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2012]시대를 거스르는 아랍…'아랍의 봄', 다시 겨울로 후퇴

기사등록 2012/12/28 04:00:00

최종수정 2016/12/28 01:45:40

【암만=AP/뉴시스】시리아인들이 21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에 있는 시리아 대사관 앞에서 시리아 혁명기를 흔들며 바샤라르 알 아사드 대통령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암만=AP/뉴시스】시리아인들이 21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에 있는 시리아 대사관 앞에서 시리아 혁명기를 흔들며 바샤라르 알 아사드 대통령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올 한해 중동 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지난해 1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중동 민주화 봉기 이른 바 ‘아랍의 봄’은 튀니지를 비롯해 이집트, 리비아의 대표적 독재정권들을 무너뜨렸지만, 더딘 개혁 속도, 정정 불안, 치안 악화 등으로 민주주의가 뿌리내려 싹이 틀 봄날이 멀어졌다.

 미군이 철수한 이라크에선 폭탄 테러가 자주 발생했으며 치안은 악화됐고 정정은 한층 불안해졌다. 시아파와 수니파 간 종파 분쟁이 심화되면서 폭력이 계속됐다. 수니파인 타레크 알 하셰미 부통령이 시아파 정부로부터 테러 배후 혐의로 5차례나 사형 선고를 받을 만큼 양측의 갈등은 깊어졌다. 여기에 중앙 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와의 민족 갈등도 이라크를 분열시켰다. 국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가 이런 갈등을 이용해 무차별 테러에 나서면서 이라크의 치안은 더 불안해졋다. 지난 18일은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지만, 이틀에 걸쳐 이라크 전역에서 테러가 이어졌다. 이라크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테러와 폭력사태로 166명이 숨졌으며, 희생자 대부분은 민간인이었다.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등 독재정권이 붕괴된 국가에서는 의회를 장악한 이슬람주의자들과 세속주의자들의 충돌까지 겹치면서 혼돈이 거듭됐다. 중앙정부의 통제가 느슨해져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세력을 확장한 리비아와 이집트에서는 미국 외교 공관이 공격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가 사망하는 참사까지 벌어졌다.

 이집트는 지난 11월 모함메드 모르시 대통령이 발표한 새 헌법선언문으로 비롯된 이른바 ‘파라오 헌법’의 국민투표를 둘러싼 야권과 이슬람주의자들 간의 찬반 양론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모르시 정부가 지난 11일 헌법 위기를 이유로 국제통화기금(IMF)에 48억 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연기해달라고 요청까지 해 이집트의 헌법 위기가 이미 취약해진 이집트 경제를 붕괴로 몰아가고 있다.

 혁명의 진원지인 튀니지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들끓었다. 튀니지는 장기 독재를 해온 벤 알리 전 대통령을 축출한 뒤 총선을 통해 이슬람 정권이 들어섰지만, 경제난과 정치적 갈등으로 혼란이 고조되면서 국민이 다시 거리로 나와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튀니지의 최대 야권인 튀니지노동총연맹(UGTT)은 지난 4일 집권당 엔나흐당의 지지자로 구성된 이슬람주의자들로부터 공격받는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13일 약 2년 만에 다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으나 치안 악화를 우려해 취소했다.  

 시리아의 유혈 사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권력 이양을 권하는 결의안을 상정할 때만 해도 리비아처럼 국제사회의 영향력이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높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국제사회가 시리아에 군사 개입을 하지 못하면서 내전으로 악화됐다.

 최근 시리아 반정부 단체들이 연합기구인 시리아국가연합(SNC)을 구성해 외교 교섭력을 발휘하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고 있다. 반면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 진압을 위해 화학무기인 사린 가스와 사용이 금지된 집속탄을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아사드 대통령이 궁지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아랍의 봄'으로 중동에 언론의 자유가 확대되고 독재 정권의 횡포도 사라졌지만, 역내 국가들은 국론 분열, 치안 악화, 경기 침체라는 문제에 부딪혔다. 종파와 부족 간 갈등, 부정·부패, 실업률 증가, 물가 상승으로 국민의 불만이 다시 증폭되고 있어 아랍의 계절은 봄에서 겨울로 거꾸로 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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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2012]시대를 거스르는 아랍…'아랍의 봄', 다시 겨울로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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