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지난해 12월17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코미디 ‘박수건달’(감독 조진규) 제작보고회에서 데뷔 17년 이래 첫 코믹 연기, 그것도 ‘박수무당’에 도전한 원톱 주연 박신양(45) 못지않게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은 극 중 진한 모성애로 관객을 울리는 의사 ‘미숙’으로 나온 정혜영(40)이었다. 바로 짧은 헤어 스타일 때문이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MC 박경림(34)은 정혜영에게 “어떤 헤어스타일을 해도 다 예쁘다. (짧은 머리를 하니) 오드리 헵번 같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혜영과의 만남에서도 헤어스타일 이야기는 빠질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93년 SBS 공채 3기 탤런트로 출발해 20년 가까이 흘렀지만 이번이 첫 영화 출연인 동시에 짧은 헤어스타일 역시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정혜영은 “초등학교 5학년 이후로 난생 처음 잘라봤어요. 출연을 결정하고 직업이 의사인데다 건달의 상처도 거침없이 치료하고 당당히 할 말, 못할 말 다하는 미숙의 캐릭터를 어떻게 더 잘 살려내고,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죠. 문득 머리를 짧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중에 마침 감독님도 제게 ‘머리를 짧게 잘라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하시더군요. 당연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하겠다고 했답니다.”
여배우가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저는 머리를 너무 자르고 싶었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죠. 왜냐하면 연기자는 언제, 어떤 연기를 하게 될지 모르거든요. 따라서 항상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해요. 머리를 마음대로 자르지 못하고 기를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죠. 게다가 제가 여태껏 맡았던 역은 머리를 짧게 자를 수 있을만한 역이 아니었어요.”
머리를 자른 소감은 한 마디로 ‘만족스럽다’다.
“정말 기쁘게 잘랐고 정말 좋아요. 남자 분들은 정말 편하겠다 싶더군요. 긴 머리일 때보다 샤워시간도 줄고, 물과 샴푸도 절약되고 좋던데요. 호호호.”
‘한국의 오드리 헵번’이라는 애칭이 붙은 것에 대해서 “정말 기쁘고 영광스럽죠. 세계 수많은 남성들의 사랑이고, 로망이셨던 분인데요. 조 감독님의 이상형도 오드리 헵번이라고 하더군요.”
“조 감독의 대리만족이 아니었을까”라며 함께 깔깔, 껄껄대며 웃었다.
그런데 한국의 오드리 헵번이라는 말이 왠지 더더욱 와 닿는 것은 꼭 헤어스타일이나 예쁜 얼굴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헵번의 삶에 비견되는 정혜영의 행보 때문이다.
헵번(1929~1993)은 벨기에 출신 할리우드 스타다. ‘로마의 휴일’(1953), ‘티파니에서 아침을’( 1961), ‘마이 페어 레이디’(1963) 등의 주연을 맡아 청순하고 기품있는 아름다움으로 세계 남심을 사로잡았다. 그렇지만 그가 더욱 추앙받는 것은 나누는 삶이었다. 헵번은 만 60세가 되던 1989년부터 1993년 대장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유니세프 홍보대사로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베트남 등 낙후된 나라들과 오지를 누비며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던 1992년에도 소말리아를 찾아 내전과 가뭄에 희생되고 있는 어린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섰다.
정혜영은 남편인 가수 션(41)과 함께 기부천사로 통한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두 사람은 네 아이의 부모로 자신들도 돈 쓸 곳, 들어갈 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정혜영과 만나고 있던 17일 사회복지전문기관 홀트아동복지회는 이 단체의 홍보대사이기도 한 이들 부부가 취약계층 아동교육 지원금 1억원을 기부했다고 발표했다. 2009년 CF 모델료 1억원을 기부하면서 시작한 ‘꿈과 희망 지원금’은 5년째를 맞았고, 그 사이 부부가 지원한 장학금도 5억원이 됐다. ‘꿈과희망지원금’은 저소득, 한부모,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아동들 100명의 교육비를 매월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을 먹는다. ‘돈 많이 벌면 남을 도와야지’ 그런데 정작 돈이 생기면 왜 그리도 쓸 곳이 많이 생기는지 잊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로또로 눈 먼 돈이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기부했다는 소식은 고성능 보청기를 끼어도 들릴까 말까다. 공돈도 힘든데 하물며 땀 흘려 일한 돈을 아낌없이 나눈다는 것이 가능할까. 게다가 두 사람은 아직 전세를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혜영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나눈다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일부를 나눠드려서 그 분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저희도 나눌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거든요. 그렇게 느끼는 행복감이 그 돈을 저희를 위해서 쓰면서 갖는 행복감 보다 더 크답니다. 그것만 해도 저희는 행복한 것이죠.”
마침 지난 1월20일은 헵번의 20주기되는 날이었다. 정혜영과 만나던 날로부터는 3일 뒤였다.
“이번에 짧은 머리를 하면서 오드리 헵번이라는 얘기를 듣고 문득 외모나 분위기가 아닌 그 분의 연기
는 물론 그 분의 훌륭한 삶까지 닮아 진짜 한국의 오드리 헵번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꼭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답니다.”
‘박수건달’이 예상을 넘어 빠른 속도로 300만 관객을 훌쩍 넘어서면서 이 영화의 성공 요인을 찾는 미디어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연초 밝은 영화를 찾는 심리, 마땅한 경쟁작의 부재, 웃음과 눈물의 적절한 배합, 날카로움과 묵직함의 이미지로 대변되던 박신양의 파격 변신, 정혜영과 ‘수민’을 맡은 어린이 배우 윤송이(9)의 감동적인 모녀지정, 중장년층과 지방관객들의 지지 등 여러가지가 꼽히고 있다. 그런데 나는 문득 ‘주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어쩌면 아낌없이 주는 자를 위한 하늘의 축복이 아닐까.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나누라는 명령인지도….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13호(1월29일~2월4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이날 사회를 맡은 MC 박경림(34)은 정혜영에게 “어떤 헤어스타일을 해도 다 예쁘다. (짧은 머리를 하니) 오드리 헵번 같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혜영과의 만남에서도 헤어스타일 이야기는 빠질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93년 SBS 공채 3기 탤런트로 출발해 20년 가까이 흘렀지만 이번이 첫 영화 출연인 동시에 짧은 헤어스타일 역시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정혜영은 “초등학교 5학년 이후로 난생 처음 잘라봤어요. 출연을 결정하고 직업이 의사인데다 건달의 상처도 거침없이 치료하고 당당히 할 말, 못할 말 다하는 미숙의 캐릭터를 어떻게 더 잘 살려내고,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죠. 문득 머리를 짧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중에 마침 감독님도 제게 ‘머리를 짧게 잘라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하시더군요. 당연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하겠다고 했답니다.”
여배우가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저는 머리를 너무 자르고 싶었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죠. 왜냐하면 연기자는 언제, 어떤 연기를 하게 될지 모르거든요. 따라서 항상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해요. 머리를 마음대로 자르지 못하고 기를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죠. 게다가 제가 여태껏 맡았던 역은 머리를 짧게 자를 수 있을만한 역이 아니었어요.”
머리를 자른 소감은 한 마디로 ‘만족스럽다’다.
“정말 기쁘게 잘랐고 정말 좋아요. 남자 분들은 정말 편하겠다 싶더군요. 긴 머리일 때보다 샤워시간도 줄고, 물과 샴푸도 절약되고 좋던데요. 호호호.”
‘한국의 오드리 헵번’이라는 애칭이 붙은 것에 대해서 “정말 기쁘고 영광스럽죠. 세계 수많은 남성들의 사랑이고, 로망이셨던 분인데요. 조 감독님의 이상형도 오드리 헵번이라고 하더군요.”
“조 감독의 대리만족이 아니었을까”라며 함께 깔깔, 껄껄대며 웃었다.
그런데 한국의 오드리 헵번이라는 말이 왠지 더더욱 와 닿는 것은 꼭 헤어스타일이나 예쁜 얼굴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헵번의 삶에 비견되는 정혜영의 행보 때문이다.
헵번(1929~1993)은 벨기에 출신 할리우드 스타다. ‘로마의 휴일’(1953), ‘티파니에서 아침을’( 1961), ‘마이 페어 레이디’(1963) 등의 주연을 맡아 청순하고 기품있는 아름다움으로 세계 남심을 사로잡았다. 그렇지만 그가 더욱 추앙받는 것은 나누는 삶이었다. 헵번은 만 60세가 되던 1989년부터 1993년 대장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유니세프 홍보대사로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베트남 등 낙후된 나라들과 오지를 누비며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던 1992년에도 소말리아를 찾아 내전과 가뭄에 희생되고 있는 어린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섰다.
정혜영은 남편인 가수 션(41)과 함께 기부천사로 통한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두 사람은 네 아이의 부모로 자신들도 돈 쓸 곳, 들어갈 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정혜영과 만나고 있던 17일 사회복지전문기관 홀트아동복지회는 이 단체의 홍보대사이기도 한 이들 부부가 취약계층 아동교육 지원금 1억원을 기부했다고 발표했다. 2009년 CF 모델료 1억원을 기부하면서 시작한 ‘꿈과 희망 지원금’은 5년째를 맞았고, 그 사이 부부가 지원한 장학금도 5억원이 됐다. ‘꿈과희망지원금’은 저소득, 한부모,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아동들 100명의 교육비를 매월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을 먹는다. ‘돈 많이 벌면 남을 도와야지’ 그런데 정작 돈이 생기면 왜 그리도 쓸 곳이 많이 생기는지 잊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로또로 눈 먼 돈이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기부했다는 소식은 고성능 보청기를 끼어도 들릴까 말까다. 공돈도 힘든데 하물며 땀 흘려 일한 돈을 아낌없이 나눈다는 것이 가능할까. 게다가 두 사람은 아직 전세를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혜영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나눈다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일부를 나눠드려서 그 분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저희도 나눌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거든요. 그렇게 느끼는 행복감이 그 돈을 저희를 위해서 쓰면서 갖는 행복감 보다 더 크답니다. 그것만 해도 저희는 행복한 것이죠.”
마침 지난 1월20일은 헵번의 20주기되는 날이었다. 정혜영과 만나던 날로부터는 3일 뒤였다.
“이번에 짧은 머리를 하면서 오드리 헵번이라는 얘기를 듣고 문득 외모나 분위기가 아닌 그 분의 연기
는 물론 그 분의 훌륭한 삶까지 닮아 진짜 한국의 오드리 헵번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꼭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답니다.”
‘박수건달’이 예상을 넘어 빠른 속도로 300만 관객을 훌쩍 넘어서면서 이 영화의 성공 요인을 찾는 미디어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연초 밝은 영화를 찾는 심리, 마땅한 경쟁작의 부재, 웃음과 눈물의 적절한 배합, 날카로움과 묵직함의 이미지로 대변되던 박신양의 파격 변신, 정혜영과 ‘수민’을 맡은 어린이 배우 윤송이(9)의 감동적인 모녀지정, 중장년층과 지방관객들의 지지 등 여러가지가 꼽히고 있다. 그런데 나는 문득 ‘주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어쩌면 아낌없이 주는 자를 위한 하늘의 축복이 아닐까.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나누라는 명령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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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13호(1월29일~2월4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