 위해 노마 교수가 우리나라에 왔다.

 지난해 한글학회 주최 주시경학술상을 받은 노마 교수는 '한글의 탄생―문자라는 기적'에서 한글을 '지(知)'의 혁명이라고 봤다. '한국의 '지(知)'를 읽다'는 이러한 전제가 바탕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글의 탄생'을 통해 한글을 문자로 논의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인정이 된 상황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작업이다. 한글이 '지'라면, 그것을 바탕으로 한 한국 책을 읽는 지식인, 독서인들이 생각하는 지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일본에서 한국의 예술과 대중문화는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미에 관심을 쏟은 일본의 미술 이론가) 야나기 무네요시도 있지만, 문화재 뿐 아니라 문학과 춤, 영상, 영화 등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다. 최근에는 싸이도 있고. 그런데 그 사이에 '지'의 자리는 암흑같이 텅 비어있다. 그것을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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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재훈 기자 = 일본 지식인 80명과 한국인 지식 40명이 참여해 만든 '한국의 지(知)를 읽다'를 오는 8월 일본 쿠온 출판사를 통해 출간 예정인 노마 히데키(野間秀樹·60) 일본 국제교양대 교수가 13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마 히데키 교수는 작년 주시경학술상에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2013.06.13.  [email protected]
 '지'로 접근하는 것과 '감성'으로 접근하는 것은 다르다. "지는 반드시 언어를 통해서 접해야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를 의식하지 않으면 지적인 접근이 어렵다. 지라는 것은 책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의 힘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들에게 책 소개를 부탁했다."

 평론가 가라타니 고진, 일본에 도스토옙스키 붐을 일으킨 가메야먀 이쿠오 도쿄외국어대학 전 학장, 나고야외국어대학 학장, '이십억 광년의 고독'으로 유명한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 등 일본의 문화인들부터 권재일 전 국립국어원 원장,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 원장, 김언호 파주출판도시 이사장, 소설가 김연수 성석제씨, 건축가 승효상씨, 영화감독 이명세씨 등 한국의 문화인들까지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필자로 참여한다.

 "한마디로 '지'라는 명제에 진지하게 대할 수 있는 분들"을 가려냈다. "지와 거리를 두며 시니컬하게 대하는 분들보다 진지하게 생각해주는 분들을 찾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받은 답변들을 살펴보면, 시인 김지하씨의 책이 눈에 띄나 무엇 하나 압도적인 추천을 받은 책은 없다. 노마 교수는 그런데 이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지는 넓은 것이다. 몇몇 사람이 세계이거나 전체일 수 없다. 다양하게 보는 법이 필요하다. 굳이 한국인과 일본인이 아니더라도 한국인 한명한명, 일본인 한명한명이 모두 다르다. 개개인마다 살아온 환경과 역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지극히 일부의 생각만 담았지만 책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인정이 되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모두 사이좋게 지내거나 싸우자 말자는 것은 아니다. "지층 깊은 곳에 있는 '지'를 확실하게 안 뒤 무엇이든 시작하자"고 청한다. "다 다른 존재인데 묶거나 그룹을 만들어 가면, 경계선이 만들어진다. 사람들 사이에 38선이 생기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의 지식인, 일본의 지식인이라는 표현보다 한국어권 지식인, 일본어권 지식인이라는 말이 더 많은 것을 포함한다. 일본의 지식인에는 재일동포가 있을 수 있다. '권'이라는 말은 그러한 사람들도 포함한다. '지'라는 것은 이런 배려와 생각을 가능케 하는 이성의 힘을 키운다."

 노마 교수는 1970년대 일본에서 김민기, 양희은의 노래를 해적판으로 들었다면서 이들을 좋아한다며 웃었다. 1996~1997년 서울대학교에서 한국문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시절 대학생들이 시위하고 최루탄을 맞는 모습을 수차례 목격하기도 했다.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겠지만, "다른 일본인들보다 근접해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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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재훈 기자 = 일본 지식인 80명과 한국인 지식 40명이 참여해 만든 '한국의 지(知)를 읽다'를 오는 8월 일본 쿠온 출판사를 통해 출간 예정인 노마 히데키(野間秀樹·60) 일본 국제교양대 교수가 13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마 히데키 교수는 작년 주시경학술상에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2013.06.13.  [email protected]
 노마 교수는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었고 신중했다. 한국의 '지'를 알아가고 알리는 그의 작업은 한국과 한국인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는 배려였다.  

 ◇노마 히데키

 1970년대 현대미술가로 개인전을 8차례 연 특이한 경력의 언어학자다. 류빌리아나 국제 판화비엔날레, 브랜드퍼드 국제판화비엔날레 등 국제전에 출품하기도 했다. 1979년에는 한국과 일본의 젊은 현대미술가 7명이 참여한 '7명의 작가-한국과 일본'이라는 그룹전을 서울과 도쿄에서 주도했다. '한국의 '지(知)'를 읽다'에도 참여한 서양화가 이상남씨와는 이 때 연을 맺고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다 독학으로 공부하던 한국어의 매력에 빠져 1983년 서른의 나이에 도쿄외국어대학교 조선어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한국어학자로 인정받으며 2005년 대한민국문화포장을 받았다. '한글의 탄생'은 마이니치신문사 주관 제22회 아시아태평양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의 연구자 60명 이상이 공동으로 집필하고 있는 '한국어 교육론 강좌', 한국어 학습서 '한국어학습 강좌 린(RIN)' 시리즈의 주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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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탄생' 노마 히데키, 한국의 知 찾아나섰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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