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1623년 3월12일 밤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대사건이 일어난다. 조선 제15대 임금 광해군(1575~1641)을 폐위시킨 서인 세력의 인조반정이다.
그런데, 광해가 다스리던 조정에는 이미 정보가 입수돼 있었다. 역모의 움직임을 고발하는 상소였다.
광해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광해군일기', 폐왕이 돼 '실록'이 아닌 '일기'로 전락해버린 이 기록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겼다'고 씌여져 있다.
건곤일척의 상황에서 광해는 왜 그처럼 어이없는 판단을 내렸을까. 왕이 역모의 고변을 물리친 데는 한 여인이 개입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후기 학자 이긍익(1736~1806)이 지은 '연려실기술'은 이 여인이 '성지는 지극히 충성스러운 사람이니 다른 모의를 할 것입니까 하니 광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한다.
그 여인은 중전도 아니고, 후궁도 아닌 일개 상궁인 김개시( ~1623)였다. 비록 상궁에 불과했지만 그녀는 막후권력이었다. 연려실기술에는 "궁궐 안의 모든 일들이 그녀(김개시)의 손에서 이뤄졌다'고 적혀있을 정도다.
개시는 끼일 개, 똥 시로 '개똥'을 뜻한다. 이름 그대로 천민의 딸인 김개시는 동궁 소속 나인으로 입궐해 세자가 된 광해군을 보필했다. 광해군이 즉위한 뒤 15년간 최측근으로 활약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실록에 의하면, 그녀는 나이도 많고 외모도 출중하지 않았다. 천민 출신에 미색도 아니었던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광해군의 마음을 얻게 된 것일까.
연려실기술에는 '선조가 세자를 바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광해군이 불안해 했다. 이에 비밀리에 광해와 결탁해 후일의 계측을 삼았다'고 기술돼 있다.
광해군은 장자도, 적자도 아니기 때문에 왕세자에 오를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갑작스럽게 세자에 책봉돼 전란을 수습하면서 백성들의 지지를 받는다. 이후 광해를 시기한 부왕 선조의 변덕과 선조의 후비 인목황후의 늦둥이 영창대군 출산 등 왕위 계승에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천신만고 끝에 1608년 마침내 즉위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김개시의 공헌이 지대했던 것이다.
왕이 된 광해는 일대 개혁 정치를 강행한다. 무능한 부왕을 대신해 백성 속에서 임란을 수습했던 광해는 전쟁이 백성들에게 남긴 상처와 밑바닥 민심을 몸소 체험한 경험을 살려 대내적으로는 대동법으로 민생을 살피고, 대외적으로는 실리를 챙기는 중립적인 외교정책을 펼쳤다.
광해의 대표적인 두 가지 업적이 1200만 관객이 본 이병헌(42)의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에서는 가짜 왕이 된 광대 '하선'(이병헌)이 민초의 입장에서 행한 것들로 그려졌다.
대동법은 세금을 토지 소유량에 따라 부과하는 정책이다. 지주의 세금 부담이 강화되는 세법이기에 당시 기득권층과 방납 중개인과 결탁해 뇌물을 받던 사대부들의 반발이 컸다. 중립적 외교정책도 명나라를 섬기던 사대부들의 성리학적인 세계관에 어긋난 것이었다. 오랑캐인 후금과 통하는 것은 개, 돼지보다 못한 것으로 여겨지던 때였다. 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광해는 측근 단속에까지 실패하고 만다.
광해군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최측근인 김개시는 광해의 재위 15년 동안 매관매직을 일삼았다. '벼슬을 얻으려면 김개시를 찾아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광해의 지지기반이었던 대북파의 영수 이이첨(1560~1623)은 김개시에게 뇌물을 줘 결탁하고, 붕당 경쟁에서 왕의 권력을 등에 업기 위해 살해사건을 역모사건으로 꾸며내기도 했다. 잇따른 역모 사건에 광해가 범인을 직접 취조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만큼 신경이 곤두 서있었다.
광해는 흔들리는 왕권에 대한 불안감에 궁궐 공사에 병적인 집착을 보이게 되고, 무리한 토목공사로 인해 민심은 땅에 떨어지게 된다. 여기에 마지막 반전 기회였던 역모의 고변까지 무시하게 되면서 결국 쫓겨나 묘호조차 얻지 못한 채 강화도, 제주도를 전전하다 쓸쓸히 숨지고 만다.
김개시와 이이첨은 인조반정 때 바로 참수된다.
KBS 1TV '역사스페셜'은 13일 오후 10시 극단의 평가를 받고 있는 비운의 왕 광해군의 일생을 통해 왕의 조건은 무엇이고, 왕이 무엇을 잃었을 때 성군에서 폭군으로 전락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단, '광해'에 김개시가 없었던 것처럼 이날 방송에 광대 '하선'도 나오지 않는다.
[email protected]
그런데, 광해가 다스리던 조정에는 이미 정보가 입수돼 있었다. 역모의 움직임을 고발하는 상소였다.
광해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광해군일기', 폐왕이 돼 '실록'이 아닌 '일기'로 전락해버린 이 기록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겼다'고 씌여져 있다.
건곤일척의 상황에서 광해는 왜 그처럼 어이없는 판단을 내렸을까. 왕이 역모의 고변을 물리친 데는 한 여인이 개입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후기 학자 이긍익(1736~1806)이 지은 '연려실기술'은 이 여인이 '성지는 지극히 충성스러운 사람이니 다른 모의를 할 것입니까 하니 광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한다.
그 여인은 중전도 아니고, 후궁도 아닌 일개 상궁인 김개시( ~1623)였다. 비록 상궁에 불과했지만 그녀는 막후권력이었다. 연려실기술에는 "궁궐 안의 모든 일들이 그녀(김개시)의 손에서 이뤄졌다'고 적혀있을 정도다.
개시는 끼일 개, 똥 시로 '개똥'을 뜻한다. 이름 그대로 천민의 딸인 김개시는 동궁 소속 나인으로 입궐해 세자가 된 광해군을 보필했다. 광해군이 즉위한 뒤 15년간 최측근으로 활약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실록에 의하면, 그녀는 나이도 많고 외모도 출중하지 않았다. 천민 출신에 미색도 아니었던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광해군의 마음을 얻게 된 것일까.
연려실기술에는 '선조가 세자를 바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광해군이 불안해 했다. 이에 비밀리에 광해와 결탁해 후일의 계측을 삼았다'고 기술돼 있다.
광해군은 장자도, 적자도 아니기 때문에 왕세자에 오를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갑작스럽게 세자에 책봉돼 전란을 수습하면서 백성들의 지지를 받는다. 이후 광해를 시기한 부왕 선조의 변덕과 선조의 후비 인목황후의 늦둥이 영창대군 출산 등 왕위 계승에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천신만고 끝에 1608년 마침내 즉위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김개시의 공헌이 지대했던 것이다.
왕이 된 광해는 일대 개혁 정치를 강행한다. 무능한 부왕을 대신해 백성 속에서 임란을 수습했던 광해는 전쟁이 백성들에게 남긴 상처와 밑바닥 민심을 몸소 체험한 경험을 살려 대내적으로는 대동법으로 민생을 살피고, 대외적으로는 실리를 챙기는 중립적인 외교정책을 펼쳤다.
광해의 대표적인 두 가지 업적이 1200만 관객이 본 이병헌(42)의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에서는 가짜 왕이 된 광대 '하선'(이병헌)이 민초의 입장에서 행한 것들로 그려졌다.
대동법은 세금을 토지 소유량에 따라 부과하는 정책이다. 지주의 세금 부담이 강화되는 세법이기에 당시 기득권층과 방납 중개인과 결탁해 뇌물을 받던 사대부들의 반발이 컸다. 중립적 외교정책도 명나라를 섬기던 사대부들의 성리학적인 세계관에 어긋난 것이었다. 오랑캐인 후금과 통하는 것은 개, 돼지보다 못한 것으로 여겨지던 때였다. 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광해는 측근 단속에까지 실패하고 만다.
광해군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최측근인 김개시는 광해의 재위 15년 동안 매관매직을 일삼았다. '벼슬을 얻으려면 김개시를 찾아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광해의 지지기반이었던 대북파의 영수 이이첨(1560~1623)은 김개시에게 뇌물을 줘 결탁하고, 붕당 경쟁에서 왕의 권력을 등에 업기 위해 살해사건을 역모사건으로 꾸며내기도 했다. 잇따른 역모 사건에 광해가 범인을 직접 취조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만큼 신경이 곤두 서있었다.
광해는 흔들리는 왕권에 대한 불안감에 궁궐 공사에 병적인 집착을 보이게 되고, 무리한 토목공사로 인해 민심은 땅에 떨어지게 된다. 여기에 마지막 반전 기회였던 역모의 고변까지 무시하게 되면서 결국 쫓겨나 묘호조차 얻지 못한 채 강화도, 제주도를 전전하다 쓸쓸히 숨지고 만다.
김개시와 이이첨은 인조반정 때 바로 참수된다.
KBS 1TV '역사스페셜'은 13일 오후 10시 극단의 평가를 받고 있는 비운의 왕 광해군의 일생을 통해 왕의 조건은 무엇이고, 왕이 무엇을 잃었을 때 성군에서 폭군으로 전락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단, '광해'에 김개시가 없었던 것처럼 이날 방송에 광대 '하선'도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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