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시진핑(習近平·59)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51)의 국제무대 데뷔에 중국 네티즌들이 열광했다.
시 주석이 펑 여사와 함께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 오르자 “중국의 새 이미지. 중국의 희망”, “마침내 중국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제일부인(第一夫人·퍼스트레이디)을 갖게 됐다”, “미국에 미셀 오바마가 있다면, 중국엔 펑리위안이 있다” 등 열광적 댓글들이 올라왔다.
지난달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한 시 주석의 청색 넥타이와 ‘커플룩’을 연출한 청색 스카프에 남색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비행기에서 내리는 펑리위안의 모습이 중국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틀 후 아프리카를 방문한 펑리위안은 탄자니아 경제 수도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해 흰 투피스 정장과 흰 핸드백, 반짝이는 황금샌들로 패션 감각을 과시하며 남편 시 주석의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비행기 트랩을 내려왔다.
중국 패션 잡지 편집자들은 모스크바 공항에서 보여준 펑리위안의 의상을 남색 트렌치코트부터 멋진 핸드백까지 자세히 살피며 평가했다. 중국 패션 블로그 징데일리는 펑리위안의 패션에 대해 보도하면서 펑리위안이 모스크바 공항에서 입은 트렌치코트는 자신이 좋아하는 자국 브랜드 ‘익셉션 드 믹스마인드(Exception de Mixmind)’로 가격은 300∼400달러고 브랜드가 없는 토드 형태의 그의 핸드백이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현지 음악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국민가수로 사랑받고 있는 펑리위안의 노래를 기대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에이즈 예방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펑리위안은 또 남아공 방문 중 시 주석의 정상회담 외 일정으로 에이즈 퇴치 관련 행사장을 방문해 연설함으로써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수행했다. 과거 중국의 퍼스트레이디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행보를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첫 해외 방문에서부터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시무룩한 표정의 이전 중국 지도자 부인들과 달리 펑리위안은 매력적이고 세련된 국민가수 출신으로 나름 자신만의 새 영역을 개척할 것으로 보인다.
1960년대 활발하게 정치활동에 개입했던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의 부인 장칭(江靑)이 남편의 사후 문화혁명의 대혼란을 일으킨 4인방 중 주모자로 체포돼 종신형으로 복역하다 사망한 후 중국의 퍼스트레이디들은 국내외에서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부인 류융칭(劉永淸)은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2011년 후 주석의 미국 방문에도 동행하지 않았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부인 왕예핑(王冶坪)이나 덩샤오핑(鄧小平)의 부인 줘린(卓琳)도 해외 순방에 거의 동행하지 않았고 함께 가도 눈에 띄는 행동을 삼갔다.
중국 외교부가 세계에서 중국의 국가 이미지 개선에 고심하는 가운데 국내외 청중이 반할 소프라노 창법을 가진 펑리위안은 매우 반가운 선물이다.
무력이 아닌 외교술과 설득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능력인 일명 ‘소프트 파워’를 가진 인물을 내세우지 못하는 것을 우려한 중국 정부는 최근 전직 대사와 명사로 구성된 공공외교학자협회를 출범시켰다. 양제츠(楊潔篪) 중국 전 외교부장은 이 협회 설립 목적에 대해 중국의 목소리와 이야기에 흡입력과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공공연히 자국기업 특히 광산업체와 건설업체를 위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현지 요구에 더 민감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타 파워를 가진 펑리위안의 외교무대 데뷔로 중국 외교관들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도 있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펑리위안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공산당 서기장을 인간적으로 보이게 했던 라이사 고르바초프에 비유하지만, 시 주석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서기장을 공산주의 국가들을 실망하게 한 인물로 지목한 바 있어 이 비유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그를 외향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으로 패션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셀 오바마 여사와 거의 동급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오바마 집권 2기 중 펑리위안과 미셀 오바마가 미국에서든 중국에서든 남편들과 나란히 서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양국 정상 부부들은 공통점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딸 2명을 뒀고 시 주석 부부도 2010년 미국 하버드대 본과생으로 입학한 외동딸 시밍쩌(習明澤·21)를 뒀다.
산둥(山東)성의 현(縣) 문화관장으로 하급간부였던 아버지와 현(縣)극단소속 가수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펑리위안은 결혼 전 이미 남편 시 주석보다 더 유명했다. 그는 14살 때 산둥예술학교 입학했고 18살 때부터 인민해방군 가무단에 입단했다. 그는 곧 중국군의 용맹을 보여주는 창작가극과 민요에 잘 맞는 목소리로 재능 있는 가수로 유명해졌다.
1983년 춘제 때 그는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래해 스타덤에 오른 뒤 몇 십년 간 춘제 때마다 이 TV 방송에 출연하는 국민가수가 됐다. 그는 이 쇼에 상의는 몸매가 드러나고 치마는 화려하게 장식한 대담한 색상의 드레스를 입었다. 그가 부른 대표적인 가곡은 ‘희망의 들에서(在希望的田野上)’, ‘우리들의 황하 태산(我是河泰山)’, ‘강산(江山)’ 등이다.
1986년 그는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 부시장이던 시진핑 주석을 만나 이듬해 9월 결혼했다.
2002년 군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소장 계급을 부여 받은 펑리위안은 2004년 남장하고 병든 아버지 대신 군에 입대한 여성 영웅 화목란(花木蘭)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가극 ‘목란시편(木蘭詩篇)’의 여주인공을 맡아 열연했다. 이어 2005년 미국 뉴욕에 있는 링컨센터에서, 2008년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국립 오페라하우스에서 여주인공을 연기했다.
2007년 시 주석이 부주석에 오르자 펑리위안은 전통적인 중국 지도자의 부인이 내조했던 것처럼 무대에 서는 일을 줄였다. 그래도 중국 현지 언론들은 그가 중국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가무단장으로 활동하는 모습들을 연일 보도했다.
2009년 금연 홍보 대사로 활동했던 그는 2011년 2년 임기의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결핵 예방 친선대사로 임명된 뒤 에이즈 퇴치를 위한 활동에 나섰고 지난해에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빌 게이츠 회장과 금연 광고 촬영 등 공익·자선사업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 줘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21호(4월2일~8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시 주석이 펑 여사와 함께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 오르자 “중국의 새 이미지. 중국의 희망”, “마침내 중국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제일부인(第一夫人·퍼스트레이디)을 갖게 됐다”, “미국에 미셀 오바마가 있다면, 중국엔 펑리위안이 있다” 등 열광적 댓글들이 올라왔다.
지난달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한 시 주석의 청색 넥타이와 ‘커플룩’을 연출한 청색 스카프에 남색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비행기에서 내리는 펑리위안의 모습이 중국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틀 후 아프리카를 방문한 펑리위안은 탄자니아 경제 수도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해 흰 투피스 정장과 흰 핸드백, 반짝이는 황금샌들로 패션 감각을 과시하며 남편 시 주석의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비행기 트랩을 내려왔다.
중국 패션 잡지 편집자들은 모스크바 공항에서 보여준 펑리위안의 의상을 남색 트렌치코트부터 멋진 핸드백까지 자세히 살피며 평가했다. 중국 패션 블로그 징데일리는 펑리위안의 패션에 대해 보도하면서 펑리위안이 모스크바 공항에서 입은 트렌치코트는 자신이 좋아하는 자국 브랜드 ‘익셉션 드 믹스마인드(Exception de Mixmind)’로 가격은 300∼400달러고 브랜드가 없는 토드 형태의 그의 핸드백이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현지 음악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국민가수로 사랑받고 있는 펑리위안의 노래를 기대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에이즈 예방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펑리위안은 또 남아공 방문 중 시 주석의 정상회담 외 일정으로 에이즈 퇴치 관련 행사장을 방문해 연설함으로써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수행했다. 과거 중국의 퍼스트레이디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행보를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첫 해외 방문에서부터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시무룩한 표정의 이전 중국 지도자 부인들과 달리 펑리위안은 매력적이고 세련된 국민가수 출신으로 나름 자신만의 새 영역을 개척할 것으로 보인다.
1960년대 활발하게 정치활동에 개입했던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의 부인 장칭(江靑)이 남편의 사후 문화혁명의 대혼란을 일으킨 4인방 중 주모자로 체포돼 종신형으로 복역하다 사망한 후 중국의 퍼스트레이디들은 국내외에서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부인 류융칭(劉永淸)은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2011년 후 주석의 미국 방문에도 동행하지 않았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부인 왕예핑(王冶坪)이나 덩샤오핑(鄧小平)의 부인 줘린(卓琳)도 해외 순방에 거의 동행하지 않았고 함께 가도 눈에 띄는 행동을 삼갔다.
중국 외교부가 세계에서 중국의 국가 이미지 개선에 고심하는 가운데 국내외 청중이 반할 소프라노 창법을 가진 펑리위안은 매우 반가운 선물이다.
무력이 아닌 외교술과 설득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능력인 일명 ‘소프트 파워’를 가진 인물을 내세우지 못하는 것을 우려한 중국 정부는 최근 전직 대사와 명사로 구성된 공공외교학자협회를 출범시켰다. 양제츠(楊潔篪) 중국 전 외교부장은 이 협회 설립 목적에 대해 중국의 목소리와 이야기에 흡입력과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공공연히 자국기업 특히 광산업체와 건설업체를 위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현지 요구에 더 민감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타 파워를 가진 펑리위안의 외교무대 데뷔로 중국 외교관들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도 있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펑리위안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공산당 서기장을 인간적으로 보이게 했던 라이사 고르바초프에 비유하지만, 시 주석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서기장을 공산주의 국가들을 실망하게 한 인물로 지목한 바 있어 이 비유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그를 외향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으로 패션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셀 오바마 여사와 거의 동급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오바마 집권 2기 중 펑리위안과 미셀 오바마가 미국에서든 중국에서든 남편들과 나란히 서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양국 정상 부부들은 공통점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딸 2명을 뒀고 시 주석 부부도 2010년 미국 하버드대 본과생으로 입학한 외동딸 시밍쩌(習明澤·21)를 뒀다.
산둥(山東)성의 현(縣) 문화관장으로 하급간부였던 아버지와 현(縣)극단소속 가수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펑리위안은 결혼 전 이미 남편 시 주석보다 더 유명했다. 그는 14살 때 산둥예술학교 입학했고 18살 때부터 인민해방군 가무단에 입단했다. 그는 곧 중국군의 용맹을 보여주는 창작가극과 민요에 잘 맞는 목소리로 재능 있는 가수로 유명해졌다.
1983년 춘제 때 그는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래해 스타덤에 오른 뒤 몇 십년 간 춘제 때마다 이 TV 방송에 출연하는 국민가수가 됐다. 그는 이 쇼에 상의는 몸매가 드러나고 치마는 화려하게 장식한 대담한 색상의 드레스를 입었다. 그가 부른 대표적인 가곡은 ‘희망의 들에서(在希望的田野上)’, ‘우리들의 황하 태산(我是河泰山)’, ‘강산(江山)’ 등이다.
1986년 그는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 부시장이던 시진핑 주석을 만나 이듬해 9월 결혼했다.
2002년 군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소장 계급을 부여 받은 펑리위안은 2004년 남장하고 병든 아버지 대신 군에 입대한 여성 영웅 화목란(花木蘭)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가극 ‘목란시편(木蘭詩篇)’의 여주인공을 맡아 열연했다. 이어 2005년 미국 뉴욕에 있는 링컨센터에서, 2008년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국립 오페라하우스에서 여주인공을 연기했다.
2007년 시 주석이 부주석에 오르자 펑리위안은 전통적인 중국 지도자의 부인이 내조했던 것처럼 무대에 서는 일을 줄였다. 그래도 중국 현지 언론들은 그가 중국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가무단장으로 활동하는 모습들을 연일 보도했다.
2009년 금연 홍보 대사로 활동했던 그는 2011년 2년 임기의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결핵 예방 친선대사로 임명된 뒤 에이즈 퇴치를 위한 활동에 나섰고 지난해에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빌 게이츠 회장과 금연 광고 촬영 등 공익·자선사업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 줘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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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21호(4월2일~8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