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득수 기자 = 육군 병장 출신 서울시재향군인회 김병관(59) 전 회장은 지난 4월 대장출신으로 두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박세환(72) 회장의 재선가도를 가로막고 나서 주목을 받았다. 박 회장은 학군(ROTC)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장성이 된 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경력과 지명도에서 상대가 되지 않지만 김 전 회장이 도전하고 나서자 일각에서는 큰 환호를 보냈다. 재향군인회장 자리가 너무 오랫동안 장군들의 전유물로 여겨질 정도로 사병출신으로는 한 번도 회장이 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계속 비리 사건이 터져 나오는 재향군인회가 좀 새로운 바람을 맞아들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준장 소장 중장 대장 위에 병장’ ‘병장은 5성 장군’이라는, 군대에서 사병들 사이에 주고받았던 추억의 계급론을 떠올리며 ‘김 병장’의 선전을 내심 기대하기도 했으나 결국 그는 기존 대장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은 2009년에도 출마해 고 박세직 회장과 대결해 전체 대의원 365표 가운데 93표를 얻는 기염을 토했다. 박세환 현 회장은 2009년 9월 박세직 회장 별세 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육사 출신들을 누르고 당선됐고, 이번에 연임에 성공했다.
재향군인회의 영원한 야당이자 ‘풀뿌리 후보’로 불리는 김병관 전 서울시회장을 통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재향군인회가 무슨 문제를 안고 있는지 들어본다.
-재향군인회는 비슷한 비리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데 그 원인은 무엇 때문이라고 보는가.
“회비기금이나 정부지원으로 운영했어야 하는 단체가 이권사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명예를 먹고 사는 조직이 되어야 하는데 이권사업에 너무 큰 비중을 두었을 뿐만 아니라 사업에 대한 전문성도 없으면서 무리한 투자를 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장군 출신들이 역대 재향군인회장을 맡아왔다. 그런데 그 분들은 수십 년간 상명하복의 명령체계가 일사분란한 군대에서만 생활해 왔기 때문에 투자와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이 사회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에 비해 떨어진다. 더구나 복잡한 회계 관계에 대해서는 아랫사람의 보고에 의존해야 하는 취약성을 부인할 수 없다. 재향군인회도 이제 시대의 요구에 걸맞은 경영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 나와야 한다.”
-선거제도가 잘못돼 있어서, 제대로 된 집행부를 선출할 수 없어서라는 진단도 있는데 왜 그렇다는 것인지 상세히 밝혀달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비민주적인 조직법이 가장 큰 원인이다. 본회장과 시도 회장이 임명한 대의원, 산하기업체 사장, 해외지회장 등이 대의원 370명중 150명에 달한다. 마치 국무위원이 국회에서 의결권을 갖는 것과 같은 선거제도가 문제이다. 산하기관 대표들이 대의원으로 회장 선거 투표권을 갖고 있는 것은 심각한 위험 요소이다. 기존 회장단이 후임 회장단을 선택해 대물림해줄 수 있는 비민주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대의원을 읍면동 회장까지 확대해 적어도 5000명 정도로 확대하면 조직도 살아나고 공정한 선거가 되어 능력 있는 지도자를 선출할 수가 있을 것이다. 중앙선관위에 위탁하는 방법도 고려대상이다.”
-회장을 대부분 장성 출신 유명인사가 돌아가면서 맡고 있는 셈인데, 재향군인회 회장이 꼭 장성 출신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좀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셨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재향군인회장을 장성이 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시도나 시군구 조직의 생리를 모르는 분들이 갑자기 나타나 당선과 동시에 무슨 점령군처럼 지휘부 조직을 바꾸기 때문에 하부조직과 큰 괴리가 생겨 시행착오를 거듭한 것이 오늘의 난맥상을 보이게 된 것이다.”
-재향군인회가 지나치게 비즈니스, 즉 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인상이 강하다. 외국의 경우도 그런가, 아니면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사례인가. 친목단체인 재향군인회가 사업과 이권에 몰두하는 현상은 어디서 비롯됐으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진단해 달라.
“외국은 아니다. 우리만 갖고 있는 특수한 환경이다. 미국 같은 나라는 향군 지원 예산이 어마어마해서 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우리는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어렵던 시절에 향군이 창설되다보니 이권사업이라는 특혜를 준 것 같은데 긴 시간이 흐른 지금은 명예로운 조직을 무력화시킨 원흉이 되어버린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한마디로 나라의 재앙이 된 셈이다. 조직이 탄탄하면 정치권력을 견제할 수가 있는데 불순한 세력이 나라의 근본을 흔들어도 대응할 세력이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손실인 것이다. 미국의 향군 연구소는 정치인들의 성향을 분석해서 후원도 하고 낙선 운동도 해서 세계평화나 국가안보에 반하는 정치인은 살아남지 못한다고 한다. 이런 견제 역할을 하려면 스스로 도덕성을 회복해야 하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재향군인회가 건전한 보수단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상당히 강도 높은 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떻게 개혁해야 한다고 보는가.
“향군을 개혁하는 것은 늑대를 사람 만들기보다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기득권을 보호하려고 만든 조직법부터 바꾸면서 차근차근 진행을 해야지 한꺼번에 하기에는 무리수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 자신도 서울회장을 두 번 하고 본 회장에 도전을 했는데도 모두가 과격한 개혁에 대한 두려움으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 능력 있는 분들이 갑자기 나설 것이 아니라 향군조직에 참여해서 조직의 생리를 알고 난 후에 조직을 맡게 된다면 이런 시행착오는 좀 덜 할 것이다. 시군구 읍면동 조직에 고급 장교들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자기 고향이나 사는 동네에서 활동을 한 후에 선진국처럼 단계를 밟아 지휘부에 진입을 해야 한다. 모든 예비역들이 향군에 대한 애정과 참여가 절실한 시점이다. 라이온스나 로터리처럼 자발적인 봉사조직으로서 전환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향군에 대한 감시 감독 기관은 보훈처인데 보훈처가 과연 향군을 제대로 감시하고 있는 지 의문이다. 왜 그런지, 그리고 감시감독 기관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본래 향군이 국방부 소속이었는데 20년 전 보훈처로 이관이 됐다. 어떻게 보면 민간 자율조직이고 여러 단체 중의 하나일 뿐인데 일일이 다 챙기기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잘못된 규정과 제도를 바꿔 스스로 자정 능력을 갖도록 해야지 사후약방문 식으로 하면 사행착오만 생기기 마련이다.”
-군인공제회에서도 향군과 비슷한 사건이 주기적으로 터지고 있는데, 왜 그런지에 대해서 평소의 견해를 밝혀주기 바란다.
“사업은 고도의 테크닉이 있어도 실패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군 출신들이라 사회 변화 속도에 대한 적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31호(6월11일~17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경력과 지명도에서 상대가 되지 않지만 김 전 회장이 도전하고 나서자 일각에서는 큰 환호를 보냈다. 재향군인회장 자리가 너무 오랫동안 장군들의 전유물로 여겨질 정도로 사병출신으로는 한 번도 회장이 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계속 비리 사건이 터져 나오는 재향군인회가 좀 새로운 바람을 맞아들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준장 소장 중장 대장 위에 병장’ ‘병장은 5성 장군’이라는, 군대에서 사병들 사이에 주고받았던 추억의 계급론을 떠올리며 ‘김 병장’의 선전을 내심 기대하기도 했으나 결국 그는 기존 대장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은 2009년에도 출마해 고 박세직 회장과 대결해 전체 대의원 365표 가운데 93표를 얻는 기염을 토했다. 박세환 현 회장은 2009년 9월 박세직 회장 별세 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육사 출신들을 누르고 당선됐고, 이번에 연임에 성공했다.
재향군인회의 영원한 야당이자 ‘풀뿌리 후보’로 불리는 김병관 전 서울시회장을 통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재향군인회가 무슨 문제를 안고 있는지 들어본다.
-재향군인회는 비슷한 비리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데 그 원인은 무엇 때문이라고 보는가.
“회비기금이나 정부지원으로 운영했어야 하는 단체가 이권사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명예를 먹고 사는 조직이 되어야 하는데 이권사업에 너무 큰 비중을 두었을 뿐만 아니라 사업에 대한 전문성도 없으면서 무리한 투자를 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장군 출신들이 역대 재향군인회장을 맡아왔다. 그런데 그 분들은 수십 년간 상명하복의 명령체계가 일사분란한 군대에서만 생활해 왔기 때문에 투자와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이 사회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에 비해 떨어진다. 더구나 복잡한 회계 관계에 대해서는 아랫사람의 보고에 의존해야 하는 취약성을 부인할 수 없다. 재향군인회도 이제 시대의 요구에 걸맞은 경영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 나와야 한다.”
-선거제도가 잘못돼 있어서, 제대로 된 집행부를 선출할 수 없어서라는 진단도 있는데 왜 그렇다는 것인지 상세히 밝혀달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비민주적인 조직법이 가장 큰 원인이다. 본회장과 시도 회장이 임명한 대의원, 산하기업체 사장, 해외지회장 등이 대의원 370명중 150명에 달한다. 마치 국무위원이 국회에서 의결권을 갖는 것과 같은 선거제도가 문제이다. 산하기관 대표들이 대의원으로 회장 선거 투표권을 갖고 있는 것은 심각한 위험 요소이다. 기존 회장단이 후임 회장단을 선택해 대물림해줄 수 있는 비민주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대의원을 읍면동 회장까지 확대해 적어도 5000명 정도로 확대하면 조직도 살아나고 공정한 선거가 되어 능력 있는 지도자를 선출할 수가 있을 것이다. 중앙선관위에 위탁하는 방법도 고려대상이다.”
-회장을 대부분 장성 출신 유명인사가 돌아가면서 맡고 있는 셈인데, 재향군인회 회장이 꼭 장성 출신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좀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셨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재향군인회장을 장성이 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시도나 시군구 조직의 생리를 모르는 분들이 갑자기 나타나 당선과 동시에 무슨 점령군처럼 지휘부 조직을 바꾸기 때문에 하부조직과 큰 괴리가 생겨 시행착오를 거듭한 것이 오늘의 난맥상을 보이게 된 것이다.”
-재향군인회가 지나치게 비즈니스, 즉 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인상이 강하다. 외국의 경우도 그런가, 아니면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사례인가. 친목단체인 재향군인회가 사업과 이권에 몰두하는 현상은 어디서 비롯됐으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진단해 달라.
“외국은 아니다. 우리만 갖고 있는 특수한 환경이다. 미국 같은 나라는 향군 지원 예산이 어마어마해서 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우리는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어렵던 시절에 향군이 창설되다보니 이권사업이라는 특혜를 준 것 같은데 긴 시간이 흐른 지금은 명예로운 조직을 무력화시킨 원흉이 되어버린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한마디로 나라의 재앙이 된 셈이다. 조직이 탄탄하면 정치권력을 견제할 수가 있는데 불순한 세력이 나라의 근본을 흔들어도 대응할 세력이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손실인 것이다. 미국의 향군 연구소는 정치인들의 성향을 분석해서 후원도 하고 낙선 운동도 해서 세계평화나 국가안보에 반하는 정치인은 살아남지 못한다고 한다. 이런 견제 역할을 하려면 스스로 도덕성을 회복해야 하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재향군인회가 건전한 보수단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상당히 강도 높은 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떻게 개혁해야 한다고 보는가.
“향군을 개혁하는 것은 늑대를 사람 만들기보다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기득권을 보호하려고 만든 조직법부터 바꾸면서 차근차근 진행을 해야지 한꺼번에 하기에는 무리수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 자신도 서울회장을 두 번 하고 본 회장에 도전을 했는데도 모두가 과격한 개혁에 대한 두려움으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 능력 있는 분들이 갑자기 나설 것이 아니라 향군조직에 참여해서 조직의 생리를 알고 난 후에 조직을 맡게 된다면 이런 시행착오는 좀 덜 할 것이다. 시군구 읍면동 조직에 고급 장교들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자기 고향이나 사는 동네에서 활동을 한 후에 선진국처럼 단계를 밟아 지휘부에 진입을 해야 한다. 모든 예비역들이 향군에 대한 애정과 참여가 절실한 시점이다. 라이온스나 로터리처럼 자발적인 봉사조직으로서 전환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향군에 대한 감시 감독 기관은 보훈처인데 보훈처가 과연 향군을 제대로 감시하고 있는 지 의문이다. 왜 그런지, 그리고 감시감독 기관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본래 향군이 국방부 소속이었는데 20년 전 보훈처로 이관이 됐다. 어떻게 보면 민간 자율조직이고 여러 단체 중의 하나일 뿐인데 일일이 다 챙기기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잘못된 규정과 제도를 바꿔 스스로 자정 능력을 갖도록 해야지 사후약방문 식으로 하면 사행착오만 생기기 마련이다.”
-군인공제회에서도 향군과 비슷한 사건이 주기적으로 터지고 있는데, 왜 그런지에 대해서 평소의 견해를 밝혀주기 바란다.
“사업은 고도의 테크닉이 있어도 실패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군 출신들이라 사회 변화 속도에 대한 적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31호(6월11일~17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