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작정하고 쓴 이야기꾼 이야기 '여울물소리'

기사등록 2012/11/21 14:21:58

최종수정 2016/12/28 01:35:22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이한 작가 황석영(69)씨가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를 펴냈다.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한국일보와 인터넷에 연재한 소설을 묶었다.  

 외세와 신문물이 들이치며 봉건적 신분질서가 무너져가던 격변의 19세기가 배경이다. 이야기꾼 '이신통'과 동학, 증산도를 큰 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세도정치와 삼정문란으로 낙후된 봉건왕조가 붕괴되는 그 시기는 조선민중의 자생적 근대화에 대한 역량이 제국주의 외세의 개입으로 좌절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런 때 동학과 증산도는 자생적 근대화의 지향이라는 공통분모로 근대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 사상이었다.

 황씨는 이 시대를 배경으로 자신의 주제의식을 한 몸에 실은 이야기꾼을 통해 자신만의 담론을 한바탕 펼쳐낸다.

 소설의 화자는 시골양반과 기생 첩 사이의 서녀인 '연옥'이다. 주인공인 이신통 역시 중인의 서얼로서 두 사람은 인연을 맺게 된다. 연옥을 통해 전기수, 즉 조선후기의 직업적인 낭독가에 강담사, 재담꾼이고 광대물주에 연희 대본가이며 나중에는 천지도에 입도해 혁명에 참가하고 교주의 사상과 행적을 기록하는 역할을 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이신통의 일생이 드러낸다.

 '당시의 이야기꾼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라는 의문이 소설의 출발점이다. 그들은 작자미상인 수많은 방각본 언패소설(諺稗小說) 생산자였다. 동시에 세상에서 자기 학식과 재주를 숨기고 살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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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씨는 이야기꾼이 동학, 증산도 등의 '혁명사상가'가 돼갈 때, 어떻게 변화의 길을 찾을 수 있었을까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현재를 살고 있는 자신을 대입한다.

 1962년 월간 '사상계'에 단편 '입석부근'이 당선되면서 등단한 황씨는 "이야기꾼 이야기를 쓰겠다고 작정하고, 처음에는 19세기쯤에 갖다 놓고 그냥 허황한 민담조의 서사를 쓰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우리네 그맘때의 현실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면서 "올해는 대선까지 있어서 더욱 실감할 수 있지만, 돌이켜보면 근대적 상처의 잔재가 지금도 우리 속에 내면화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각자의 당대를 어떻게 살아냈으며 어떻게 죽어갔는지 알 길은 없으나 이들이 남긴 수백 종의 언패소설과 판소리 대본과 민담, 민요 등등은 눈보라 속을 걷는 나에게 먼저 간 이가 남긴 발자취와도 같았다"면서 "이들과 단절돼 제국주의의 침입과 함께 이식문화로 시작된 한국 근현대문학의 원류를 더듬어 이제 울창한 우리네 서사의 숲에 들어선 느낌"이라고 전했다.

 "올해로 칠순이다. 자서전이나 자전적 작품을 쓰는 대신 작가의 일생을 19세기에 갖다 놓고 펼쳐본다면 나로서도 기념되는 바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여울물소리'는 내년 중국, 프랑스에도 출간될 예정이다. 496쪽, 1만5000원,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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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작정하고 쓴 이야기꾼 이야기 '여울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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