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두집살림 공무원들 ' 세종시가 명품도시라고?'

기사등록 2012/12/28 10:21:13

최종수정 2016/12/28 01:45:44

출퇴근 고달파 아이 붙들고 우는 女직원도

 【세종시=뉴시스】김태겸 취재본부장 =  세종시로 일터를 옮긴 공무원들 개개인의 사연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여자 공무원들의 애환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는 지금까지 총리실을 비롯해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6개 중앙행정기관이 입주를 마쳤다.

 하지만 세종시로 일터를 옮긴 공무원 총 5500명 가운데 4000여 명은 세종시로 이주하는 대신 인근에 홀로 살거나 서울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세종시로 출퇴근을 시작한지 1개월쯤 된 공무원 A씨는 가족들을 서울에 두고 혼자 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금처럼 매일 출퇴근하는 것엔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또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모 부서 여직원의 경우 너무 힘들어 아이를 붙잡고 운 경우도 있다고 했다.

 세종시는 아직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허허벌판에 우뚝 솟은 타워크레인과 공사 현장에서 풀풀 날리는 먼지에다 버스·택시 등 교통수단 부족 등으로 인해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불편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지만 미처 예상 못한 돌발 변수들 때문에 더 당황스럽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이번에 한몫 잡자'는 장삿속에 택시비(2만~3만원)와 식비(김밥 한줄 4000원) 등 거품이 잔뜩 낀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뒤늦게 세종시측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물가 잡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또 생활의 기본적인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실례로 구내식당도 부족한데다 밥 먹을 곳도 마땅치 않고 아이들이 다닐 학교 여건도 부실하다.

 또 집이 부족하다보니 여러가지 방식의 새로운 주거 문화가 생겨났다. 직장상사와 부하가 함께 방을 쓰기도 한다. 두 집 살림을 하거나 출퇴근을 하거나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 적게는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추가부담이 생겨 속이 타들어 간다.

  상황이 이런데도 세종시, 대전시, 충청지역 의회에서는 공무원들이 세종시에 상주하게 하려면 출퇴근을 막아야한다며 KTX증설, 출퇴근 버스 금지 등을 요구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공무원 A씨는 "이건 현실을 외면하는 행동이다. 짧은 생각으로 당장의 이익만 따지지 말고 장기적으로  공무원들이 이곳에 정주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협조와 배려, 애정이 절실하다" 며 심경을 토로했다.

 사실 지금 공무원들의 세종시 출퇴근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거꾸로 세종시에서 경남이나 전남 어느 시골로 매일 출퇴근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면 지금의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 세종시 청사 주위에는 공사현장이 많은데다 가로등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밤에는 사고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여서 당초 계획처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얼마전 큰 눈이 왔을 때 세종시의 행정력 부재로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많은 사고가 뒤따랐으며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19일에는 투표소 설치도 미흡해 유권자들이 2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일각에서는 세종시의 도시 설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친환경도시·자동차 없는 도시를 표방했지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도로는 좁고 대중교통은 매우 빈약하고 청사 주차장도 모자랄뿐 아니라 근처에 병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또 청사의 외형만 신경쓰다보니 내부는 열악하기 그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비좁기도 하고, 청사별로 칠한 문 색깔 때문에 새 건물임에도 헌 건물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이런 소소한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여지가 있어 참을 수 있지만 정작 견디기 힘든 것은 바로 '행정의 비효율성'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국회, 서울 청사, 대전청사, 각종 혁신도시 등으로 흩어져 있는 정부의 기능들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계할 것인지 답이 보이지 않는다. 

 화상회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이다. 주요기관들의 추가 이전이 있던가 다양한 기능적 보완이 뒤따르지 않는 한 세종시로 이전한 공무원들에게 과연 세종시가 말처럼 명품도시로 인정받는 날이 올까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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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두집살림 공무원들 ' 세종시가 명품도시라고?'

기사등록 2012/12/28 10:21:13 최초수정 2016/12/28 01: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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