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프로축구 승부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됐던 부산 아이파크의 이정호(32)와 김응진(26)이 계사년 설날 그라운드에서 다시 섰다.
부산 구단은 지난 10일 홍콩 스타디움에서 열린 컵대회에서 홍콩 올스타와 격돌해 3-1 승리를 거뒀다고 12일 전했다.
평범한 대회였지만 이정호와 김응진에게는 특별한 한 판이었다. 이들은 승부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았다가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 받아 부활을 꿈꾸고 있다.
경기 후 이정호는 "이제는 딸에게 당당한 아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고, 김응진은 "앞으로는 어머니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호와 김응진은 지난 2010년 10월27일 수원삼성전을 약 한 달 앞두고 친하게 지내던 동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조직폭력배에게 협박을 받고 있으니 승부조작을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선 막무가내로 돈을 건넸다.
이정호와 김응진은 경기 당일 고민 끝에 최선을 다해 뛰기로 결정하고, 돈은 나중에 돌려주기로 했다. 그러나 경기 후 돈을 돌려줄 수 없었다. 동료가 잠적해 버렸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조폭에게서 협박받고 있다는 것은 승부조작으로 유인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7개월 후 창원 지검이 승부조작 사건을 본격 수사하기 시작했다.
이정호는 "일이 터지고 나서야 큰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죄책감에 하루에 두 시간도 못 잤다. 매일 쫓기는 기분이었다. 검찰에 자진 신고를 한 뒤에야 비로소 마음도 편해지고 잠도 잘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자진신고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프로연맹으로부터 영구 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축구에 걸었던 일생이 와르르 무너졌다.
승부조작으로 영구 제명된 관계자는 58명이다. 그중 법정에서 무죄가 입증된 선수는 이정호와 김응진을 포함해 5명뿐이다.
이정호와 김응진은 자진신고를 했고, 경기 중 최선을 다해 뛰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법원의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가 나오자 프로연맹에서도 지난해 11월 징계를 철회했다.
원 소속팀 부산도 이들을 다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들 이외에 홍성요(34)도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은퇴를 선택했다.
이정호는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4월 첫딸이 태어났다. 아이가 자라 아빠가 승부조작을 했다고 알까 봐 개명을 할까 고민하기도 했다"며 당시의 복잡했던 심정을 전했다.
김응진은 "힘든 시기였지만 어머니가 나만 보면 '너 때문에 내가 산다'고 말씀하시며 용기를 줬다. 무죄가 확정되던 날 어머니를 잡고 엉엉 울었다. 앞으로 어머니를 위해 뛰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승부조작에 대해 "정말 한순간의 실수 때문에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 선수가 많다. 승부조작을 가볍게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절대로 우리 같은 후배들이 다시 나와서는 안 된다"며 몸서리쳤다.
이정호와 김응진은 윤성효 부산 감독으로부터 "생각보다 몸 상태가 좋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관중 앞에 선다는 것이 이렇게 가슴 뛰는 일인 줄 몰랐다"며 2013~2014시즌 개막을 고대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