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히말라야 이야기]네팔서 승승장구하는 중국

기사등록 2013/05/27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07:30:57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히말라야 이야기’ <3>  면적은 한반도 3분의 2, 인구는 2989만명. 부처님이 태어난 네팔은 경제적으로 매우 가난한 나라다. 몇 년간 헌법이 만들어지지 않아 지난해 의회마저도 해산돼 무정부상태가 지속하고 있을 정도로 정치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나라다. 2011년 조사 결과를 보면 부패 인지지수는 154로 매우 높다.  우리나라를 빼고는 마지막까지 공산당과의 실전으로 미디어를 탔던 네팔정부는 2006년 11월 그동안 싸워왔던 마오이스트 반군과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2008년 5월 왕정을 종식하고 공식적으로 네팔연방민주공화국(Federal Democratic Republic of Nepal)을 출범시켰다. 그 후 4차에 걸친 제헌의회 임기연장에도 신헌법제정에 실패함에 따라 제헌의회는 해산된 상태로 선거를 앞두고 있다.  35개가 넘는 민족과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카스트 등의 계급의식 등의 폐쇄적인 집단 이익이 첨예화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 역시 언제 어떻게 제대로 진행될지 불투명하다. 최근에는 유권자 명부를 작성하던 선거 관리 공무원들이 야당 지지자들에 의해 일시 구금되기도 했다.  지난달 이 선거를 감시하고자 네팔에 도착한 사람은 다름 아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89)이다. 그동안 네팔의 정치적 상황을 감시하며 2011년에는 보고서까지 제출한 곳이 바로 카터 센터다. 이것이 미국의 전임대통령들이 활동하는 재단들의 현주소다. 우리나라의 전임대통령들이 만든 재단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정부의 여력이 닿지 않는 곳에 대해서 국가이익을 위해 매우 분주하게 뛰고 있는 미국 전 대통령이 활동이 부럽다. 방북 특사 등으로도 활동하며 녹녹지 않은 일정을 소화해온 카터 전 대통령은 생뚱맞게 “티베트 난민의 유입을 저지하라는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라”고 네팔 정부에 촉구했다.  선거를 감시하러 온 사람치곤 꽤 다른 요구를 하는 것이다. 미국의 핵심이익이 바로 이제 겨우 중진국 대열에 진입한 중국을 G2로 격상시켜서 훈계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네팔에서 티베트 난민들은 부동산 소유, 여행, 학교 입학, 운전, 자녀 출생 신고 등을 금지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이익을 대변해 온 카터 대통령의 일침은 역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 이익 앞에서는 언제나 한목소리를 내는 그들의 모습은 때마다 헛소리나 비난이나 해대는 우리나라의 전임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는 서민들의 말이 정치평론가들의 뺨을 칠 정도로 촌철살인이다.  지난 2월 13일 티베트 승려인 드루프첸 체링(25)이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네팔 속의 작은 티베트라고 불릴 정도로 티베트 불교의 대표적인 성지이자 문화 중심지인 보우더나트불탑을 둘러싼 순례길에서 분신자살했다. 2월13일은 티베트 신년 새해 명절인 ‘로싸르’ 이틀째이기도 하지만, 13대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 독립을 선언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에 100번째의 분신자가 된 것이다. 네팔 정부는 그의 주검을 돌려달라는 티베트인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몰래 화장하고 그를 기리는 행사를 금지했다. 자칫 네팔 내 티베트인의 대규모 반중시위가 될 사건을 덮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와 같은 중국정부 원조외교의 승리인 셈이다.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도 네팔에 대한 세계최대원조국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정치적으로 거둔 성과는 과연 무엇인지 그 실체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경제적으로는 지난 2월 28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이사장 김광재)이 구성한 한국 컨소시엄이 네팔에서 네팔 전기철도 실시설계 용역 등을 연속해서 수주했다. 또 도화엔지니어링과 건화엔지니어링이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한 ‘네팔 전기철도 2공구’ 사업, 남동발전이 수주한 어퍼트리슐리수력(216MW) 발전소, 아이크래프트가 수주한 네팔 정보통신부가 발주한 370만달러 규모의 정보고속화사업 프로젝트, 계룡건설이 수주한 1764억원 규모 수력발전프로젝트 등이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주도하는 칭짱철도의 네팔 수도 카트만두까지 연장 등을 고려하면 우리 정부 차원의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중국 총리가 지난해 11월 네팔 방문에서 1억 1900만 달러나 되는 거금을 네팔에 원조했다. 이보다 앞서 2011년에는 천빙더(陳炳德) 전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 네팔을 방문해 군사 우호협력 관계를 다졌다. 또 지난해 12월 26일에 바부람 바타라이 네팔 총리는 베이징(北京)에서 국제가 아닌 중국 국내 치안담당 최고책임자인 저우융캉(周永康)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회담했다. 하나의 중국을 표방한 중국에서 대만과 티베트 문제는 중국의 외교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내부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회담에서 네팔은 대만과 티베트 문제가 중국의 핵심이익이라는 것에 계속 지지를 표하면서 1400㎞ 국경을 맞댄 양국이 사법 집행과 안보 강화, 반(反) 테러 활동에 협력하기로 했다. 전날 멍젠주(孟建柱)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과의 면담에서 중국과의 사법 공조 강화를 약속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인 셈이다.  부탄보다는 덜 인도에 종속된 네팔이지만 인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나라가 가난한 네팔이다. 1950년대 이후 인도의 네팔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양국 간 외교적 마찰이 심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네팔 정부는 역사, 지리, 경제적 특수 관계로 인도와의 우호 관계 유지에 노력하고 인도는 네팔에 대해 서방 원조국에 견줄만한 대규모 원조를 제공하면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로서는 드물게 밀월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석유나 전기 등을 전적으로 인도에 의존하고 있는 네팔로서는 잦은 공급 중지와 협박 등 기본적으로 네팔인을 하인 취급하는 일부 인도인들의 대접이 달가울 리가 없다. 또 외교권을 인도에 맡긴 부탄 정부와 네팔정부의 관계는 양호하지 못하다. 네팔정부는 수세기에 걸쳐 부탄 영내에 이주해온 네팔어 사용 부탄인을 체제 내 위험 요소로 간주하고 축출하고 있다. 현재도 약 10만 명의 부탄 난민이 네팔 동남부 수용소에 집단 수용돼 있다고 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는 우리와 일본만은 아닌듯하다.  이처럼 인도를 두려워하는 네팔정부의 국가이익과 네팔인의 국민감정을 중국이 좌시할 리가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중국 정부는 중국 서장 티베트와 접경인 네팔 무스탕에 매년 5만 달러어치의 식량을 지원하고 있으며 룸비니에도 설탕 공장 등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Arniko Highway(104㎞), Kathmandu-Bhaktapur Trolly Bus(14km), Kathmandu Ring Road (27.2㎞) 등 고속도로의 완공 등은 모두 중국의 원조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중국 원조 약속 덕택인지 이미 2005년 11월 SAARC 정상회의에서 네팔정부는 중국의 SAARC 옵저버 국가 지위 부여에 적극 협조한 바 있다. 네팔에 대한 인도의 과도한 영향력에 대해 중국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양국의 국가이익은 당분간 충돌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네팔이 승냥이를 쫓기 위해 여우를 불러들이는 우를 범한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표하고 있다.  중국과 네팔의 밀월 관계로 네팔로 망명하는 티베트인은 몇 년 새 10분의 1로 줄었다. 네팔 내의 반중 활동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중국정부로서는 최근 수년간 네팔에 대한 경제원조의 결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자신감에서 인도의 국경정책을 인정하고 대신 티베트문제에 대한 지지를 얻어낸 것이다. IHT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네팔로 들어온 티베트 난민은 400여명이다. 2011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 워싱턴의 인권단체 ‘티베트를 위한 국제캠페인’은 “네팔 국경수비대 교육도 중국이 맡은 실정”이라며 “중국과 국경을 맞댄 14개국에서 차라리 네팔은 빼는 게 맞다”고까지 언급한다. 중국의 뜻대로 티베트망명정부는 고립무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리커창 총리의 파키스탄 방문에도 티베트에 대한 협조 요구가 당연히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4일 파키스탄은 대만과 티베트의 독립을 반대하고 ‘하나의 중국’이라는 영토 주권 원칙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또 3월 말 중국 신장자치구 가스(喀什)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을 비롯해 여러 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독일에 본부를 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을 공동의 위협 요소로 간주한다고 규정했다. 대만과 티베트뿐만 아니라 하나의 중국을 위협하는 위구르의 분리 독립운동도 차단하는 성과를 낸 것이다.  결국, 새로이 앞으로 10년을 지배하는 중국 시진핑-리커창 정부의 대 티베트 망명정부에 대한 외교적 협공이 일단락한 것이다. 앞으로 이에 맞서서 최근 중국 정보기관이 잠입시킨 스파이 티베트인 볜바 츠런(邊巴次仁, 33)을 체포한 티베트 망명정부가 양날의 칼인 분신 이외에 과연 어떤 방식으로 중국에 적절하게 홈런을 날릴지 기대된다. 또 우리 불교계가 중국불교계의 압력을 물리치고 티베트 망명정부와 연대해서 고령의 ‘달라이라마’ 초청과 관련해서 불교 신도들이 이해할 만한 어떤 정책과 방법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하도겸 히말라야 이야기]네팔서 승승장구하는 중국

기사등록 2013/05/27 07:00:00 최초수정 2016/12/28 07:30:57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