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을 배우다가 버려진 침팬지 '님 침스키'

기사등록 2012/10/20 06:21:00

최종수정 2016/12/28 01:25:47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님 침스키 (엘리자베스 헤스 지음·백년후 펴냄)

 “동물, 특히 연구용 동물에는 드러나지 않은 역사가 있게 마련이다. 대개는 시설에서 시설로 옮겨지는 도중에 사라지고 만다(때로는 의도적으로 은폐된다) 원하는 목표에 봉사하고 난 뒤에는 쓸쓸하게, 때로는 치명적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님’은 다행히도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딴 논란의 연구가 일으킨 소란과 더불어 그의 사연도 깨끗이 지워졌다.”

 유인원 언어 실험 ‘프로젝트 님’은 본래 언어는 인간 만의 고유한 특징이라는 노엄 촘스키(84)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구상된 것이었다. 역사적인 실험을 위해 선택된 침팬지 님 침스키는 맨해튼의 우아한 저택에서 입양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인간 아이처럼 자랐고 미국식 수화를 배웠다. 하지만 연구비 문제로 프로젝트가 끝나자 그때부터 님의 문제가 시작됐다. 이후 20년 동안 님은 사랑했던 사람들로부터 버림받고 우리에 갇혀 이 시설 저 시설로 떠돌아다녔다.

 ‘님 침스키’는 인간과 가장 닮았기 때문에 언어 실험의 실험용 동물로 선택됐던 한 침팬지의 일생을 자세하고 섬세하게 담아냈다. 이 유명했던 실험은 님이 네 살이 될 때까지 진행됐지만 그가 죽은 것은 스물일곱의 나이였다. 스무 해가 넘는 기간 동안 님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님은 실험에 선택됐다는 이유로 태어난 지 열흘 만에 어미에게서 떨어져 인간으로 길러졌지만 계속해서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버림받는 삶을 살았다. 님 뿐 아니라 이 책에 등장하는 다른 사육 침팬지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의 삶이 행복한 마무리로 끝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린 시절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지나 침팬지의 야생성이 드러나면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버림받거나 침팬지의 행동양식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외로움과 우울증으로 죽음의 위기를 겪거나, 실험에 대한 인간의 욕심 때문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기도 한다.

 하지만 님이 무서울 때 옆에 있어주고 함께 장난치고 소통하며 님과 함께 했던 것도 역시 인간이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해 님을 키우고 가르쳤던 사람들은 이후 영장류를 대상으로 의학 생체 실험을 하는 뉴욕대학의 영장류약물외과실험연구소에서 구출하는 데 힘을 보탰고 보호소에 옮겨진 님을 잊지 않고 찾았다.

 인간과 닮았다는 이유로 혹은 인간과 다르다는 이유로 선택되고 버림받은 삶을 지낸 이 침팬지의 일생은 대체 인간이란 존재가 무엇인지, 인간과 동물의 경계는 무엇인지를 되묻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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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말을 배우다가 버려진 침팬지 '님 침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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