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 잡기노트]아리랑, 싸이 강남스타일처럼…

기사등록 2012/12/01 06:31:00

최종수정 2016/12/28 01:38:16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329>

 아리랑의 역사는 길다. 종류도 많고 전승지역은 광범위하다. 체험적 진술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 중 매우 강렬한 것이 둘 있다.  

 김산은 1941년 미국에서 나온 ‘송 오브 아리랑’에 증언했다. “조선에 민요가 하나 있다. 고통 받는 민중의 뜨거운 가슴에서 우러나온 아름다운 옛 노래다. 심금을 울려 주는 아름다운 선율에는 슬픔이 담겨 있듯이 이것도 슬픈 노래다. 조선이 그렇게 오랫동안 비극적이었 듯이 이 노래도 비극적이다. 아름답고 비극적이기 때문에 이 노래는 300년 동안이나 모든 조선 사람들에게 애창돼 왔다. … 이 노래는 죽음의 노래이지 삶의 노래는 아니다. 그러나 죽음은 패배가 아니다. 수많은 죽음 가운데서 승리가 태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국독립을 위해 황량한 중국벌판에서 불화살처럼 살다간 33년 짧은 생의 아리랑론이다. 극한 상황에서 불리는 ‘슬픈 노래’ 또는 ‘죽음의 노래’는 그 반대편을 향한 ‘희망의 노래’다. 김산의 절규가 확인해준다.   

 김산과 동시대 인물인 영화 ‘아리랑’의 주역 나운규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사회개혁의 도구’일 뿐이라는 이념을 실천하다 요절한 나운규의 말이다. “(아리랑)고개는 희망의 고개다. 독백(獨白)에 저 너머는 행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개가 넘기 어렵다고 낙심치 말아라. 넘으면 꼭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넘어가면 행복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1930년대 중반 자신의 영화 ‘아리랑’ 후편으로 쏟아지는 악평에 대한 반론 ‘현실을 망각한 영화평자들에게 답함’에서 나운규는 아리랑 고개는 희망의 고개이며 후편 ‘아리랑’의 주제는 현실극복이라고 못박았다.  

 이들 치열한 두 남자는 피에타로 연결된다. 십자가에서 내린 예수를 안고 비통해하는 마리아를 형상화한 작품명이다. 동시에 ‘또 다른 자아인 자식(타인)을 통한 진정한 자기완성’도 의미한다. 영화감독 김기덕 덕분에 더욱 귀에 익은 단어다.  

 김기덕은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정선아리랑, ‘아리랑’에서 본조아리랑·정선아리랑·한오백년, ‘풍산개’(각본)에서 본조아리랑, 이번 ‘피에타’에서 본조아리랑을 노래했다. 자신의 예술혼을 아리랑으로 함축했다. 김기덕에게 아리랑이란 “한국인의 아픔, 슬픔, 기쁨에 대한 가슴의 표현이다. 실제 내게도 그렇고…”다. 나운규, 김산과 일치한다. 특히 “…”는 죽음과 삶이며 그것의 극복이며 거기서 찾은 희망임을 침묵으로, 몸으로 드러낸 것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시골 할머니들에게 아리랑이 무엇인지 물으면 “아리랑이 아리랑이지 뭐야. 별거 있어?”라는 답이 대개 온다. 별거 있어? 인생의 고비를 넘은 이가 온 삶의 무게로 터득한 결코 가볍지 않은 진리다. 김기덕도 수없이 자문자답했을 것이다. 영화 ‘아리랑’에서 ‘내 삶은 아리랑’이라고 하더니 ‘피에타’에 이르러 마침내 ‘아리랑, 별거 있어?’라고 되물었다. 혹한에서 뜨겁게 산 자는 그렇게 도를 깨쳤다. ‘피에타’는 옛날 영화같다. 돈이 없어서 화면에 장난을 못쳤다. 스토리텔링으로 보는 이들을 홀렸다. 아리랑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변사 신출과 이북의 아리랑 학자 윤수동이 한겨레아리랑연합회가 주는 올해 제7회 아리랑 상을 받았다. 그동안 김기덕·무세중, 송옥자·SBS스페셜, 야마우치 후미타카·전은석, 이동희·아리랑 담배, 김학권 등이 수상했다. 역사의 노래, 노래의 역사의 주인공들이다. 아리랑의 3대 덕목 ‘저항·대동·상생’을 숭상하는 면면이다.  

 며칠 뒤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다. 어느 말을 쓰든 몇 번 만 들으면 부를 수 있는 아리랑은 K팝의 ‘중독성 있는 후렴구’의 원조다. 싸이가 ‘오빤 강남스타일’하면 다들 따라하듯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를 흥얼거리는 세계인이 흔해 빠질 날이 머지 않았는 지도 모르겠다.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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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립 잡기노트]아리랑, 싸이 강남스타일처럼…

기사등록 2012/12/01 06:31:00 최초수정 2016/12/28 01: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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