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군 가산점제는 국민 80%가 찬성하고 있다. 정책을 추진하는 국방부와 협의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추진하도록 하겠다.”(김일생 병무청장)
“군 복무로 고생한 젊은이들에 대한 국가와 사회적 차원의 보답차원에서 군 가산점제 도입을 관계기관과 협조해 강력하게 재추진하겠다.”(이용걸 국방부 차관)
군 복무를 마친 사람이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채용시험에 응시할 때 가산점을 주는 군필(軍畢) 가산점제도가 부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가를 위한 희생으로 인한 장병들의 기회 손실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군 가산점제 재도입을 위한 ‘군불때기’에 나선 가운데 여성계의 반발이 여전한 상황에서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군 가산점제 도입부터 폐지까지
군 가산점제는 1961년 제정된 ‘군사원호대상자고용법’의 제대군인 우선고용에서 출발해 7·9급 공무원 채용시험 시 제대군인에 한해 과목별 시험 득점에 만점의 3~5%를 가산하도록 하는 제도다.
1994년 6월 이화여대 교수와 학생 2006명이 청와대와 총무처 등에 낸 ‘7.9급 공무원 채용시험에 있어서 군복무 가산점제도 폐지’ 청원은 군 가산점제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1997년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 1998년 8월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이 통과됐다. 이에 여성단체는 크게 반발했다.
이듬해 10월19일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가 군 가산점제에 의해 탈락한 연세대 남성 장애우와 5명의 이화여대 졸업생이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1999년 12월23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군 가산점제는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군 가산점제 폐지 이후 이에 대한 논의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2005년 주성영 의원이 군가산점 부활을 골자로 하는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007년 5월 고조흥 의원이 제대군인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경우 과목별로 2% 가산점을 주는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18대 국회에선 김성회·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군필자에 한해 합격자의 20% 내에서 과목별 득점의 2∼3%에 해당하는 가점을 주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했지만 법사위에 계류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청년 실업이 급증하고 한창 취업 준비에 매달려야 하는 시기에 군에 입대해 2년이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들에 대한 적정한 수준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됐다.
◇19대 국회서 정부입법으로 발의
그 동안 군 가산점제 폐지 이후 재도입 논의는 주로 국회가 주도하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불거진 논란은 대부분 정부에서 불을 지폈다.
올해 초 국가보훈처는 대통령 연두 업무보고에서 군 가산점제를 대신해 공무원 채용시험 때 군필자를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는 ‘공무원 채용목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여성합격자 비율의 하한선을 규정하고 있는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를 본떠, 군 복무 중 취업 및 구직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의무복무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6월29일 ‘2012 병영문화 선진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군 가산점 부활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대 입장을 보이는 기관들과 입장 조율을 통해 이를 재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김일생 병무청장이 지난달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군 가산점제는 국민 80%가 찬성하고 있다”며 “정책을 추진하는 국방부와 협의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군 고위당국자는 “평등권 위배 등 위헌요소를 제거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19대 국회 때 정부 입법으로 발의할 계획”이라며 “가산점 범위나 시행 일정 등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보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계 반발…사회적 합의 어려울 듯
이렇듯 안보 관련 정부부처는 내부적으로 군 가산점제 재도입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방통행에 그치고 있다.
군 가산점제 부활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여성계와 장애인 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제대로 논의조차 못해 본 것을 생각하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관련부처와의 의견 조율도 이뤄지지 않았다. 보훈처가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군필자를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는 ‘공무원 채용목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여성가족부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반대 입장을 펴고 있는 쪽도 군 복무를 마친 이들에 대한 희생을 인정하면서도 이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감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공무원 채용목표제나 군 가산점제는 일부 제대 군인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여성들은 물론 상당수 군필자들의 기본권까지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위헌 소지가 없는 범위 안에서 군 가산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군 가산점제 부활에 대해서는 이해 관계자가 첨예하게 맞선 상황이니만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전에 성급히 결정해서 안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현역병들의 과반수가 넘는 63%가 경제적 보상 등의 실질적인 대안을 희망하지만 군가산점제는 제대군인 중 불과 0.4%만이 혜택을 받는 것”이라며 “군 가산점제 부활은 국론 분열만을 초래할 뿐 정부는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움직임을 중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병역으로 인한 학업중단과 사회진출 지연, 경제활동 중지 등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배려는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며 “충분한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89호(8월7일~13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군 복무로 고생한 젊은이들에 대한 국가와 사회적 차원의 보답차원에서 군 가산점제 도입을 관계기관과 협조해 강력하게 재추진하겠다.”(이용걸 국방부 차관)
군 복무를 마친 사람이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채용시험에 응시할 때 가산점을 주는 군필(軍畢) 가산점제도가 부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가를 위한 희생으로 인한 장병들의 기회 손실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군 가산점제 재도입을 위한 ‘군불때기’에 나선 가운데 여성계의 반발이 여전한 상황에서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군 가산점제 도입부터 폐지까지
군 가산점제는 1961년 제정된 ‘군사원호대상자고용법’의 제대군인 우선고용에서 출발해 7·9급 공무원 채용시험 시 제대군인에 한해 과목별 시험 득점에 만점의 3~5%를 가산하도록 하는 제도다.
1994년 6월 이화여대 교수와 학생 2006명이 청와대와 총무처 등에 낸 ‘7.9급 공무원 채용시험에 있어서 군복무 가산점제도 폐지’ 청원은 군 가산점제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1997년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 1998년 8월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이 통과됐다. 이에 여성단체는 크게 반발했다.
이듬해 10월19일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가 군 가산점제에 의해 탈락한 연세대 남성 장애우와 5명의 이화여대 졸업생이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1999년 12월23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군 가산점제는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군 가산점제 폐지 이후 이에 대한 논의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2005년 주성영 의원이 군가산점 부활을 골자로 하는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007년 5월 고조흥 의원이 제대군인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경우 과목별로 2% 가산점을 주는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18대 국회에선 김성회·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군필자에 한해 합격자의 20% 내에서 과목별 득점의 2∼3%에 해당하는 가점을 주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했지만 법사위에 계류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청년 실업이 급증하고 한창 취업 준비에 매달려야 하는 시기에 군에 입대해 2년이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들에 대한 적정한 수준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됐다.
◇19대 국회서 정부입법으로 발의
그 동안 군 가산점제 폐지 이후 재도입 논의는 주로 국회가 주도하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불거진 논란은 대부분 정부에서 불을 지폈다.
올해 초 국가보훈처는 대통령 연두 업무보고에서 군 가산점제를 대신해 공무원 채용시험 때 군필자를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는 ‘공무원 채용목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여성합격자 비율의 하한선을 규정하고 있는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를 본떠, 군 복무 중 취업 및 구직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의무복무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6월29일 ‘2012 병영문화 선진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군 가산점 부활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대 입장을 보이는 기관들과 입장 조율을 통해 이를 재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김일생 병무청장이 지난달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군 가산점제는 국민 80%가 찬성하고 있다”며 “정책을 추진하는 국방부와 협의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군 고위당국자는 “평등권 위배 등 위헌요소를 제거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19대 국회 때 정부 입법으로 발의할 계획”이라며 “가산점 범위나 시행 일정 등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보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계 반발…사회적 합의 어려울 듯
이렇듯 안보 관련 정부부처는 내부적으로 군 가산점제 재도입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방통행에 그치고 있다.
군 가산점제 부활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여성계와 장애인 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제대로 논의조차 못해 본 것을 생각하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관련부처와의 의견 조율도 이뤄지지 않았다. 보훈처가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군필자를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는 ‘공무원 채용목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여성가족부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반대 입장을 펴고 있는 쪽도 군 복무를 마친 이들에 대한 희생을 인정하면서도 이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감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공무원 채용목표제나 군 가산점제는 일부 제대 군인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여성들은 물론 상당수 군필자들의 기본권까지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위헌 소지가 없는 범위 안에서 군 가산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군 가산점제 부활에 대해서는 이해 관계자가 첨예하게 맞선 상황이니만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전에 성급히 결정해서 안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현역병들의 과반수가 넘는 63%가 경제적 보상 등의 실질적인 대안을 희망하지만 군가산점제는 제대군인 중 불과 0.4%만이 혜택을 받는 것”이라며 “군 가산점제 부활은 국론 분열만을 초래할 뿐 정부는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움직임을 중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병역으로 인한 학업중단과 사회진출 지연, 경제활동 중지 등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배려는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며 “충분한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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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89호(8월7일~13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