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자연의 보복? '살인 스모그'에 갇힌 중국

기사등록 2013/02/04 09:14:00

최종수정 2016/12/28 06:57:37

29일 스모그가 자욱하게 낀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광장 인근 도로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끼고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29일 스모그가 자욱하게 낀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광장 인근 도로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끼고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서울=뉴시스】문예성 기자 = 중국이 이제 황사가 아닌 중국어로 ‘우마이(무매·霧霾)’로 불리는 스모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내외에서 지름 2.5㎛ 이하의 먼지를 이르는 ‘PM 2.5’가 중요한 화제가 됐다. 연초부터 초미세 먼지를 포함한 스모그가 중국 중·동부를 잇달아 강타하면서 국민의 원망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새 지도부가 당면한 첫 번째 위기가 정파 내의 암투나 외세의 위협이 아닌 초미세 먼지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그동안 환경을 무시하고 성장만 추구해왔던 중국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은폐하던 과거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중국 전반을 아우르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스모그를 둘러싼 중국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올겨울 불청객인 황사가 찾아오는 봄철을 한 계절 앞두고 중국 중동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PM 2.5 초미세 먼지를 포함한 스모그 때문에 큰 불편을 겪었다.

 지난해 12월13일 중국 중동부 지역에 스모그가 발생해 3일 간 지속된 이후 한 달 사이에 4차례 이상 스모그 현상이 발생했고 최고로 중국 전체 면적 10분의 1을 넘는 100만여㎢에 달하는 지역이 이 같은 현상의 영향을 받으면서 예전처럼 푸른 하늘을 다시 볼 수 있을지 라는 의심마저 들게 했다.

 심지어 수도 베이징에서 1월에 4차례의 강력한 스모그가 발생했고 한 번 발생할 경우 보통 3~4일은 지속돼 베이징 시민들이 24일 동안 스모그에 갇혀 생활했다고 기상 당국이 확인했다.  

 마스크를 쓰고 안개같이 자욱한 스모그 속에서 생활하면서 국민들은 이제 대기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느끼며 두려움에 젖어들었고 우려 섞인 시선 속에서 세계의 공장이 실제로 멈추는 모습을 보였다.

  베이징 시내의 PM 2.5 농도가 WHO 기준치 약 20~40배의 수준으로 치솟자 시 당국은 주황색 스모그 경보를 내렸고, ‘산업체 조업 중단’이라는 비상 대책도 가동했다. 정부 차량 운행 중단과 함께 오염 먼지를 대량 배출하는 건설 공사장의 작업을 제한하면서 베이징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을 포함해 사업체 54곳이 하루 동안 생산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밖에 동남부 산둥(山東)성 등 지역에서는 스모그 때문에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고속도로가 폐쇄돼 교통 대란이 벌어졌고,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 또는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도 가중됐다. 초미세 먼지는 코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아 호흡계나 심혈관계 등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의료진은 노약자들에게 될수록 외출을 삼가라고 권고했고, 일부 지역 초·중·고생의 야외활동도 중지됐다.

 실제로 스모그 발생 지역의 병원은 호흡기 환자들로 붐볐고 스모그 때문에 새로운 병인 ‘베이징 기침(北京咳)’도 뜨거운 화제가 됐다.

 베이징기침은 정확한 정의가 있는 의학용어가 아닌 ‘베이징에 오면 기침을 하고 베이징을 떠나면 기침이 멈추는’ 현상을 빗대 외국인들이 만든 우스갯소리로 알려졌지만 스모그 기간에 베이징의 경우만 하루 평균 1만명 전후의 심각한 해소, 천식 환자가 신규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웃고 넘길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정부 당국은 강도 높은 규제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베이징시는 올해에 공공버스, 관용차량 등을 포함해 약 18만대의 낡은 차량을 폐기하고, 2월부터 유럽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춘 ‘베이징V’ 배기량 기준을 시행하며 기존 보일러 개조 작업을 통해 열 효능을 높이고 동서부 4만4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석탄 대신 전기로 난방하는 등 종합 대책을 내놓았고 유사한 조치는 각 지방으로 확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associate_pic2
29일 스모그가 자욱히 낀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광장에서 마스크를 낀 두 아이가 중국 국기를 들고 서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중국인들의 탄식과 자성의 목소리 역시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그 동안 경제 발전을 위해 우리는 모든 것을 희생해 왔다. 생태계, 인류의 친구인 동물 심지어 우리의 생명마저 희생되려 한다”,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환경 보호라는 두 주제 가운데서 우리는 지난날을 반성해야 하며 이제 GDP 성장과 대기오염지수(API)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언론과 새 지도부의 대처에도 변화가 보여지고 있다. 스모그 발생 기간 중앙TV방송은 오염 사태를 톱뉴스로 보도했고, 관영 신화통신은 “같이 호흡하면 모두 책임이 있다, 환경보호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기관, 기업, 감독 부문 어느 하나 빠져서는 안 되며 모두 함께 참여하고 감독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시론을 실었고, 당 기관지인 런민르바오(人民日報) 역시 칼럼을 통해 “경제 발전은 우선 오염시킨 뒤 나중에 해결하면 된다는 옛 방식으로는 갈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 동안 스모그가 발생할 때마다 안개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대기 오염의 심각성을 회피하고 은폐해온 것과 달리 환경 문제를 바로 잡겠다는 새로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의지가 보여지고 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직후부터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이 자체적으로 공기 오염도를 측정해 발표하자 중국 정부가 ‘내정 간섭’이라며 발끈하며 비난하던 모습도 사라졌다.

 차기 총리 내정자 리커창(李克强) 중국 상무부총리는 베이징에서 스모그 대책회의를 열고 “공기 오염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장기간 노력해야 한다”며 적극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개혁·개방 이후 수십년 간 환경을 무시하고 ‘높은 오염, 높은 에너지 소모, 높은 탄소 배출’의 발전 모델을 유지해온 중국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자욱한 스모그는 생태문명 건설을 부르짖는 나라와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시기적절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려면 현재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 인프라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전 나라의 호흡이 멈춰질 상황에 이르러 친환경·대체에너지로의 전환은 더는 지체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그러나 대기오염 주범인 석탄 사용 비중이 에너지 소비량의 70%에 이르고,  거리 위를 달리는 자동차 수는 2억3000만대에 육박하는 나라에서 환경오염 관련 규제 강화에 맞서는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파란 하늘을 다시 돌려받기’ 위해 중국은 어려운 전쟁을 시작했다.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14호(2월5일~18일자 설합본)에 실린 것입니다.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뉴시스아이즈]자연의 보복? '살인 스모그'에 갇힌 중국

기사등록 2013/02/04 09:14:00 최초수정 2016/12/28 06:57:37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