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한국에서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000만 배우 대열로 들어섰다. 미국 할리우드로 진출하며 월드스타덤을 향해 치닫고 있는 이병헌(43)이다. 그가 의외의 고민을 털어놨다.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 2’의 28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만난 이병헌은 “한국영화 시나리오를 많이들 안 줘서 차기작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할리우드 입성으로 빅스타가 된 그가 부담스러워 출연을 제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는지….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어떤 영화를 하고 싶을까. 정해놓은 것은 없다고 한다. “다음엔 뭘 해야겠다고 정해놓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전략적이었다면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어둡고 심각한, 비슷한 정서를 가진 영화를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미’다. ‘놈놈놈’, ‘달콤한 인생’, ‘중독’, ‘그해여름’ 등이 다 그랬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재밌다고 생각되면 출연을 결정한다”고 답했다.
‘도둑들’처럼 멀티캐스팅이 유행인 것에 대해서는 “70년생 배우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여럿이 같이 나오면 재밌을 것 같다”며 “얼마 전 동갑인 류승룡씨와 함께 연극 ‘광해’를 보러가서 우리끼리 함께할 수 있는 작품이 없을까, 얘기를 하긴 했는데 딱 맞는 시나리오가 없는 것이 문제다. 이야기만 재밌다면 분량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라며 아쉬워했다.
할리우드 쪽 차기작도 미정이다. 에이전트가 있어 스크립트를 보내주긴 하는데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지 못했다. “아시아에서 활동하던 배우가 할리우드로 넘어갔을 때 맡을 수 있는 배역이 아무래도 액션위주의 역할인데, 점점 동양인 배우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배역이 들어온다는 것은 좋은 징조”라며 “로맨틱 코미디에서 주요한 역할 하나가 들어왔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가벼워서 거절했다.
3월 미국 개봉하는 제러드 버틀러, 모건 프리먼, 릭 윤이 나오는 ‘올림퍼스 해스 폴른’은 뉴올리언스에서 ‘지아이조2’를 찍고 있을 때 제의가 들어왔는데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거절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액션영화 출연제안을 접한 상태이나 출연여부를 답하지 않은 상태다.
이병헌은 3편의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다. 가장 최근 촬영을 마친 영화는 올 8월 개봉하는 ‘레드2’다. 지난해 8월 시작해 12월 영국에서 촬영을 마쳤다. 은퇴한 CIA 요원들이 유럽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적과 싸우는 이야기다. 브루스 윌리스, 헬렌 미렌, 앤서니 홉킨스, 존 말코비치, 캐서린 지터 존스 등 어마어마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병헌은 이들과 함께 런던 한국영화제에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관람했다.
“오랜 친구 사이인 (‘지아이조2’, ‘레드2’ 제작자인) 로렌조 디 보나벤추라와 브루스 윌리스가 나란히 앉아 관람했는데, 로렌조가 전하길 브루스가 그렇게 크게 웃는 건 처음 봤다고 얘기하더라. 헬렌 미렌은 일반관객들과 함께 질의응답시간까지 남아있었다. 영화 끝나고 ‘광해 재밌었어, 정말 좋았어’라고 하더니 한달내내 그 얘기를 반복해 정말 재밌게 봤나보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흐뭇해했다.
첫 번째 할리우드 진출작인 ‘지아이조’를 찍을 때는 ‘꿔다놓은 보릿자루’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지아이조2’를 찍으며 한결 높아진 위상을 실감했다. 1편이 캐릭터를 소개하는데 그쳤다면, 2편에서는 그동안 숨겨졌던 부분이 다 밝혀지며 뜨거운 감정을 쏟아내는 등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자신이 맡은 스톰 섀도 역에 대해 “‘지아이조’라는 만화원작이 50년 이상 된 ‘국민만화’이고, 스톰 섀도는 어마어마하게 인기있는 캐릭터다. 미국인들은 캐릭터들과 그사이의 갈등에 대해서 샅샅이 알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복면 쓴 두 닌자가 싸우나보다 하겠지만, 스톰 섀도와 스네이크 아이즈의 대결은 마치 이소룡과 성룡의 대결처럼 흥분할 수 있는 요소”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제작사는 이병헌을 앞세워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자하는 의도도 드러냈다. “(투자·제작사인) 파라마운트에서 불러서 갔더니 마케팅 최고책임자가 비밀스럽게 영화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어떤 것을 첨가시키기를 바라는지, 음악은 어떤지 등을 물으며 자문하더라”며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아시아 시장을 엄청 의식하는구나 싶어 뿌듯했다”고 털어놓았다.
미국 현지에서의 한국영화 위상도 무척 높아졌다면서 “가장 많이 본 한국영화는 ‘올드보이’인 것 같고, ‘놈놈놈’, ‘공동경비구역 JSA’ 얘기를 많이 한다. 뉴올리언스에서 ‘지아이조2’를 촬영하고 있을 때 마침 박찬욱 감독이 테네시에서 ‘스토커’, 김지운 감독이 뉴멕시코에서 ‘라스트 스탠드’를 찍었다. 서로 안부문자를 지속적으로 주고받다가 다들 촬영이 끝나고 LA에서 모인 적이 있었는데, 말은 안 했지만 마음에 맞는 한국감독, 배우와 함께 할리우드에서 새로움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떠올렸다.
한국과 할리우드 활동 비율은 그동안 해온 대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할리우드는 호기심에 가득 찬 느낌으로 계속 나아가고 알아가고 싶은 곳이긴 하지만, 한국영화가 내게는 가장 중요하다”며 “한국에서 나고 자라고 살아왔기에 이를 바탕으로 한 정서로 한국어로 하는 연기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아이조2’는 코브라 군단의 음모로 지아이조 군단이 초토화 당한 상태에서 살아남은 로드 블럭(드웨인 존슨), 레이디 제인(에리드리앤 팰리키), 플린트(D J 코트로너)가 지아이조의 원년멤버 조 콜턴(브루스 윌리스)의 도움을 받아 세계를 구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19호(3월25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 2’의 28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만난 이병헌은 “한국영화 시나리오를 많이들 안 줘서 차기작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할리우드 입성으로 빅스타가 된 그가 부담스러워 출연을 제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는지….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어떤 영화를 하고 싶을까. 정해놓은 것은 없다고 한다. “다음엔 뭘 해야겠다고 정해놓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전략적이었다면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어둡고 심각한, 비슷한 정서를 가진 영화를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미’다. ‘놈놈놈’, ‘달콤한 인생’, ‘중독’, ‘그해여름’ 등이 다 그랬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재밌다고 생각되면 출연을 결정한다”고 답했다.
‘도둑들’처럼 멀티캐스팅이 유행인 것에 대해서는 “70년생 배우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여럿이 같이 나오면 재밌을 것 같다”며 “얼마 전 동갑인 류승룡씨와 함께 연극 ‘광해’를 보러가서 우리끼리 함께할 수 있는 작품이 없을까, 얘기를 하긴 했는데 딱 맞는 시나리오가 없는 것이 문제다. 이야기만 재밌다면 분량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라며 아쉬워했다.
할리우드 쪽 차기작도 미정이다. 에이전트가 있어 스크립트를 보내주긴 하는데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지 못했다. “아시아에서 활동하던 배우가 할리우드로 넘어갔을 때 맡을 수 있는 배역이 아무래도 액션위주의 역할인데, 점점 동양인 배우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배역이 들어온다는 것은 좋은 징조”라며 “로맨틱 코미디에서 주요한 역할 하나가 들어왔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가벼워서 거절했다.
3월 미국 개봉하는 제러드 버틀러, 모건 프리먼, 릭 윤이 나오는 ‘올림퍼스 해스 폴른’은 뉴올리언스에서 ‘지아이조2’를 찍고 있을 때 제의가 들어왔는데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거절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액션영화 출연제안을 접한 상태이나 출연여부를 답하지 않은 상태다.
이병헌은 3편의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다. 가장 최근 촬영을 마친 영화는 올 8월 개봉하는 ‘레드2’다. 지난해 8월 시작해 12월 영국에서 촬영을 마쳤다. 은퇴한 CIA 요원들이 유럽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적과 싸우는 이야기다. 브루스 윌리스, 헬렌 미렌, 앤서니 홉킨스, 존 말코비치, 캐서린 지터 존스 등 어마어마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병헌은 이들과 함께 런던 한국영화제에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관람했다.
“오랜 친구 사이인 (‘지아이조2’, ‘레드2’ 제작자인) 로렌조 디 보나벤추라와 브루스 윌리스가 나란히 앉아 관람했는데, 로렌조가 전하길 브루스가 그렇게 크게 웃는 건 처음 봤다고 얘기하더라. 헬렌 미렌은 일반관객들과 함께 질의응답시간까지 남아있었다. 영화 끝나고 ‘광해 재밌었어, 정말 좋았어’라고 하더니 한달내내 그 얘기를 반복해 정말 재밌게 봤나보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흐뭇해했다.
첫 번째 할리우드 진출작인 ‘지아이조’를 찍을 때는 ‘꿔다놓은 보릿자루’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지아이조2’를 찍으며 한결 높아진 위상을 실감했다. 1편이 캐릭터를 소개하는데 그쳤다면, 2편에서는 그동안 숨겨졌던 부분이 다 밝혀지며 뜨거운 감정을 쏟아내는 등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자신이 맡은 스톰 섀도 역에 대해 “‘지아이조’라는 만화원작이 50년 이상 된 ‘국민만화’이고, 스톰 섀도는 어마어마하게 인기있는 캐릭터다. 미국인들은 캐릭터들과 그사이의 갈등에 대해서 샅샅이 알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복면 쓴 두 닌자가 싸우나보다 하겠지만, 스톰 섀도와 스네이크 아이즈의 대결은 마치 이소룡과 성룡의 대결처럼 흥분할 수 있는 요소”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제작사는 이병헌을 앞세워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자하는 의도도 드러냈다. “(투자·제작사인) 파라마운트에서 불러서 갔더니 마케팅 최고책임자가 비밀스럽게 영화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어떤 것을 첨가시키기를 바라는지, 음악은 어떤지 등을 물으며 자문하더라”며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아시아 시장을 엄청 의식하는구나 싶어 뿌듯했다”고 털어놓았다.
미국 현지에서의 한국영화 위상도 무척 높아졌다면서 “가장 많이 본 한국영화는 ‘올드보이’인 것 같고, ‘놈놈놈’, ‘공동경비구역 JSA’ 얘기를 많이 한다. 뉴올리언스에서 ‘지아이조2’를 촬영하고 있을 때 마침 박찬욱 감독이 테네시에서 ‘스토커’, 김지운 감독이 뉴멕시코에서 ‘라스트 스탠드’를 찍었다. 서로 안부문자를 지속적으로 주고받다가 다들 촬영이 끝나고 LA에서 모인 적이 있었는데, 말은 안 했지만 마음에 맞는 한국감독, 배우와 함께 할리우드에서 새로움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떠올렸다.
한국과 할리우드 활동 비율은 그동안 해온 대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할리우드는 호기심에 가득 찬 느낌으로 계속 나아가고 알아가고 싶은 곳이긴 하지만, 한국영화가 내게는 가장 중요하다”며 “한국에서 나고 자라고 살아왔기에 이를 바탕으로 한 정서로 한국어로 하는 연기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아이조2’는 코브라 군단의 음모로 지아이조 군단이 초토화 당한 상태에서 살아남은 로드 블럭(드웨인 존슨), 레이디 제인(에리드리앤 팰리키), 플린트(D J 코트로너)가 지아이조의 원년멤버 조 콜턴(브루스 윌리스)의 도움을 받아 세계를 구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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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19호(3월25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