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특집]["딩하오서울" 막상와보면②]中관광객 "홍대 등 보고픈 곳 많은데 종일 쇼핑만…"

기사등록 2012/09/26 05:01:00

최종수정 2016/12/28 01:18:48

대부분 '다양한 볼거리 없다' 지적…통역-중국어 안내 크게 부족

【서울=뉴시스】최성욱 기자 = "콰이디엔 콰이디엔 근셩 메이스젠러(快一點兒 快一點兒, 跟上 沒時間了·빨리 빨리, 따라오세요. 시간없어요.)"

 지난 21일 오후 서울의 대표적 관광지인 경복궁. 관광버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로 가이드의 목소리가 쉼없이 들려왔다. 

 버스에서 내린 한 무리의 관광객들은 가이드의 인솔에 따라 줄지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경복궁은 첫번째 관광코스인 만큼 아직 서울 분위기에 익숙치 않은 중국인들의 얼굴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뉴시스 취재진은 지난 21일 중국인 유학생 장하이디(張海迪·26)씨와 함께 명동, 동대문, 경복궁 등 주요 관광지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을 직접 만나 한국 여행의 문제점과 불만에 대해 들어봤다.  

 이날 경복궁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4991명으로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들 가운데 처음으로 만난 장위란(張玉蘭·66·여)씨는 장시성(江西省) 장수(樟樹)의 한 시골마을에서 40여명이 단체로 관광을 왔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됐고 동경해왔다"며 "앞으로의 일정이 기대된다"고 했다. 또 "서울은 도심 한복판인데도 공기가 깨끗하고 사람들이 친절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이번 여행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장씨 일행은 "일정 대부분이 쇼핑 위주라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다"며 "서울은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문화적 요소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짜여진 일정이 빡빡한데다 차까지 막혀 서둘러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우리 같은 노인들은 일정을 소화하기 버겁다"며 "작년에 전주를 다녀갔는데 그곳에서 진짜 한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광화문 앞에서는 하루 3차례 열리는 '수문장 교대식' 재현 행사를 보기 위해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렸다. 한켠에서 이를 지켜보던 왕하이잉(王海影·27)씨는 자신을 쓰촨성(四川省) 서남교통대학교 대학원생이라고 소개했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학술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는 그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고 싶어 일부러 북촌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다"며 "인터넷을 통해 서울의 관광정보를 수집해 나왔는데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역시 관광상품의 다양성 부족을 지적했다. "수도인 서울이 볼거리가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작 쇼핑 위주로만 소개돼 관광지로서의 서울은 낙제점"이라고 평가했다. 또 "중국어 안내판을 찾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인근 인사동에서 만난 장롄(張蓮·36·여)씨 모녀에게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자유여행으로 한국을 찾은 이들은 "경복궁→인사동→남대문→명동→동대문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제외하고 안내 정보가 없다"며 "무작정 나서기도 겁이 난다"고 했다.

 다음으로 요즘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선호한다는 명동을 찾았다. 한국에 온 중국인 68.4%가 들른다는 명동은 쇼핑 뿐만 아니라 먹거리, 볼거리 등이 한꺼번에 몰려 있어 동대문과 함께 최고의 명소로 꼽힌다.

 여행사를 통해 정해진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3박4일 일정에 첫 날과 둘째날 저녁 이곳을 찾는다. 한류 열풍으로 연예인들과 함께 덩달아 유명해진 상품 매장들이 이곳에 몰려 있다.

 특히 명동 화장품 매장은 필수코스로 꼽힌다. 이날도 명동 쇼핑거리에는 중국 관광객들을 잡으려는 화장품 업체 종업원들의 호객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거리 곳곳에서는 '칭라이 칸칸바(請來看看吧·들어와서 보세요)'라는 안내원들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울려퍼졌다.

 중국 관광객들은 일본 관광객들과 다르게 5인 이상 단체 여행객이 많고 씀씀이도 크다. 때문에 업체들은 최근 이른바 '큰손' 모시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거리에도 중국어로 된 안내판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하지만 명동은 아직까지 일본인 관광객에 비해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명동 쇼핑거리에서 만난 중국인 대부분은 '언어소통 불편'을 가장 큰 불만으로 꼽았다.

 명동 쇼핑거리에서 만난 저장성(浙江省) 온주(溫州)에서 온 황화(黃華·30·여)씨 일행은 양손에 쇼핑 꾸러미를 한가득 들고 있었다. 그는 "한국 상품에 관심이 많다"며 "한 번 오면 친구들에게 선물할 것까지 사간다. 명동은 쇼핑하기 정말 좋은 곳"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그는 "백화점이나 면세점이 아닌 길거리 매장에서는 통역서비스를 찾기 힘들다"며 "중국어로 호객행위를 하는 직원의 안내로 막상 가게 안으로 들어가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엉뚱한 물건을 사거나 그냥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상하이(上海)에서 온 리즈룽(李子龍·28)씨도 "명동, 동대문 등 정해진 코스가 아닌 홍대나 이대 등 다른 곳들도 가보고 싶지만 두렵다"고 했다. "언어소통이 되지 않아 기존 관광지를 벗어나 마음대로 돌아다니기가 힘들고 버스와 지하철은 너무 복잡해서 탈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숙소와 관련된 불만도 나왔다. 베이징(北京)에서 친구들과 함께 자유여행 온 진광위안(金光远·35)씨는 호텔 명함까지 보여주며 "한 관광지 안내사이트의 추천으로 저렴한 호텔방을 예약했지만 이튿날 호텔 직원이 원래 묵던 방은 예약됐던 방이라며 다른 방으로 옮겨야 하고 그러려면 3만원을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명동 다음으로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동대문으로 갔다. 이곳에서도 중국인 관광객들은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동대문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하루 중 마지막으로 들르는 코스로 주로 저녁시간대에 몰렸다.

 이날 패션상가인 밀리오레와 두산타워 앞에는 중국인 관광객 수십여명이 쇼핑을 하러간 일행을 기다리거나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근 도로에서는 관광버스가 수시로 오가며 중국인 관광객들을 실어날랐다. 

 지린성(吉林省) 푸위(扶餘)에서 온 대학생 왕제(王結·26·여)씨는 "부모님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며 "한국 연예인을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이제는 한국의 문화와 음식까지 좋아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런 그에게도 의사소통 문제는 여전히 한국 여행의 걸림돌이었다. "한국에 오기 전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중국어 안내판이 없는 곳들이 너무 많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베이징(北京)에서 온 주신(朱辛·32)씨는 "한국 무역회사의 중국지사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세미나를 마치고 동대문을 찾았다"며 "관광을 하러 나왔는데 의사소통이 안 돼 길을 찾기가 힘들고 물건을 사지 않는 이상 상인들도 대답하기를 꺼려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식사 전 따뜻한 물을 마시는데 한국은 냉수부터 내온다. 중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음식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아직까지 관광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번에 다시 한국을 찾겠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며칠 뒤면 중국은 최대 명절인 중추절과 국경절이 맞물린 황금연휴를 맞는다. 이번 연휴 때 한국을 방문할 중국인 관광객은 최대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일회성 아닌 꾸준한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새로운 코스 개발은 물론, 언어와 음식과 같은 중국인에 세심한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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