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방송 이용해 '스캘핑' 수법으로 시세차익 얻어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강남일)는 특정 종목 주식을 사전에 매수하고 자신이 출연한 증권 방송에서 매수를 추천해 주가를 끌어올려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로 증권방송 전문가 전모(34)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전씨는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저가에 선행 매수한 4개 종목 주식 210만7000여주의 매수 사실을 숨긴 채 모 케이블TV 증권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식 매수를 추천하고 주가가 오르면 적정한 매도시점에 되파는 수법으로 약 37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는 대학 졸업 후 전업투자자로 활동던 중 2009년부터 케이블TV 증권방송에 출연하고 주식투자 관련 인터넷 사이트와 커뮤니티를 운영했으며, 유사투자자문업체인 J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방송을 통해 특정 종목을 추천하면 일반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쉽게 유입되고 단기간에 주가 급등이나 상승세가 지속되는 등 증권 방송의 신뢰성과 파급력을 악용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수법으로 전씨는 2011년 10월4일 안랩 주식 7만6000여주를 30억94000만여원에 매수한 뒤 다음날 방송 프로그램에서 안랩에 대해 '수급이 강하고 테마성이 있는 종목', '네트워크로 보안업체 실적 급증', '대선 관련해서 테마로 부상, 상당히 탄력적인 종목, 실적인 부분보다는 수급' 등으로 설명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매수를 권했다.
전씨는 또 비슷한 시기에 다른 인터넷 증권방송을 통해 유료 회원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주식 매수를 추천했고, 주가가 단기간에 상승하자 같은해 10월17~18일 사전에 매수한 주식을 전량 매도하는 방식으로 23억1200만여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런 방식으로 전씨는 안랩뿐만 아니라 코스닥 상장기업 3개사 등 총 4개 종목 주식 210만7004주를 매매거래해 36억9800만여원을 챙겼다.
검찰은 증권방송 전문가들이 스캘핑(Scalping)을 통해 부당이득을 얻는다는 첩보를 입수,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와의 수사 공조를 통해 범행 사실을 적발했다.
'스캘핑'은 원래 북중미 인디언들이 적의 시체에서 특정 신체부위 피부를 벗겨 전리품으로 챙겼던 행위에서 유래한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투자자문업자가 특정 주식을 추천하기 전에 미리 해당 주식을 매수하고 매수를 추천한 뒤 주가가 오르면 곧바로 매도해 이익을 얻는 행위를 뜻한다.
또 주식을 2~3분 단위로 짧은 시간 보유했다가 매수하는 행위를 하루에 여러차례 반복해 박리다매식으로 매매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을 의미하는 용어로도 쓰이지만 이 사건에서는 전자를 의미한다.
전씨는 고급 투자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의 심리를 역이용해 자신이 출연하는 증권 방송에서 추천할 특정 주식을 미리 매수한 뒤 유료회원, 무료회원, 일반시청자 순으로 순차적으로 매수를 추천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현행법상 증권방송전문가와 같은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해선 스캘핑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 검찰은 포괄적으로 사기적 부정거래로 판단했다. 직접적인 주가 조작 행위는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이용 혐의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현재 전씨 뿐만 아니라 스캘핑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얻은 다른 전업투자자 1명을 구속 수사 중이며, 이 사건에 연루된 투자자 등 다른 11~12명에 대해서도 조만간 사법처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다만 인터넷 증권카페 회원이나 방송관계자 등으로 수사대상을 확대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일반투자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증권방송전문가들의 선행매매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번 수사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현재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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