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득수 기자 = 대한민국 1%의 고객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외제차 딜러들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뭔가 특별하고 비밀스런 요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데, 이 업계에서 크게 성공한 한 딜러를 만나 그 내면을 살짝 들춰봤다.
주인공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아우디 용산전시장(이태원지점) 최정식(38) 지점장. 2002년 8월부터 뛰었으니 올해로 수입차 딜러 12년차다. 이태원은 부자동네의 하나로 꼽히는 ‘전략 지역’이다. 젊은 나이에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집 입구에 위치한 이태원 지점의 지휘를 맡은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뛰어난 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얘기에 앞서 먼저 경기가 침체된 요즘 외제차 시장의 흐름은 어떤지를 물어봤다.
“외제차는 우리나라의 최상류층이 주요 고객입니다. 부의 구조를 피라미드로 설명하자면 꼭짓점 부분에 위치한 사람들이죠. 이분들은 경기 흐름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외제차 판매량은 경기를 6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 같아요. 침체기에 접어들기 5~6개월 전에 조금 주춤하는 정도이고, 또 경기가 상승세를 타기 전에도 역시 그쯤 해서 약간 늘어나고 큰 폭으로 변하지는 않습니다.”
현금자산이 풍부한 부자들에게 경기 흐름은 생활에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다. 최 지점장의 설명에 따르면 만일 1억원짜리 차를 탄다면 그는 100억원대의 자산가라고 봐야 한다. 적어도 50평대 이상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금융자산이 3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측해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자산의 1%를 자동차 구매에 투입한다는 원칙은 외국선 일반화된 현상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이 공식은 거의 그대로 통용된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이 공식을 깨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학적으로 분석해볼 만한 흥미로운 의식의 변화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음이 수입차 시장에서 드러난다.
“20~30대 젊은 샐러리맨들도 5000만원 이상 1억원이 넘는 외제차를 구입하는 분들을 요즘 자주 만나게 됩니다. 젊은 층의 인생관과 가치관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거죠. 10여년 전만해도 젊은 사람들은 쓸 것 안 쓰고 아껴서 집을 사는 게 최고의 목표였는데 이젠 아니라는 거예요. 집보다 자동차를 중시합니다.”
샐러리맨이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해졌는데 거기에 매달려 삶의 많은 부분을 희생하느니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즐기겠다는 아주 현실적인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웬만하면 보통 3억~5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인생의 황금기인 20~40대를 허리띠 졸라매고 해봐야 빚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뭐냐는 거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요즘 젊은 사람들은 훨씬 똑똑하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다.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현실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게 현명한 처신이 아니겠는가. 젊은이들이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다고 탓할 것도 아니다. 그들만의 가치관을 존중해줘야 한다.
“집을 사는 건 먼 미래의 일이잖아요. 차는 현실의 일이고요. 부잣집 아들이 아니라도, 돈이 없어도, 신용이 좋으면 연봉 3000~4000만원인 직장인도 얼마든지 웬만한 외제차를 뽑을 수 있어요. 세대 간의 의식 차이겠지만, 요즘 사람들은 ‘일단 현재의 내가 즐겁지 않다면 미래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집이나 자동차는 삶의 수단일 뿐이지 목적으로 보지 않아요. 그들은 삶을 즐겁게 하는 수단으로 수입차를 타는 거라고 봅니다.”
이런 변화가 오랫동안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던 수입차가 의외로 빨리 대중화 되는 시기가 도래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열심히 일해서 원하는 걸 얻겠다는데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근로의욕을 북돋아 주고, 성취감과 생활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일이 된다면 경제사회적 측면에서도 충분히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국산차 대 외제차의 비율이 너무 편향돼 있습니다. 90:10 정도인데 이런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겁니다. 미국은 자국민이 자국산 차를 사는 비율이 30% 수준에 지나지 않아요. 그러니까 현대기아 같은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시장에 매년 100만대 이상 수출되고, 토요타가 미국 내 판매 1위에 오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는 한국인들이 국산차를 충성스럽게 사줬지만 자동차 회사들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대접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똑같은 브랜드라도 국내시장에 내놓는 것과 미국시장에 공급하는 차는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국 고객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승용차 안전기준이 한국보다 훨씬 엄격하고, 또 시장에서 완전경쟁에 가까울 만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기 때문에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독과점 체제가 공고히 유지되고 있고, 외제차의 점유율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은 한국에서는 기능과 안전도 면에서 제조사들이 ‘본의 아니게’ 고객에 대한 성의가 떨어질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최 지점장은 수입차 점유율은 빠른 속도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서울에서는 외제차를 흔하게 볼 수 있어 점유율이 높을 것 같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아직도 한 자리 숫자라고 한다. 현대기아 등 국산차 메이커들이 더 좋게 만들고, 싸게 만들어 시장을 지키기 위해 애쓸 것 아니겠느냐고 하자 그는 “아마도 국산차 회사들이 하기 싫어도 강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며 응수했다.
“그동안에는 고가 위주로 들어왔다면 앞으로는 중저가 수입차가 쏟아져 들어올 겁니다. 인도 중국 체코 같은 나라에서 들어오는 차는 무척 쌉니다. 이런 차들이 들어와 얼마나 팔릴지는 미지수죠. 그러나 한국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다이내믹한 시장이기 때문에 뭔가 하나가 소문이 나서 히트를 치면 시장 판도는 급속히 변할 거예요. 소비자들이 그간 알면서도 당해왔던 데 대한 복수심까지 폭발할 가능성도 크고요. 어쨌든 이런 상황은 품질과 서비스는 올라가고, 가격은 내려가게 만들겠지요.”
최 지점장은 수입차 업계에서는 유명한 큰 손이다. 많이 팔되 ‘한번 거래한 고객은 하늘처럼 모시는, 회사를 옮겨가도 찾는 카 마스터’로 알려져 있다. 승용차가 아닌 특수차량 랜드로버를 한 달에 4대~10대씩 팔았다는 것은 대단한 실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를 좋아해 미술대학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그는 디자인회사에 다니다 교수의 추천으로 꿈에 그리던 자동차회사에 들어갔다. 디자이너가 아니라 판매사원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차 4륜구동의 로망 랜드로바의 한국지사였다. 97년에 제대하고 3개월 공부하고 시각디자인과에 재입학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전부 아르바이트, 근로장학생 등으로 학비를 마련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12년간 딜러로 일했지만 7년차부터는 차를 팔지 않았어요. ‘차는 파는 게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는 고객이 사는’ 겁니다. 그래서 사 주신 분에게 AS만 열심히 해드렸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많이 팔게 됐어요. 제 고객은 타 보니 좋고 고장 나면 언제든 와서 완전하게 고쳐서 해결해드리니 친구와 가족 분들에게 저를 소개해 주셨기 때문이에요.”
외제차 타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과 걱정은 고장이 났을 때 AS일 것이다. 몇 년 타다 문제가 생겨 그 차를 판 딜러에게 전화해보면 잘 받지도 않고 아예 그만둔 경우가 많다.
그는 자기 고객의 차를 수리하러 가서도 그곳에 차를 고치러 온 다른 회사의 고객들까지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 정도로 전천후 영업능력을 갖고 있다. 그게 억지로 하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성실성이 기본이다. 설득력 있는 화법을 구사하는 수완도 갖고 있지만 진심이 묻어나기 때문이고, 타 회사 서비스센터 직원들까지 사로잡는 건 연기만으로 되는 건 아닐 것이다.
며칠 전에는 세계 최고급 브랜드 차를 갖고 있던 친구(여자)를 앞으로 친구가 아닌 차주로 모셨다고 한다. 그 자동차 판매회사는 딱 1년간 무상 수리를 해주는데 며칠 더 지난 1년 1개월쯤 돼서 주행 중 시동이 꺼졌고, 친구는 3주 동안 고치느라 고생을 했다. 딜러나 지점장이 조금 노력하면 얼마든지 무상 서비스를 해줄 수 있었는데 규정만 내세우며 거절했다. 차를 파는 데만 급급한 것이다. 그 친구는 앞으로 그 차를 평생 안타겠다는 다짐을 하고 그의 고객이 됐다. 그는 물론 친구가 타던 차를 최대한 잘 고쳐서 매각해 마무리해 줬다.
“차를 팔 때 늘 ‘앞으로 형님, 부모님처럼 모실 겁니다’라고 해도 거의가 ‘두고 보자’고 하실 뿐 그 말을 기억하지는 못하세요. 하지만 ‘두고 볼 일’은 머지않아 꼭 생깁니다. 고장 났을 때 제가 하는 서비스를 보고 그 말을 기억해 내십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방 산골에서도 전화 받으면 곧장 달려가 고객에게는 대차 해드리고 비, 눈을 다 맞으면서 완전하게 마무리해드립니다. 대신 팔 때 차 값을 깍지 말라는 말씀은 꼭 드리죠.”
그 후로는 100% 그를 신뢰해 준다. 대신 친구에게도 제값을 주고 사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만일 1억짜리 사면서 300만원 깎으면 딜러는 수중에 남는 게 없으니 딜러는 계속 돌봐줄 맘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를 파는 게 아니라 저를 파는 겁니다. 아우디로 옮길 때 사장님 면접에서 술을 마실 줄 아느냐 얼마나 마시느냐는 질문을 받고 저는 ‘소주 1병은 마실 수 있지만 전혀 마시지 않습니다. 언제든 고객이 콜을 하면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니까요’라고 답변했어요.” 언젠가 사장은 “나도 최정식 딜러한테서 차를 사고 싶다”고 많은 사원들 앞에서 말을 했다고 한다.
주목 받는 딜러가 된 비결은 단순했다. 고객을 최고로 모신다는 것 한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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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24호(4월23일~29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주인공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아우디 용산전시장(이태원지점) 최정식(38) 지점장. 2002년 8월부터 뛰었으니 올해로 수입차 딜러 12년차다. 이태원은 부자동네의 하나로 꼽히는 ‘전략 지역’이다. 젊은 나이에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집 입구에 위치한 이태원 지점의 지휘를 맡은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뛰어난 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얘기에 앞서 먼저 경기가 침체된 요즘 외제차 시장의 흐름은 어떤지를 물어봤다.
“외제차는 우리나라의 최상류층이 주요 고객입니다. 부의 구조를 피라미드로 설명하자면 꼭짓점 부분에 위치한 사람들이죠. 이분들은 경기 흐름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외제차 판매량은 경기를 6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 같아요. 침체기에 접어들기 5~6개월 전에 조금 주춤하는 정도이고, 또 경기가 상승세를 타기 전에도 역시 그쯤 해서 약간 늘어나고 큰 폭으로 변하지는 않습니다.”
현금자산이 풍부한 부자들에게 경기 흐름은 생활에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다. 최 지점장의 설명에 따르면 만일 1억원짜리 차를 탄다면 그는 100억원대의 자산가라고 봐야 한다. 적어도 50평대 이상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금융자산이 3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측해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자산의 1%를 자동차 구매에 투입한다는 원칙은 외국선 일반화된 현상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이 공식은 거의 그대로 통용된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이 공식을 깨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학적으로 분석해볼 만한 흥미로운 의식의 변화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음이 수입차 시장에서 드러난다.
“20~30대 젊은 샐러리맨들도 5000만원 이상 1억원이 넘는 외제차를 구입하는 분들을 요즘 자주 만나게 됩니다. 젊은 층의 인생관과 가치관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거죠. 10여년 전만해도 젊은 사람들은 쓸 것 안 쓰고 아껴서 집을 사는 게 최고의 목표였는데 이젠 아니라는 거예요. 집보다 자동차를 중시합니다.”
샐러리맨이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해졌는데 거기에 매달려 삶의 많은 부분을 희생하느니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즐기겠다는 아주 현실적인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웬만하면 보통 3억~5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인생의 황금기인 20~40대를 허리띠 졸라매고 해봐야 빚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뭐냐는 거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요즘 젊은 사람들은 훨씬 똑똑하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다.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현실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게 현명한 처신이 아니겠는가. 젊은이들이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다고 탓할 것도 아니다. 그들만의 가치관을 존중해줘야 한다.
“집을 사는 건 먼 미래의 일이잖아요. 차는 현실의 일이고요. 부잣집 아들이 아니라도, 돈이 없어도, 신용이 좋으면 연봉 3000~4000만원인 직장인도 얼마든지 웬만한 외제차를 뽑을 수 있어요. 세대 간의 의식 차이겠지만, 요즘 사람들은 ‘일단 현재의 내가 즐겁지 않다면 미래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집이나 자동차는 삶의 수단일 뿐이지 목적으로 보지 않아요. 그들은 삶을 즐겁게 하는 수단으로 수입차를 타는 거라고 봅니다.”
이런 변화가 오랫동안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던 수입차가 의외로 빨리 대중화 되는 시기가 도래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열심히 일해서 원하는 걸 얻겠다는데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근로의욕을 북돋아 주고, 성취감과 생활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일이 된다면 경제사회적 측면에서도 충분히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국산차 대 외제차의 비율이 너무 편향돼 있습니다. 90:10 정도인데 이런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겁니다. 미국은 자국민이 자국산 차를 사는 비율이 30% 수준에 지나지 않아요. 그러니까 현대기아 같은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시장에 매년 100만대 이상 수출되고, 토요타가 미국 내 판매 1위에 오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는 한국인들이 국산차를 충성스럽게 사줬지만 자동차 회사들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대접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똑같은 브랜드라도 국내시장에 내놓는 것과 미국시장에 공급하는 차는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국 고객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승용차 안전기준이 한국보다 훨씬 엄격하고, 또 시장에서 완전경쟁에 가까울 만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기 때문에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독과점 체제가 공고히 유지되고 있고, 외제차의 점유율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은 한국에서는 기능과 안전도 면에서 제조사들이 ‘본의 아니게’ 고객에 대한 성의가 떨어질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최 지점장은 수입차 점유율은 빠른 속도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서울에서는 외제차를 흔하게 볼 수 있어 점유율이 높을 것 같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아직도 한 자리 숫자라고 한다. 현대기아 등 국산차 메이커들이 더 좋게 만들고, 싸게 만들어 시장을 지키기 위해 애쓸 것 아니겠느냐고 하자 그는 “아마도 국산차 회사들이 하기 싫어도 강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며 응수했다.
“그동안에는 고가 위주로 들어왔다면 앞으로는 중저가 수입차가 쏟아져 들어올 겁니다. 인도 중국 체코 같은 나라에서 들어오는 차는 무척 쌉니다. 이런 차들이 들어와 얼마나 팔릴지는 미지수죠. 그러나 한국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다이내믹한 시장이기 때문에 뭔가 하나가 소문이 나서 히트를 치면 시장 판도는 급속히 변할 거예요. 소비자들이 그간 알면서도 당해왔던 데 대한 복수심까지 폭발할 가능성도 크고요. 어쨌든 이런 상황은 품질과 서비스는 올라가고, 가격은 내려가게 만들겠지요.”
최 지점장은 수입차 업계에서는 유명한 큰 손이다. 많이 팔되 ‘한번 거래한 고객은 하늘처럼 모시는, 회사를 옮겨가도 찾는 카 마스터’로 알려져 있다. 승용차가 아닌 특수차량 랜드로버를 한 달에 4대~10대씩 팔았다는 것은 대단한 실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를 좋아해 미술대학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그는 디자인회사에 다니다 교수의 추천으로 꿈에 그리던 자동차회사에 들어갔다. 디자이너가 아니라 판매사원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차 4륜구동의 로망 랜드로바의 한국지사였다. 97년에 제대하고 3개월 공부하고 시각디자인과에 재입학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전부 아르바이트, 근로장학생 등으로 학비를 마련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12년간 딜러로 일했지만 7년차부터는 차를 팔지 않았어요. ‘차는 파는 게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는 고객이 사는’ 겁니다. 그래서 사 주신 분에게 AS만 열심히 해드렸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많이 팔게 됐어요. 제 고객은 타 보니 좋고 고장 나면 언제든 와서 완전하게 고쳐서 해결해드리니 친구와 가족 분들에게 저를 소개해 주셨기 때문이에요.”
외제차 타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과 걱정은 고장이 났을 때 AS일 것이다. 몇 년 타다 문제가 생겨 그 차를 판 딜러에게 전화해보면 잘 받지도 않고 아예 그만둔 경우가 많다.
그는 자기 고객의 차를 수리하러 가서도 그곳에 차를 고치러 온 다른 회사의 고객들까지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 정도로 전천후 영업능력을 갖고 있다. 그게 억지로 하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성실성이 기본이다. 설득력 있는 화법을 구사하는 수완도 갖고 있지만 진심이 묻어나기 때문이고, 타 회사 서비스센터 직원들까지 사로잡는 건 연기만으로 되는 건 아닐 것이다.
며칠 전에는 세계 최고급 브랜드 차를 갖고 있던 친구(여자)를 앞으로 친구가 아닌 차주로 모셨다고 한다. 그 자동차 판매회사는 딱 1년간 무상 수리를 해주는데 며칠 더 지난 1년 1개월쯤 돼서 주행 중 시동이 꺼졌고, 친구는 3주 동안 고치느라 고생을 했다. 딜러나 지점장이 조금 노력하면 얼마든지 무상 서비스를 해줄 수 있었는데 규정만 내세우며 거절했다. 차를 파는 데만 급급한 것이다. 그 친구는 앞으로 그 차를 평생 안타겠다는 다짐을 하고 그의 고객이 됐다. 그는 물론 친구가 타던 차를 최대한 잘 고쳐서 매각해 마무리해 줬다.
“차를 팔 때 늘 ‘앞으로 형님, 부모님처럼 모실 겁니다’라고 해도 거의가 ‘두고 보자’고 하실 뿐 그 말을 기억하지는 못하세요. 하지만 ‘두고 볼 일’은 머지않아 꼭 생깁니다. 고장 났을 때 제가 하는 서비스를 보고 그 말을 기억해 내십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방 산골에서도 전화 받으면 곧장 달려가 고객에게는 대차 해드리고 비, 눈을 다 맞으면서 완전하게 마무리해드립니다. 대신 팔 때 차 값을 깍지 말라는 말씀은 꼭 드리죠.”
그 후로는 100% 그를 신뢰해 준다. 대신 친구에게도 제값을 주고 사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만일 1억짜리 사면서 300만원 깎으면 딜러는 수중에 남는 게 없으니 딜러는 계속 돌봐줄 맘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를 파는 게 아니라 저를 파는 겁니다. 아우디로 옮길 때 사장님 면접에서 술을 마실 줄 아느냐 얼마나 마시느냐는 질문을 받고 저는 ‘소주 1병은 마실 수 있지만 전혀 마시지 않습니다. 언제든 고객이 콜을 하면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니까요’라고 답변했어요.” 언젠가 사장은 “나도 최정식 딜러한테서 차를 사고 싶다”고 많은 사원들 앞에서 말을 했다고 한다.
주목 받는 딜러가 된 비결은 단순했다. 고객을 최고로 모신다는 것 한가지였다.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24호(4월23일~29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