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2012 롤러코스터 주가, 모두가 '시장 탓'이었다

기사등록 2012/12/28 14:38:07

최종수정 2016/12/28 01:45:54

【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지난 2012년 증시는 대내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로 촉발된 해외 악재가 1년 내내 시장을 위협했고, 북한과 총·대선이라는 이슈에 투기 수요가 몰렸다.

 상장회사의 주가는 펀더멘털(내재가치)에 상관없이 시장 분위기를 따라가는 양상이었다.

 ◇유로존 위기·유가 따라 ‘출렁’

 뉴시스가 지난해 종목토크·뉴스를 진행한 상장사 329곳 가운데 79.6%(262곳)가 현저한 시황 변동의 요인이 ‘외부(시장)’에 있다고 답했다. 회사 내부문제로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밝힌 비율은 20.4%(67곳)에 그친 셈이다.

 2012년 3월 중순 2050포인트를 돌파했던 코스피는 유로존 공포가 들이닥친 후 4개월여 만인 7월25일 연중 최저치인 1760선까지 급락했고, 12월21일 현재 1980선을 오가고 있다. 500포인트 내외로 유지했던 코스닥도 연중 460선이 붕괴됐다. 

 예림당의 경우 연초 8100원대였던 주가가 지난해 7월25일 6800원으로 16% 하락했고, 12월21일 종가 기준으로는 연초대비 38% 가량 빠졌다. 회사 측은 “내부적으로 문제는 없다. 주식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주가도 내린 것 같다”고 전했다.

 특별한 사유 없이 큰 폭의 조정을 받은 삼성제약공업도 “업황이 악화된 것 말고는 어떠한 연유인지 모른다”고 토로했었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사정은 달랐다. 유가와 환율 변수가 각 개별기업의 이슈에 묻혀버린 케이스였다. 양 사는 최근 9개월간 주가가 각각 20.6%, 18.1% 하락한 배경에는 그룹 리스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 건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호재성 공시로 주가 띄워라”

 지난해에는 호재를 직접 퍼트리는 방법으로 주가 관리에 나선 상장사가 많았다. 자율공시와 관련된 질문을 주고받은 곳은 전체의 19.7%(65곳)나 됐다.

 자율공시는 주요 경영사항 이외의 사항을 상장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영업실적 전망, 기술도입·이전·제휴, 특허권 취득, 소송에 대한 판결·결정, 녹색경영정보, 매출액 10% 미만의 단일판매 공급계약 등으로 이뤄진다.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뉴시스가 접촉한 상장사의 3.03%(10곳)가 영업실적 전망공시를 냈고, 이중 60.0%(6곳)는 공시 당일 주가가 2~3%대로 급등했다.

 윈포넷이 지난해 5월14일 2012년 목표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290억원, 29억원을 제시한 이후 내림세를 보이던 주가가 반등했고, 종가 기준 전일대비 3.78% 오른 4670원에 마감했다.

 KG이니시스도 공시일에 3.38%나 올랐고, 아모텍·씨티씨바이오·케이피에프·한국사이버결제도 1~2% 강세를 보였다.

 코오롱생명과학·농심·아큐픽스·코리안리재보험 등 4곳은 주가가 소폭 밀렸다. 그러나 공시 발표로 낙폭을 일부 만회할 수 있었다고 피력했다.

 시장에서 호재로 인식되는 단일판매 공급 계약을 공시한 곳도 전체의 4.8%나 됐다.

 SNH·KAI·LG상사·팬엔터테인먼트·삼성엔지니어링·대우조선해양·에스에너지·대륙제관·로엔케이·후성·초록뱀미디어·S&TC·창해에너지어링·일신바이오베이스·대진디엠피·금화피에스시 등 16곳이다.

 이들 중 25%(4곳)만 주가가 1% 미만으로 떨어졌을 뿐, 75%(12곳) 모두 선방했다. 특히 SNH는 최대주주인 에치에프알을 통해 208억6189만원 규모의 SK텔레콤 롱텀에볼루션(LTE)망 구축 및 스캔(SCAN)용 광전송 장비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이후 6% 넘게 뛰었다.

 후성도 세계적인 화학 기업 바스프(BASF)에 전해액 핵심 원료를 10년간 독점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일대비 4.66%나 올랐었다. 일신바이오베이스는 회사 설립 이래 역대 최고액인 총 114만 달러(한화 약 12억5000만원) 수주를 따냈다는 공시가 나온 직후 3.96%까지 급등했다.

 ◇‘신사업’ 특허권 취득 잇따라

 뉴시스가 지난해 취재한 특허권 취득 공시업체는 7곳이었다. 특허가 당장 매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으나,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주가에 모멘텀으로 작용한 사례였다.

 제닉은 한국과 중국에 이어 일본에서 수용성 하이드로겔 특허권을 따냈다고 공시한 지난해 3월22일 주가가 전일대비 2.69% 올랐다. 텔코웨어와 한올바이오파마도 각각 ‘증강 현실을 이용한 영상통화’와 ‘개량형 성장호르몬’ 특허 사실을 공시한 당일 각각 1.13%, 0.55% 상승했다. 이밖에 안랩·실리콘웍스·테스·와이지원 등이 있었다.

 정부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힌 공시도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한솔제지와 코리아본뱅크였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5월16일 환경부로부터 ‘녹색기업’으로 선정됨에 따라 제품에 환경친화 마크를 사용하고, 정부 환경 단속에서 면제받는다고 밝혔었다. 코리아본뱅크도 정부로부터 1년간 15억원 규모의 재조합 골형성단백질 개발 지원을 받을 것이란 소식을 전한 뒤 14.9%나 주가가 치솟은 바 있다.

 신성장사업을 외부에 알리는 공시도 많았다. 뉴시스가 지난해 만나본 상장사만 7곳(2.1%)이다.

 남양유업은 전남 나주에 1800억원 규모의 커피공장을 신설한다고 공시한 뒤 사흘간 주가가 15% 가까이 올랐다. 동원수산은 도시락가맹사업 진출을, 위메이드는 200억원 규모의 카카오 투자 계획을, 금성테크는 바이오사업 재개 소식을 각각 발표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주가 올려라”…자사주 매입 ‘붐’

 뉴시스는 지난해 23곳(6.99%) 상장사의 자사주 운영방침에 관해 취재했다. 이중 16곳(69.56%)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취득한다고 밝혔고, 나머지 7곳(30.43%)은 운영자금 마련·임원 성과급 마련 등을 이유로 처분 결정했다.

 최대주주 지분매각설로 곤혹을 치뤘던 디지텍시스템은 자사주 17만주를 장내 매수한다고 공시하자 나흘 만에 주가가 반등했고, 웅진씽크빅도 92억1000만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결정에 8% 이상 뛰어올랐다.

 반대로 팅크웨어·아남전자·청담러닝·써니전자·코미팜·대성엘텍·유니더스 등은 지분 매각을 공시한 이후 주가가 주춤하는 모습을 띄었다.

 ◇실적·M&A에 울고 웃었다

 실적 공시가 나간 후 뉴시스가 접촉한 상장사는 73곳(22.18%)나 된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 여부에 따라 주가도 극심한 차이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았던 대형주가 중소형주에 비해 선방했고, 대형주 중에서도 정보통신(IT)과 자동차에 매수세가 몰렸다.

 인수합병(M&A) 공시도 주가 향배를 가르는 요소였다.

 모바일리더가 사업영역 확대를 위해 문자인식(OCR) 소프트웨어업체인 인지소프트를 인수한다고 밝힌 후 상한가로 치솟았다. 음성인식 서비스업체인 파워보이스 주식을 취득한다는 소식에 팅크웨어 주가는 5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바이넥스도 슈넬생명과학으로부터 에이프로젠 지분 22%를 160억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한 당일 1.61% 올랐고, 네오퍼플은 콤팩트에그 개발업체인 인포마크와의 합병 추진 공시에 0.84% 뛰었다.

 반면 유니슨은 일본 도시바에 피인수 된다고 공시한 이후 첫 거래일에 8% 이상 급락했다. 솔본도 자회사인 인피니트헬스의 매각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하자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었다.

 ◇총·대선 영향 테마주 ‘난립’

 지난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는 ‘정치 테마주’다.

 특히 총·대선을 전후로 특정 정치인의 인맥과 정책 연계성이 있는 종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락 현상이 벌어졌다. 영변 원자로 폭발설(說), 미사일 발사 등으로 북한 관련주도 들썩였다.

 뉴시스가 자율공시 제출 상장사에 이어 각종 테마주로 엮인 회사의 주식담당자와 많이 접촉한 이유다. 지난해에만 61곳을 취재했다. 이는 전체의 18.54%에 달한다.

 테마주로 엮인 대부분의 상장사가 억울하다는 반응이었다.

 대표적인 곳이 2012년 3월21일 코스닥에 입성한 사람인에이치알이다. 회사 측은 정치권의 ‘일자리창출’ 화두에 묶여 이상급등 현상을 보인 것에 대해 “인기에 편승하는 주식으로 비춰질까 염려된다”고 답했다.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됐던 모나미는 “(문 후보와) 자꾸 연관되며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답답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고, 우리들제약의 경우 “테마주가 언론이나 투자 동호회에서 만든 것 아니냐. 회사 차원에서 언급할 게 없다”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정책 수혜주로 부각됐던 에이텍도 “(회사에서) 테마라고 얘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실적과 무관하게 테마로 묶여가는 현 상황이 부담스럽다”면서 실적 개선 추세에 주목해 달라고 주주들에게 당부했다.

 링네트는 이주석 대표이사와 안철수 전 후보의 학연 외에도 안 전 후보의 부인인 김미경 교수가 사외이사로 있다는 헛소문까지 나돌아 공식적인 해명 글을 올리는 해프닝을 치렀다. 하지만 안 전 후보의 사퇴 이후로도 상하 진폭이 줄어들지 않았고, 회사 측도 “추가 대응은 하지 않겠다”며 두 손 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H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각종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며 “특히 정치테마주 열풍은 루머나 작전에 쉽게 휘둘리는 취약한 증시와 권력에 따라 기업가의 부침이 달라진다고 보는 저급한 의식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루머에 속앓이…리포트도 ‘복병’

 근거없는 소문에 휘말린 상장사도 허다했다.

 프럼파스트는 회사 홈페이지와 한국거래소 조회공시를 통해 최대주주 지분 매도설이 ‘사실 무근’임을 밝히고 나서야 정상 주가를 되찾았고, 세원셀론텍은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단순 제안받은 바이오사업부 분할 내용이 마치 검토한 것처럼 확대 해석되면서 곤혹을 치렀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대양금속은 지난해 11월 회사 매각설로 애를 먹었다. 당시 자본잠식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감자까지 단행한 처지여서 “워크아웃 중인데 어떻게 매각되느냐. 법원으로 넘어가야 나올 수 있는 얘기다”라는 해명이 먹혀들지 않았다.  

 증권사 리포트에 휘둘린 상장사는 지난해 하반기(7~12월)에만 3곳을 접촉했다.

 액토즈소프트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최근 2년간 발간된 증권사 리포트는 10건에 불과한 소외주다. 뜨문뜨문 나오는 리포트에 출렁이는 이유다. 당시 ‘중국 스마트폰 보급 확대의 최대 수혜주’라는 제목의 유화증권 리포트가 나왔었다.

 에스에프씨도 중국 태양광시장이 호황을 맞을 것이란 리포트 한 건 때문에 장중 13% 넘게 주가가 뛰었고, 나이스디앤비도 SK텔레콤과 시작한 동반성장지원시스템의 매출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D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덕택에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회사 내부 악재도 '빈번'

 시장 분위기가 아닌 회사 내부사정에 의해 냉·온탕을 오간 상장사도 꽤 있다.

 주된 사유는 유·무상증자,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철회, 감자,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상·하향 조정, 경영진의 횡령·배임, 소송 등으로 다양하다. 뉴시스가 만난 상장사는 전체의 13.1%(43곳)에 이른다.

 특히 유비컴은 2차례 넘게 접촉했다. 최대주주 씨에스제이네트웍스를 대상으로 보통주 400만주(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철회했을 때다.

 무학은 부산지방국세청으로부터 용기주입면허 허가 취소예정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한 이후 하한가로 미끌어졌었다. 당시 회사 측은 “울산공장이 문 닫게 되더라도 영업에 전혀 문제가 없다. 취소 결정이 나면 법적절차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후 주가는 제자리를 되찾았다.

 태광산업도 울산공장 탄소섬유 공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전망에 3% 이상 급락했었다.

 반면 대동전자는 지난해 2월20일 실적 하락의 요인인 슬로바키아법인 공장을 휴업한다고 공시한 직후 주가가 반등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을 전망하려면 펀더멘털을 구성하는 경제와 기업이익을 분석하는 것이 최우선돼야 하나, 때로는 시장 심리와 수급상황 점검이 필요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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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09호(1월1일~7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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