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이슈진단 '성범죄자 '물리적 거세' 필요한가'-전문의 정정만 박사가 보는 '물리적 거세'

기사등록 2012/11/12 15:22:35

최종수정 2016/12/28 01:32:34

【서울=뉴시스】이득수 기자 = 성범죄자에 대한 외과적 치료(거세형)을 일부에서는 흥미로운 시각으로 보기도 하고, 신체 일부를 적출해낸다는 점에서 영구적 손상을 우려하는 시각이 겹치기도 한다. 거세형이 의학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지식은 별로 없는 편이다. 직접 관련이 있는 비뇨기과 전문의를 통해 거세형의 의학적 의미를 짚어본다.

 정정만(64) 시흥센트럴병원 피부비뇨기과장(의학박사)은 연세대 의대를 나와 서울에서 정정만비뇨기과 준남성클리닉 등을 개원해 운영했고, 연세대 외래교수, 한국전립선관리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1990년 한국시로 문단에 등단한 정 박사는 ‘신촌로터리’ ‘남자의 성’ ‘섹스! 그 영원한 테마’ ‘바로 서야 바로 된다’ 등 10여권의 저서도 갖고 있다.

 그는 모 잡지에 기고한 ‘양물 참수형’이라는 수필적 시론에서 “잔인한 테러를 일삼는 몽둥이의 무자비한 행패로 치도곤 당한 영혼. 갈기갈기 찢어지는 원한(怨恨). 절망, 고통의 흉터가 타분하게 새겨져 삶이 황폐해진다. 무분별한 포식자가 소지한 흉기 때문이다”며 “그 사악한 욕정으로부터 흉기를 영구 격리시키는 것이 잔학무도(殘虐無道)한 몽둥이의 횡포를 근절하는 유일한 대책이다”라고 썼다.

 -흉악한 성폭행 범죄가 그치지 않고 있는데도 성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너무 관대하다는 국민적 불만이 팽배해 있다. 성 폭행범에 대한 법원의 온정적 판결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법원 판결의 모체가 되는 법리(法理)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신체를 무자비하게 살상하는 무도한 흉악범에게 온정(溫情)이란 있을 수 없다. 같은 하늘을 이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지상에서 함께 살고 있는 인간 공동체의 골격을 훼손하는 범죄는 일벌백계로 응징해야 한다. 피해자와 그 가족이 곧 나의 혈육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아무리 빗나간 본능의 표출 방식이 인간의 한계라 할지라도 더불어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외과적 거세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을 성 범죄자 처벌관련 법안을 발의해 화제가 됐다. 거세의 목적은 무엇인가.

 “남성의 특징적인 성징과 남성의 힘은 고환의 라이디히 세포(Leydig cell)에서 만들어 내는 남성 호르몬, 즉 테스토스테론에서 비롯된다. 거세의 사전적 의미는 권세(權勢)를 제거하는 것이다. 남성의 상징인 고환(불알)의 힘과 그것을 달고 있는 사내의 물리력, 창의력, 생식력을 동일 시각으로 여기는 뜻풀이다. 거세의 목적은 체내의 남성 호르몬 수준을 고환이 없는 상태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물리적 거세는 수술적 방법으로 고환을 직접 제거하여 남성 호르몬을 거세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진행성 전립선암의 치료 목적으로 고환을 제거하기도 한다. 이는 신체의 남성 호르몬 생성 기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법이다.”

 -남성의 상징인 고환의 기능은 무엇인가.

 “고환은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차 상급 기관의 세심한 조절을 받는다. 즉 뇌에 위치한 뇌하수체의 통제를 받는 것이다. 뇌하수체는 다시 최고 상급 기관인 뇌의 시상 하부가 조절한다. 신체의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떨어지면 시상하부에서 이를 즉각 감지하여 차하급 기관인 뇌하수체에게 테스토스테론 생성을 명령한다. 이 명령을 접수한 뇌하수체는 즉시 최하급 기관인 고환의 라이디히 세포에게 테스토스테론 생산을 지시하고 고환에서는 더 많은 테스토스테론을 만들어내는 시상하부-뇌하수체-고환 축을 이루어 작동된다.”

 -물리적 거세와 화학적 거세의 메커니즘은 어떻게 다른가?

 “물리적 거세란 테스토스테론 생산 공장인 고환을 수술적 방법으로 제거하는 것이며 화학적 거세란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뇌하수체에게 시상하부의 메시지를 운반하는 화학물질(LHRH)의 기능을 차단시키는 방식이다. 화학적 거세에 사용되는 물질은  흔히 진행성 전립선 암 치료제로 사용되는 LHRH 작용제인 류프로라이드, 고세렐린과 LHRH길항제인 아바렐릭스, 데가렐릭스등이다. 이들 약물을 투여하면 7~10일 내에 테스토스테론이 거세 수준으로 떨어진다. LHRH 작용제는 구조가 LHRH와 유사하여 시상하부의 메시지를 소지한 LHRH가 찾아가는 뇌하수체의 메시지 접수구를 미리 차지하여 진짜  LHRH가 시상하부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게 봉쇄하는 물질이며 LHRH 길항제는 뇌하수체의 메시지 접수구를 직접 차단하는 물질이다.”

 -시민들은 물리적 거세에 대해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근대적인 형벌이라는 지적이다.

 “LHRH 작용제나 LHRH 길항제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진행성 전립선 암 치료를 위해 흔히 물리적 거세가 시술되었다. 전근대적인 방식이라는 사실은 봉건 군주제의 비인간적인 내시제도를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거세를 하면 성범죄 예방에 도움이 얼마나 되는가. 범인의 성욕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물리적, 화학적 거세는 성기능 상실이 동반된다. 실제로 진행성 전립선암 환자에게 남성 호르몬을 차단시키는 치료를 하면 환자의 90%는 성욕과 발기력을 상실한다. 하지만 화학적 거세 수단은 약물투입을 중단하면 다시 남성 호르몬이 생성되어 성욕이 회복된다.”

 -물리적 거세는 성기능을 제거해 완전히 고자로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거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환자는 여전히 성욕을 유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개인 차이에 대한 이유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연령, 육체적 건강, 치료 전 남성 호르몬 수준 등 다양한 인자가 관여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더구나 성욕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현재 통용되고 있는 경구용 발기 유발제나, 음경 해면체 주사요법, 음경 보형물 삽입술 등으로 정상적인 성행위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의 거세형이 사마천이 받았다는 궁형이나, 환관(내시)이 되기 위한 스스로 행한 거세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거세를 해도 여전히 성욕을 유지하고 폭력적 성행위가 가능하다면, 거세는 폭력적 성 행태를 완전히 근절할 수 없다. 따라서 죄질에 따라 거세 부위(확대)를 결정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비잔틴 제국이나 중국에서 시행된 음경, 고환, 음낭 등 성기를 모조리 도려낸 후 배뇨 자세를 좌위로 국한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 환관의 거세 방식은 고환만 제거하는 물리적 거세 방식이었다.”

 -물리적 거세를 하면 신체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 사극에서 보면 내시들은 수염이 없고 목소리가 여자 같던데.

 “남성적 특징이 소실된다. 사춘기 이전에 거세한 경우에는 수염이나 목소리 등 남성의 특징적인 성징을 포기해야 하지만 성인 이후에 거세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체성분 변화 및 신체상의 변화로 근육량이 줄어들고 체지방이 증가하며 체중이 증가한다.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진다. 정신적 또는 정서적으로는 매사에 쉽게 짜증을 내고 적극성이 결여된다. 심혈관 질환이 증가한다.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이 증가하는 등 지질 변화, 내당능 장애(혈당이 정상치보다는 높지만 당뇨병 이전의 상태)를 유발하여 결국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있다. 또 골밀도 감소에 의한 골다공증 발생 위험도 커진다. 테스토스테론은 뼈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호르몬이다. 이밖에 홍조, 여성형 유방 현상이 나타난다. 가슴이 커지고 압통 및 통증을 동반한다. 성욕 감퇴 및 성 정체성을 상실한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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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02호(11월13일~19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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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아이즈]이슈진단 '성범죄자 '물리적 거세' 필요한가'-전문의 정정만 박사가 보는 '물리적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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