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마이클 잭슨, 그는 거기 있었다 '임모털 월드투어'

기사등록 2013/05/26 10:31:09

최종수정 2016/12/28 07:30:50

【나고야=뉴시스】이재훈 기자 =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1958~2009)이 1987년 발표한 앨범 '배드(Bad)' 수록곡 '스무드 크리미널(Smooth Criminal)'. 비장한 일렉 기타 소리와 잭슨의 끊어 치는 창법이 인상적인 이 곡이 더 유명해진 이유는 안무 '린 댄스(Lean Dance)' 때문이다.

 발을 무대에 고정하고 몸 상체를 45˚에 가깝게 기울이는 춤이다. 비밀은 잭슨이 개발한 특수 신발에 있다. 신발 뒷굽에 난 홈을 무대 위에 이미 만들어 놓은 돌기에 끼워 고정, 몸을 지탱한다. 이 신발은 특허로 등록됐다.

 '퀴담' '알레그리아' '바레카이'로 유명한 태양의 서커스가 '마이클 잭슨 재단'과 손잡고 진행 중인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투어'에서도 이 춤이 등장한다.

 24일 밤 일본 나고야 니혼 가이시홀에서 2시간가량 펼쳐진 이 공연 도중 잭슨처럼 분장한 10명의 댄서가 동시에 린댄스를 선보인 모습은 장관이었다.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투어'는 우리가 아는 잭슨의 모습을 이처럼 극대화한다. '린 댄스' 같이 비밀을 간직한 놀라운 퍼포먼스로 가득하다. 신발에 일부 체중을 의지하지만 결국 중력을 이겨내는 힘 분배가 필요한 '린 댄스'처럼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 것들이다.

 잭슨과 조합이 바로 연상이 되지 않는 태양의 서커스가 이 작품을 택한 것이 그래서 수긍이 간다. 잭슨의 히트곡 35여 곡을 엮어 그의 일대기를 그린 록 뮤지컬 콘서트인 이 작품에는 태양의서커스라서 가능한 무대 연출이 곳곳에 포진됐다.

 '댄저러스(Dangerous)'에서 여성 무용수가 봉 하나에 의지해 선보이는 다양한 애크러배틱은 입을 다물게 하지 못했다. 무덤에서 좀비들과 함께 춤을 추는 줄거리로 유명한 '스릴러(Thriller)' 뮤직비디오를 기괴한 분장을 한 댄서와 와이어, 역시 애크러바틱 등을 사용해 무대 위에 오롯하게 옮겨낸다.

 남녀 무용수가 와이어를 이용해 사랑의 애틋함과 격렬함을 아름답게 표현할 때는 달콤한 러브송 '아이 저스트 캔드 스톱 러빙 유(I Just Cant Stop Loving You)'가 쓰였다. '스크림(Scream)'을 들려줄 때는 탄성이 좋은 매트를 무대 위에 덧깔아 댄서들이 덤블링 등 각종 애크러배틱을 보여줄 수 있게 했다.

 '빌리 진'에서는 600개의 LED가 달린 한 벌의 옷을 입은 8명의 댄서가 캄캄한 공연장에서 야광 쇼를 펼쳤다. '블랙 오어 화이트(Black or White)' 무대에서는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사용된 몰핑 기법을 응용한 듯한 깃발 모양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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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직비디오에서는 몰핑 기법으로 국기가 시시각각 다양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무대에서는 영국과 노르웨이 국기 모양을 하나의 천에 조합하는 등 몇 나라의 국기를 짜깁기한 깃발로 무대를 채웠다. 흑인과 백인의 경계를 허문 팝스타인 잭슨이 바란 인종과 나라의 경계가 없는 평화의 소망이 반영된 무대였다.

 '비트 잇(Beat It)'의 상징과도 같은 장갑과 신발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거대한 모형으로 탈바꿈,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영상 활용과 무대 장치 조합도 돋보였다. 포문을 연 곡 '웨킹 데이 앤드 나이트(Working Day And Night)'에서 영상 속 소화전에서 분출되는 물과 실제 와이어를 조합, 댄서가 하늘로 솟구치는 물에 의해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이 묘사했다.

 '윌 유 비 데어(Will You Be There)'와 '아이 윌 비 데어'에서는 잭슨의 모습을 살려냈다. 무대 한가운데 내려온 천에 비춘 홀로그램으로 살려낸 전성기 모습에 이어진 '잭슨 파이브' 시절 잭슨의 모습은 짠함을 선사한다. 큰 잭슨과 작은 잭슨이 '너는 그곳에 있을 거야' '나는 그곳에 있을 거야'라고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 같았다.

 공연을 보고 나면 왜 제목이 '임모털(Immortal)'인지 수긍이 간다. 마지막 곡 '맨 인 더 미러'(Man In The Mirror)'에서 잭슨의 상징인 검은색 페도라를 쓴 댄서가 여러 장의 거울을 통해 끊임없이 복제될 때 잭슨은 불멸의 존재가 됐다. 잭슨이 생전에 꿈꿨던 '네버랜드'는 그렇게 완성됐다.  

 공연 내내 들리는 잭슨의 목소리는 녹음된 것이다. 반주까지 녹음된 잭슨의 기존 노래 음원에서 잭슨의 목소리만 추출했다. 여기에 기타와 베이스, 신시사이저 등 9인 밴드의 라이브 연주를 입혀 현장성을 강조했다. 보컬 2명이 코러스 등을 보태고 종종 녹음된 화음도 사용된다.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힌 옷을 입고 잭슨으로 분해 마임을 보여준 댄서, 실제 왼쪽 다리가 없음에도 목발을 이용한 화려한 춤을 선보인 댄서, 멀리서 보면 진짜 침팬지라고 해도 속을 정도로 그 동물 분장을 한 댄서 등이 공연의 화려함을 더했다.

 얌전하기로 소문난 일본팬들은 이날 1만 석을 매진시킨 것은 물론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특히 중간휴식 20분 동안 댄서들이 플로어 객석을 돌며 잭슨의 춤을 가르쳤다. 10여명의 관객은 단 5분 만에 '비트 잇' 춤을 소화한 뒤 군무를 보여줘 박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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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 '댄저러스 월드투어(Dangerous World Tour)' 때 잭슨과 인연을 맺은 제이미 킹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또 음악감독 그렉 필리게인스, 의상 디자이너 잘디 고코, 안무가 트래비스 페인 등 잭슨과 작업한 이들이 대거 스태프로 참여했다.

 '마이클 잭슨 재단'과 3년 계약을 하고 2011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출발한 이 투어는 내년까지 예정됐다. 다행인 것은 한국이 투어지로 포함됐다는 점이다. 나고야에 앞서 도쿄, 요코야마에서 공연한 이 작품은 후쿠오카 등을 돈다. 일본 모든 공연은 한 달 전에 이미 매진됐다.

 타이완 타이베이를 거쳐 7월 10~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입성한다. 와이어 등을 달기 위해 천장에 트러스를 설치하고 무대를 세우기 위해 바닥에 시멘트를 채워 넣는 등 이 공연만을 위해 체조경기장을 일부 고친다. 같은 달 17~21일에는 대구 엑스코로 이어진다. 엑스코 역시 이 공연만을 위해 일부를 손보는 중이다. 

 잭슨을 소재로 한 태양의 서커스의 또 다른 공연 '마이클 잭슨 원(ONE)'이 6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다. 그러나 현지 상주 작품으로 태양의 서커스의 잭슨 내한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6~16만원. 마스트엔터테인먼트. 02-541-3173

 마이클 잭슨, 진짜 그가 거기에 있었다 ★★★★☆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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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마이클 잭슨, 그는 거기 있었다 '임모털 월드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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