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이 불균형 어찌할꼬, 영화 ‘위대한 개츠비’

기사등록 2013/05/16 11:00:14

최종수정 2016/12/28 07:28:08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이 언밸런스를 어찌할 것인지, 할 말을 잃게 된다. 15일(현지시간) 시작한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인 할리우드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16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15일에야 국내언론에 공개됐다.

 세계적인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39)와 호주의 감각파 스타일리스트 버즈 루어만(51) 감독이 ‘로미오와 줄리엣’(1996) 이후 17년 만에 다시 만나, 당시 여주인공을 뽑은 방식처럼 디캐프리오가 직접 상대역을 맡아 오디션을 벌였다. 영국의 떠오르는 스타 캐리 멀리건(28)을 발탁하는 등 화제를 모았으나 영화는 과선적 대형 화물선처럼 기우뚱거린다.

 오랫동안 장편을 할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한 루어만 감독은 이 영화에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모두 때려 넣으려 했으나, 결국 자신의 한계를 다시 드러내고 말았다. 대표작인 ‘물랑루즈’(2001)에서 보여준 쇼무대 배경의 화려한 뮤지컬적 느낌, 시대배경이 애매한 초월적 세계를 창조하고자 한 ‘로미오와 줄리엣’식 의도를 합친 결과는 ‘이건 대체 뭐지?’라는 의문뿐이다. 142분이나 되는 러닝타임도 너무 길다.

 이야기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1925년 발표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소설 내용은 익히 알려져 있다. 피츠제럴드의 통찰하는 묘사력이 아니라면 그저 통속이라 할 만한 줄거리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 제이 개츠비(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거부 집안의 톰 뷰캐넌(조엘 에저트)과 결혼한 상류층 여인 데이지(캐리 멀리건)를 되찾기 위해 밀주업으로 신흥부자가 돼 데이지에게 다시 접근하지만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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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편 정도의 길이라 각색의 여지는 그다지 크지 않은데, 루어만 감독은 소설 속 관찰자 시점의 화자인 닉 캐러웨이(토비 매과이어)의 내러티브를 강조하기 위해 그가 요양원에 머물며 정신과의사의 권유로 뉴욕에서의 기억을 기록한다는 설정을 넣었다. 소설에서 포괄적으로 설명된 부분을 시각화하려고 베드신과 결말부에 구체적인 상황과 의도적인 대사를 더한 것이 달라진 점이다.

 초반부는 개츠비의 성 같은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에 집중한다. ‘물랑루즈’의 속편을 노렸나 싶을만큼 요란한 춤과 음악, 쇼걸들의 현대적인 무대와 뮤지컬적 구성은 뜬금없긴 하지만 화려한 볼거리이긴 하다. 극의 배경은 분명 1920년대 초로 등장인물들의 헤어스타일과 의상은 이를 따랐지만 고증에 충실한 영화는 아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대공황이 찾아오기 직전의 퇴폐적이고 흥성한 당시 졸부들의 방탕한 분위기를 한껏 풍기고자했으나, 힙합스타 제이 Z가 참여한 배경음악에는 재즈뿐 아니라 힙합, 디스코 풍까지 섞이면서 시대는 모호해졌다.

 화면은 전반적으로 누러면서도 원색 만은 강렬하게 표현되는 초기 컬러영화시대 같은 색감을 따랐는데, OST와 맞물려 70, 80년대가 연상될 따름이다. 루어만은 시대극이 아닌 모든 것이 새로운 세련된 세계를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저 20세기가 뒤죽박죽 뒤섞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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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부로 들어서며 갑자기 영화는 드라마에 충실해진다. 초반의 쇼무대는 ‘팬서비스’였다는 듯 원작을 고스란히 따라가면서 다소 지루해진다. 간간히 웃음을 야기하기도 하나 확 가라앉은 분위기는 전반부와 균형이 맞지 않는다.

 드라마 장르로서는 최초로 3D를 도입하고 웅장한 배경을 CG로 만들어내고 현란한 카메라워크를 사용하는 등 비주얼에 치중하는 바람에 배우들의 존재감과 연기력이 눌려버린 것도 문제다. 디캐프리오는 중년티를 물씬 풍기게 되면서 신흥부자가 된 32세 젊은이의 야심 넘치는 신선미를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했다. 그림에 압도된 듯 그의 카리스마는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에서 보여준 매력넘치는 사기꾼 사내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 외 배우들의 연기도 극적이긴 하나 대부분 생동감이 떨어진다. 루어만의 거대한 몽환적 세계에 함몰돼 버렸기 때문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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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이 불균형 어찌할꼬, 영화 ‘위대한 개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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