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범, 내 속에 너무도 많은 나…"거대한 사랑"

기사등록 2012/10/21 06:01:00

최종수정 2016/12/28 01:25:51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영화 '용의자X' 류승범이 10일 오후 서울 신문로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영화 '용의자X' 류승범이 10일 오후 서울 신문로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류승범(32)은 소신 있는 배우로 손꼽힌다. 배우로서의 고집도, 연기관도 뚜렷하다. '연기천재'로 불린 지 오래다. 영화 '용의자X'(감독 방은진)에서는 연기력을 새삼 재평가 받았다.

 사랑하는 여자 '화선'(이요원)의 우발적인 살인을 덮어주기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꾸미는 천재수학자 '석고'역이다. '이 사람, 류승범이맞나?' 싶을 정도로 관객들을 설득했다. '방자전' '부당거래'에서처럼 강한 캐릭터가 아니다. 미세한 표정변화와 절제된 내면연기가 빛을 발한다.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작품을 하고 싶기보다는 쉬고 싶었어요. 끝까지 고민하다가 출연하게 됐죠. 탄탄한 원작과 시나리오가 선택에 작용을 했지만 방은진 감독님을 만난 후 '진심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느껴졌어요. 내 배우 인생에 도움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나를 맡겨서 연기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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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영화 '용의자X' 류승범이 10일 오후 서울 신문로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석고'가 되기 위해 말투와 걸음걸이부터 바꿨다. 축 처진 어깨와 자신감없는 표정, 소심한 성격을 연구했다. 어리바리한 대사도 류승범이 생각한 '석고'였다. 일상생활에서도 '석고'를 잊지 않으려고 '석고'처럼 행동했다.

 "감독님이 숙제를 많이 줬다. 걸음걸이, 대사까지 정확히 디렉션 해줬다. 쉼표, 느낌표까지 받은 기분이랄까. 마음에 안 들면 앞에서 시연도 해줬다. 평상시 배우로서 고집이 센 편인데 이번에는 많이 비우고 따라갔다. 그러다 내 창작의 욕심이 생기면 말하면서 조율해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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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영화 '용의자X' 류승범이 10일 오후 서울 신문로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미지 변신에 대해서는 "배우로서 철학인데, 내 안에 없는 연기는 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아무리 새로운 역할이라도 촬영하면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가끔 내 모습을 지우고 싶거나 보기 싫은 부분을 감추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주체가 없으면 어디다가 빙의할 것인가? 신이 아닌 이상 내 안에 없는 것을 연기할 수 없다. 그거야 말로 진짜 '연기'가 되는 것이다. 내 행동이 거짓으로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연기를 잘한다'는 말이 싫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느껴진다"며 웃었다.

 "이해가 안 가면 연기를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방 감독을 많이 조른 이유다. "'석고'의 태도가 이해가 안 가면 감독님에게 날 설득시켜달라고 했다. 이번 작품뿐 아니라 이제껏 작업들이 그랬다. 내가 캐릭터를 알지 못하면 차라리 연기를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는 연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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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영화 '용의자X' 류승범이 10일 오후 서울 신문로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석고'의 일반적이지 않은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랬다. 가족도 아니고 애인도 아닌 옆집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희생하는 '완전한 사랑'을 보여준다.

 류승범은 "처음에는 '석고'처럼 거대한 희생을 치를 만큼 사랑을 해본 적 있나 생각해봤다. 연기의 딜레마였다. 하지만 작품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생각이 바뀐 것이 인생에 이러한 사랑이 온다면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 것 같다. 한번 사는 인생 '석고'처럼 거대한 사랑을 하면서 살아도 괜찮겠다 싶었다"며 '석고'의 사랑을 높이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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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영화 '용의자X' 류승범이 10일 오후 서울 신문로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용의자X'는 히가시노 게이고(54)의 원작소설 '용의자X의 헌신'을 영화화했다. 원작과 차별하기 위해 천재수학자와 대립하는 '물리학자' 대신 동물적 감각을 지닌 '형사'를 등장시키면서 드라마적 요소를 강화시켰다. 결말에서도 인물의 내면적 감정을 극대화하며 원작과 차별화를 뒀다. 원작이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 재구성된 '용의자X'의 결말에 대한 호불호도 갈렸다.

 류승범은 "원작에 대한 기대치가 있는 분들이 있고, 원작 마니아도 있어서 호불호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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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영화 '용의자X' 류승범이 10일 오후 서울 신문로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그러면서도 "영화는 취향의 문제다. 나도 원작을 좋게 봤고 팬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각색됐고 방 감독의 숨결을 통해 나온 거니 있는 그대로 봐줬으면 좋겠다. 보고 나서 개인의 성향을 얘기하는 건 좋지만 비교로 들어가면 만든 이로서는 힘이 빠진다. 우리 나름대로의 숨결을 넣어서 빚은 건데 비교의 수준에 머물고 싶지 않다. 1, 2등을 가르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청했다.

 "사회적 분위기가 그런 것 같아요. '영화 어땠어?'보다 스코어가 먼저 나오고 상품적 가치를 논하는…. 1년 활동하고 10년을 쉬는 것도 배우이고 10년을 활동하고 1년을 쉬는 것도 배우잖아요. 다른 건 인정해야 하는데 '이 영화 이렇게 봤어'라고 사실인 것처럼 말해버리니. 원작의 힘이 워낙 세니까 이해는 하지만 누군가 싫다고 해서 이 영화가 완성되지 않을 이유는 없어요.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좋은데 가치를 묵살하며 거친 언어, 본질적인 것들까지 개인의 성향으로 묵살시키면 안 되잖아요. 나와 취향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존재가치를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류승범은 이 영화를 마친 후 "순전히 완주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고 싶다"는 마음이다. "스스로에게 지치지 않고 4개월 동안 꾸준히 한 명도 낙오 없이 잘 해온 게 참 좋다. 작품이야 내 몫이 아니니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한 이후 어느덧 12년차, 흥행성공 욕심은 없을까? "상업적인 베이스에서 출발한 배우가 아니다. 다시 언더로 내려간다고 하면 힘들겠지만 겁나지는 않는다. 다른 선배들이 밑에서부터 연기하라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인 것 같다. 떨어져도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됐다는 것은 차고 넘치는 축복이다. 상업배우로서 개런티를 받으니 흥행의 몫이 있겠지만 그것에 연연하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잘 보면 흥행작이 없어요. 그런데도 12년을 했다는 것은 그게 내 코드인 걸 투자사들도 아는 거예요. 기대도 없지만 버리지도 않는 배우라고 할까? 12년째 유망주예요. 제가 가진 느낌이 완성품이 아니라 뭔가 허술하고 다른 것을 만들 것 같은 느낌이잖아요. 100억 투자해서 200억 내놓을 것 같은 스타일은 아니고…. CJ에서 연달아 몇 편 했지만 좋은 성과를 드린 적이 없어요. 그럼에도 계속 투자를 해주는 건 들어간 게 있으니 이번에는 될 것 같은 기대감? 12년 동안 주인공 언저리에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것도 이번에는 터질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인 것 같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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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 내 속에 너무도 많은 나…"거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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