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작가 최인호, 그런데 경허와 그 제자들 이야기…‘할’

기사등록 2013/05/18 07:41:00

최종수정 2016/12/28 07:28:30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할 (최인호 지음 / 여백 펴냄)

 가톨릭 신자인 소설가 최인호(68)는 1990년대 초 불가의 가르침에 감화, 구한말 선승들의 흔적을 찾아 전국의 사찰을 돌아다녔다. 그가 발견한 첫 번째 선승은 근대 불교 선풍을 일으킨 경허 선사(1849∼1912)다.

 1993년, 최인호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편 ‘길 없는 길’을 펴냈다. 매스컴과 독자들에게 호평받으며 지난 10년 간 150만부 이상이 팔렸다. ‘단순한 구도소설의 한계를 뛰어넘은 최인호 인간주의 문학의 백미’라는 평도 뒤따랐다.

 경허 선사 열반 100주년이던 2012년, 최인호는 경허 선사와 그의 세 수법제자를 다시 떠올렸다. 2013년 석가탄신일에 맞춰 나온 최인호의 ‘할’은 ‘길 없는 길’ 중 경허 선사와 그의 수법제자 수월·혜월·만공의 이야기를 발췌해 재구성한 장편소설이다. 

 경허의 기행으로 시작된다. 겨울날 길가에 쓰러져 죽어가던 여인 한 명을 자신이 머물던 해인사로 데리고 온 경허는 여인과 조실에 틀어박힌 채 며칠 동안 두문불출한다. 한센병이 들어 온몸이 썩어 문드러진 여인을 스승 경허가 품에 안고 있었던 것이다.

 “스승 경허는 저 썩어가는 육체를 지닌 여인을 열흘 동안이나 곁에 두고 살을 맞대었다. 너는 그리할 수 있겠는가. 스승 경허는 제정신이 아닌 미친 저 여인을 열흘 동안 밥을 먹여주고 함께 다정히 말을 나누었다. 너는 그러할 수 있겠는가.” (20쪽)

 그의 수법제자인 수월·혜월·만공이 보인 선화와 그들이 남긴 법훈도 하나하나 좇았다. 세속뿐 아니라 불가에조차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철저히 사라진 수월, 이 세상에 거짓말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천진불 혜월, 일제에 의해 국운이 스러져 가고 불심이 퇴색해 가는 현실 앞에서 대중을 깨우친 만공을 그렸다.

 책의 제목 ‘할’은 사찰과 선원에서 학인을 꾸짖거나 말이나 글로써 나타낼 수 없는 도리를 나타내 보일 때 내뱉는 소리를 뜻하는 불교용어다. 최인호의 ‘할’은 법기와 수련이 높은 ‘깨달은 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기운 넘치는 ‘할’을 날린다. 부록으로 실린 경허·수월·혜월·만공의 사진들도 이해를 돕는다.

 최인호는 여는 글을 통해 “‘길 없는 길’을 통해 경허를 만나게 됐던 인연으로 열반 100주년을 맞아 경허의 법제자들을 다시 한 번 살려 봄으로써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고 아랫물이 맑으면 윗물도 맑다’는 진리를 야반삼경에 대문 빗장을 가만히 열어보는 심정으로 밝혀보았다. 하오니 조용히 들어와 제자들에게 때리고 ‘할’하는 경허의 여전한 고함 소리를 엿들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천주교 작가 최인호, 그런데 경허와 그 제자들 이야기…‘할’

기사등록 2013/05/18 07:41:00 최초수정 2016/12/28 07:28:30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