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한 팝스다이얼]패티 스미스, 외로운 서울공연

기사등록 2013/02/04 09:32:24

최종수정 2016/12/28 06:57:37

【서울=뉴시스】김광한의 '팝스 다이얼' <12>

 2일 광장동 유니클로 악스홀에 모인 고작 수백명 앞에서 '뉴욕 펑크 록의 대모' 패티 스미스(67)가 첫 단독 내한공연을 열었다. 게다가 제법 차가운 겨울 밤바람까지 불어 유니클로악스 홀 주변은 스산했다.

 스미스의 영향으로 등장한 스타급 가수가 많다. 이날 그녀의 자존심은 어땠을까? 과연 그녀를 기억했던 빌보드 키드들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1970년대 후반 뉴욕에서 펑크 록이 시작될 무렵 등장한 스미스는 사회를 비판하고, 직업 잃은 젊은이를 위로하고, 인간성 회복을 노래하며 회색도시의 구도자로 등장했다.

 돌이켜보면, 1970년대 당시 국내 팝송 팬들은 주로 빌보드 차트에 오른 노래들을 찾아듣는 것이 유행이었다. 거리의 레코드가게에서도 대부분 빌보드 차트에 오른 곡만 판매(불법복사판)했다.

 TBC FM(89.1㎒)에서는 김재건씨, MBC FM(91.9㎒)에서는 박원웅씨가 팝송을 소개했다. 대부분 신청곡에 의존한 선곡이었다. 당시는 방송보다 대학가나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다운타운의 음악다방 DJ가 좋은 곡을 찾아 소개했다.

 바로 이 때 스미스의 '비코즈 더 나이트(Because the Night)'를 다운타운 DJ들이 소개했고 그녀는 인기가수 대열에 올랐다. 이와 함께 뒤늦게 스미스의 이전 앨범(히어로스 Heros·1975)에서 '글로리아(Gloria)' 등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1980년대 팝이 비주얼 시대로 접어들며 스미스는 서서히 잊혀졌다. 시인이고 화가, 작가이기도 한 스미스는 공연에서 자주 시를 읊으며 관객과 하나가 된다. 2일 공연에서도 시와 함께 '글로리아'를 열창했고 관객도 뜨겁게 반응했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관객들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스미스의 뛰어난 라이브에 빠져들며 한 몸이 됐다. 

 2009년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먼저 공연했던 스미스를 바라본 팬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로 미국인)이 주를 이뤘다. 예순이 훌쩍 넘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 넘치는 열정을 보여줬다.

 한국에 주둔하는 흑인 여군(31)은 대학 때부터 패티 스미스의 팬이었고 공연을 보러 경기도 양주에서 왔다. 그녀는 쉬지 않고 다양한 율동의 춤을 추며 다른 팬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경주에서 4년째 근무한다는 두 미국인도 공연을 보러 왔다. 50대 미국인 부부인 그들은 노르웨이, 스웨덴, 그리고 이번 서울까지 모두 3번째 패티 스미스 공연을 봤다고 했다.

 제43회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됐으며 2007년 '록&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등재한 거물의 첫 단독 내한공연은 별5개를 줘도 모자랄 우수한 공연임에도 그러나 팬들이 적어 아쉬움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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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공연의 엔딩곡 '록&롤 니거(Rock'n'roll Nigger)'는 너무도 유명한 곡이다. 영화 '내추럴 본 킬러' OST에도 사용된 적이 있다. 말썽만 피우는 뚱뚱한 창녀의 이야기다. 무의미하게 멋대로 살아가는 인생을 꾸짖기보다 '니거 니거'라는 멸시를 무시하고, 숨기보다 세상 밖으로 나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하고 싶은대로 살아가는 여자/ 요즘처럼 막가는 세상이 좋으냐?/ 어디 한번 참하게 살아볼 생각은 해봤니?/ 좋은 세상이 저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세상은 노력하면 원하는대로 되는 곳/ 힘들고 어렵지만 고통을 참고 이겨내야 해/ 비바람 폭풍을 이겨내야 푸른 잔디로 자랄 수 있는 것/ 숨어있지만 말고 저 세상 밖으로 뛰어가 봐/ 너를 기다리는 무언가가 있을거야 바로 그곳에 내가 있을거야."

 또 최근 수년동안 스미스는 공연 말미에 시를 읊으며 전쟁을 선동한다. 이날 공연에도 세상을 변화시킬 음악전쟁을 이렇게 선포했다.  

 "새로운 미래가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세상은 좋은 것만 주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세계인과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건/ 군대도 권력도 핵폭탄도 아니다/ 지성을 겸한 문화적인 인간의 마음과 혼이다/ 바로 여러분들이 미래다/ 앞으로의 미래는 여러분의 손에 달려있다/ 미래는 여러분의 시간이다/ 이제 우리 자신의 세상이 펼쳐진다/ 행복하고 강건해지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두려워마라 즐기고/ 과거는 잊어라." 

 대중음악은 그 나라의 전통을 바탕에 두고 변하는 유행음악이다. 모든 음악에는 그 뿌리가 있다. 음악은 한그루의 나무와 같다. 관리하지 않고 열매만 따먹으면 나무(음악)는 시든다.

 우리나라의 대중음악 현주소가 그와 비슷하다. 해외에서 유행하는 잘 익은 열매만 따다 먹고 연구는 소홀히 한다. 우리음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패티 스미스의 공연을 보면서 '뉴욕펑크의 원류'에서 파생된 수많은 아티스트와 음악장르를 정리해 봤다.

 팝 음악은 19세기 후반 흑인의 블루스로 시작했다. 재즈-리듬&블루스-컨트리-록&롤-비틀스-포크록-하드록-디스코-전자음악-펑크록-미국, 영국, 유럽, 남미, 아프리카, 그리고 한국. 이 모든 음악장르의 변화과정과 나라마다의 음악적 특성들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시작이 스미스같은 우수한 해외스타들의 내한공연 참관이라는 생각으로까지 비약했다.

 장기적 한류와 제2, 3의 싸이를 기다린다면 좋은 공연을 찾는 것과 함께 음악발전을 위한 공연기획과 음악인재 관리도 중요하다.

 DJ·팝칼럼니스트 cafe.daum.net/pop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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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한 팝스다이얼]패티 스미스, 외로운 서울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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