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공짜점심은 없다…치열한 불혹의 '건달'

기사등록 2013/01/14 06:41:00

최종수정 2016/12/28 06:51:36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영화 ‘박수건달’의 태주 역을 맡은 배우 김정태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신문로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영화 ‘박수건달’의 태주 역을 맡은 배우 김정태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신문로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배우 김정태(41)의 연기인생은 험난했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집에서 배우생활을 시작했다. 2009년 3월16일 교사와 결혼할 때는 혼수를 25만원에 해결했다. "2년 안에 좋은 집을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이후에도 꾸준히 '연기'라는 한 우물만 팠다. 그리고 2년 후 약속을 지켰다. 2011년 50평 남짓한 아파트를 부인 명의로 매입한 것이다.

 "불투명한 미래로 10년을 넘게 있었어요. 당연히 점도 많이 보러 다녔죠. 그런데 볼 때마다 나이 마흔만 되면 언제 힘든 날이 있었냐는 듯 잘 풀린다고 하더라고요. 그 전에는 때려 죽여도 안 된다더니. 조금씩 김정태의 시대가 오고 있는 거죠"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김정태는 2011년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명품조연' 특집에 출연, 주목받은 뒤 승승장구했다. 지난해에만 드라마 1편, 영화 8개가 그를 불렀다. 우리나이로 마흔살이 되던 해다. 새해에도 '박수건달' '7번방의 선물' '남자사용설명서'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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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영화 ‘박수건달’의 태주 역을 맡은 배우 김정태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신문로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9일 개봉한 영화 '박수건달'(감독 조진규)은 국산 대작 '타워', 할리우드 대작 '레 미제라블' '라이프 오브 파이'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건달로서 탄탄대로를 달리던 '광호'(박신양)가 조직 내 세력 다툼에서 아찔한 사고를 당한 뒤 신내림을 받고 무당과 건달, 이중생활을 하는 이야기다.

 김정태는 '광호'를 밟고 두목(최일화)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2인자 '태주'를 연기했다. 강한 의지와 약삭빠른 잔머리로 비겁한 짓을 일삼는 인물이다. 그동안 김정태가 수많은 작품에서 보여준 건달이자 악역의 반복이다.

 "나만큼 같은 역할을 많이 한 사람도 몇 명 없을 것이다. 건달 역할도 15년째다. 다른 직업군도 해보고 싶지만 맡은 부분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같은 건달이라도 작품 속의 캐릭터는 다르지 않느냐. 무서운 건달, 재미있는 건달, 소심한 건달 등 연기의 표현 방법은 많다. 나는 주로 작품 속에서 빨리 캐치하는 편이다. '박수건달' 같은 경우도 박신양 선배가 조근조근하게 연기하니 나는 그것에 맞춰 반대로 날뛰게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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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영화 ‘박수건달’의 태주 역을 맡은 배우 김정태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신문로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시나리오를 받으면 감독이 그동안 주문한 상황과 기승전결을 생각해 밑그림만 그린다. 색깔은 현장에서 연기하면서 채운다. 특히, 희극에서 애드리브는 주요 무기다. '박수건달' 촬영 때도 주로 호흡을 맞췄던 김형범(38)이 웃음을 못 참고 계속 NG를 냈다. 결국 입을 휴지로 틀어막고 재촬영했을 정도다.

 김정태는 스스로를 "지루하고 상투적인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본다. 물 컵을 바라보면서 "컵을 들고 마실 수도 있고, 입을 컵에 갖다 대고 마실 수도 있는 것이다. 정해진 틀에 가둬두는 게 싫다"며 테이블에 놓인 컵으로 즉석에서 연기를 할 정도다. "연기하는 사람이 즐겁지 않으면 보는 사람도 즐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희극 연기는 배우들 간의 호흡이 묘하게 필요한 것 같다"는 판단이다.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 연극할 때도 애드리브가 많아서 내 공연을 보러 오는 분들이 많았다. 매번 연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배우는 제3의 창조자다. 자기철학 없이 있는 그대로 연기하면 앵무새밖에 안 된다. 물론 희극에 한해서다. 창조자를 앉혀놓고 창조를 못하게 하면 연기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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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영화 ‘박수건달’의 태주 역을 맡은 배우 김정태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신문로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드라마면 대본이 그때그때 나오지만 영화는 몇 달 전에 시나리오를 미리 준다. 배우라면 같은 연기에 한 두 가지 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촬영 때마다 했던 모습만 보여주면 직무유기다. 건달이라고 해도 밝고 어두운 부분을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지론이다.

 건달, 악역을 15년째 맡는 것을 보면 감독들의 신뢰가 상당한 듯하다. 게다가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내고 있다. "돈을 받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 그게 당연한 것"이라는 마음이다.

 "배우에게 '연기를 참 잘하세요'는 맞지 않다. 배우니 그래야 하지 않겠느냐? 구두 닦는 아저씨도 15년 닦으면 잘 닦는 게 정상이다. 20~30년 연기했는데 못하면 그게 이상한 거다. 프로라면 잘해야 한다. 받은 돈 이상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 못한다고 뭐라할 일도 아니다. 이 바닥, 냉정해서 자연스럽게 사장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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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영화 ‘박수건달’의 태주 역을 맡은 배우 김정태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신문로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정태는 "나는 예술하면서 대중에게 무료로 공연하는 게 아닌 철저한 상업 배우다. 나를 위해 지급하는 돈의 가치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투적인 연기를 하지 말고 깨어있는 연기를 해야 한다"면서 "단지 앞으로 조연만, 그렇다고 주연만 고집할 생각은 없다. 내 역할에 대한 설명이 많이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1박2일' 출연 이후 고정 예능프로그램도 많이 들어왔어요. 심지어 어느 커피숍은 이름을 빌릴 수 있느냐고 연락해 왔고요. 하지만 저는 배우잖아요. 없었을 때도 '연기'만 하며 살았는데 지금 와서 다른데 눈 돌릴 필요 없잖아요"라며 뚝심도 드러낸다.

 단, 흥행욕심은 있다. "200만명을 넘긴 작품이 없다. 대박 영화가 없었다. 류승룡, 오달수, 고창석, 김인권 다 있는데. '박수건달' 출발이 좋으니 이 영화를 필두로 흥행작품을 남기고 싶다. 그래서 편집된 부분을 보여주는 감독판이 개봉했으면 좋겠다"며 한껏 고양된 상태다.

 "다행히 올해는 신수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연말에 상복도 있다고 하고요. 하늘에서 어머니가 많은 '백'을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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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공짜점심은 없다…치열한 불혹의 '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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