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차별·고통 '철학자의식탁에서 고기가사라진이유'

기사등록 2012/12/23 16:51:40

최종수정 2016/12/28 01:44:30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나 한 명이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해서 과연 동물들의 고통이 사라질까? 그런 생각은 '나 한 사람 더 투표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겠는가?'라는 태도와 다를 바 없다. 분명히 나 한 명의 투표가 세상을 바꾼다. 육식을 하는 사람들이 1년에 얼마만큼의 고기를 먹을까? 쉽게 닭으로 계산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1년에 10.68㎏의 닭고기를 먹는다고 한다(한국육류수출입협회 통계) 1년에 닭을 10마리 정도 먹는 셈이다. 즉 내가 고기를 안 먹는다면 1년에 닭 열 마리가 고통을 덜 받게 되는 것이다."

 최훈 강원대 철학과 교수의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는 채식의 윤리적 측면을 다루고 있다. 인간이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들에게 가하는 엄청난 고통 때문에 육식은 비윤리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체험에서 시작한 책이다. 최 교수는 철학을 공부한 이래로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불일치에 대해 심각한 자기반성에 부딪힌 나머지 채식주의를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누구나 자기에게 주어진 본성을 마음껏 누리며 살고 싶은 선호가 있다" "내가 고통 받는 것을 싫어한다면 남에게도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 등 윤리학의 기본 명제들을 반박하기 어렵다면 생활에서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채식 동기였다.

 그러나 최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채식과 같은 윤리적 결단을 지키기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자신을 본보기삼아 보여준다. 고기에 대한 미련을 끊지 못해 갖은 핑계를 만들어 고기에 손을 대고, 채식 실천에 거의 성공했다 싶으면 다가오는 주변의 유혹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인다.

 최 교수는 채식주의가 보편타당성을 가질 수 있는 근거로 2가지를 든다. 첫째는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이 옳지 않은 것과 똑같이 동물차별(종차별·speciesism)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 근거로는 '고통'을 제시한다. 윤리학은 만인의 행복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모색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준에서는 행복의 총량이 확보되기만 한다면 행복과 불행의 양극화나 약자의 손해는 방치할 수밖에 없는 결과가 초래된다. 따라서 거꾸로 약자가 당하는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침해의 최소화 원칙'), 즉 동물의 피해를 최고화하는 것이 윤리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2년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 당선작이다. 336쪽, 1만5000원, 사월의책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종차별·고통 '철학자의식탁에서 고기가사라진이유'

기사등록 2012/12/23 16:51:40 최초수정 2016/12/28 01:44:30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