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남성기 보자고 난해한 영화를?…홀리모터스

기사등록 2013/03/25 06:01:00

최종수정 2016/12/28 07:11:49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프랑스 감독 레오스 카락스의 13년만의 장편 컴백작이 ‘홀리 모터스’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제한상영가 판정을 하자 문제가 된 부분을 흐릿하게 ‘블러’ 처리한 뒤 개봉하게 됐다.

 지난 11일 영등위는 남성 성기가 발기된 채로 1분55초간 지속적으로 노출된 부분을 지적,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분류했다. 이 등급을 받은 영상물은 제한상영관으로 등록된 극장에서만 상영과 홍보가 가능하다. 한국에는 제한상영관이 한 곳도 없으므로 사실상 상영불가 처분이다. 결국 수입·배급사 오드 측은 제작자·감독과 상의해 문제가 된 장면의 1분38초가량을 블러 처리해 재심의를 신청했고, 20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 영화는 카락스 감독이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은 여자친구의 죽음을 딛고 만든 작품이다. 여자친구는 2011년 사인이 알려지지 않은 채 숨진 러시아 배우 예카테리나 고루베바로,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직전 그녀의 사진이 잠시 공개되기도 한다. 2012년 칸국제영화제 젊은영화상 수상을 시작으로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총 2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17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카락스 감독의 개인적 체험과 성숙도만큼 영화는 한결 더 어려워지고 인생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난해한 예술영화’다. 대중성 있는 영화가 아니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에서 무의식을 자극하는 인생의 묘미와 나름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한다면 혹은 지적 도전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한 번 봐서 끝낼 영화도 아니다. 주인공이 왜 저런 행위예술을 벌이는지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 것도 아니다. 다만, 여러 가지 유머러스하고 코믹한 면들이 산재해있으므로 프랑스식 유머와 혼신을 다한 배우의 연기를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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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내용은 오스카(드니 라방)가 분장실 역할을 하는 리무진(홀리 모터스)를 타고 걸인, 모션캡처 전문 배우, 광인, 아버지, 아코디언 연주자, 암살자, 희생자, 죽어가는 남자, 집안의 남자 등 아홉개 역할을 연기하며 벌어지는 일들이다. 오스카 자신과 아침에 저택에서 나오며 연기하는 백발의 사업가 역을 더하면 1인11역을 하는 셈이다. 그는 맡겨진 역할을 연기하지만, 무대나 촬영을 위한 연기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삶에서 주어진 직분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역할극이나 마찬가지인 인생 또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숙명을 은유하는 듯하다.

 감독은 마지막에서야 좀 친절해진다.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주어진 지시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마친 오스카가 자정이 넘었는지 확인하면서 “다음 생에서나 웃게 되면 어쩌지”라고 하는 대사에서, 이 하루가 한 인생이었음을 드러낸다. 이때 나오는 샹송 ‘레비브레’(다시 살다) 가사는 이 영화의 주제를 되새김하며 음미토록 한다.

 문제의 발기한 성기노출 장면은 오스카가 광인으로 분했을 때 나온다. 광인분장을 하고 묘지로 들어선 오스카는 톱모델 캐이 M(에바 멘데스)의 촬영현장에 난입, 그녀를 둘러 메고 지하묘지로 숨어든다. 캐이가 입은 드레스를 찢어 두건을 만들어 씌우고 그 유명한 피에타, 즉 성모 마리아가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모습을 재현한다. 여기서 벌거벗고 캐이의 무릎 위에 죽은 듯 드러누운 오스카의 성기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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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배급사 오드(대표 김시내)는 22일 시사회 직후 공식입장을 내고 “‘홀리 모터스’는 단순히 성기노출 장면 하나만으로 외설적이고 자극적으로 치부돼선 안 되는 작품”이라며 “봉준호, 레오스 카락스, 미셸 공드리의 2008년도 옴니버스 영화 ‘도쿄!’의 광인 캐릭터와 이어지는 이 역할은 인간 본연의 야수성과 동물성을 표현한 캐릭터”라고 노출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제한상영가 전용관이 없는 국내현실에서 포르노로 분류되는, 직접적 성행위만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가 아닌 영화에까지 이렇게 기계적 검열을 해야하는지, 강한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있는 상황에서 성인에게까지 감독 본래의 의도에 의한 연기를 원본대로 감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일종의 모욕이다. 어찌보면 인간의 신체부위 중 한 곳일 뿐인 성기에 수치심이라는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시대착오적 잣대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상영 중 뜬금없이 화면에 등장하는 희뿌연 솜뭉치가 영화에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도 사실이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성토가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간다.

 대중성있는 영화도 아닌데 온라인에서도 맘만 먹으면 접할 수 있는 남성기를 보려는 목적으로만 이 난해한 영화를 보러올 관객이 얼마나 될는지도 의문이다. 동일선상에서 영등위의 개입으로 이뤄진 떠들썩한 논란이 영화 흥행에 그다지 도움이 될 것도 아니다. 4월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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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남성기 보자고 난해한 영화를?…홀리모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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