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복, 그 유명한 '먼나라 이웃나라' 새로 그렸다

기사등록 2012/08/01 14:36:44

최종수정 2016/12/28 01:02:54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25년 만에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된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에 대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25년 만에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된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에 대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먼나라 이웃나라' 신문 연재를 시작한 것이 30년 전이었어요. 그간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죠. 당시 제가 유럽에 있을 때 우리나라가 국민 소득이 1000만 달러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 클럽에 가입했어요. 우리나라의 위상이 달라진 것이죠. 한층 높아진 우리의 시각에서 다시 썼어요."

 만화가인 덕성여대 이원복(66) 석좌교수의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가 1987년 초판 출간 이후 25년 만에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로 다시 태어났다. 예전 원고를 폐기하고 3년 간 1만2000컷에 달하는 원고를 완전히 새로 그려 14권으로 내놓았다.

 이 교수는 1일 "이 책은 소설이나 기록물이 아닌 사회 현상을 다룬 것"이라며 "사회적 풍토가 계속 변하는 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1981년 10월 소년한국일보를 통해 처음 세상에 나왔다. 1975년부터 독일 뮌스터 대학의 디자인학부에 유학 중이던 이씨가 현지에서 매일 국제우편으로 원고를 보내 연재됐다. 1987년 시리즈 첫 출간 이후 지금까지 1500만부 이상 팔렸다. 1992년 첫 개정, 2000년에 컬러를 입힌 두 번째 개정판이 발간됐으나 전면 개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먼 나라 이웃나라'는 이 교수의 10년 유학생활 경험을 녹여낸 작품이다. 이 책에 앞서 역시 유학생활을 담은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을 1975년 내놨으나 오류가 많다고 자체판단, 절판시키고 '먼 나라 이웃나라'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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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25년 만에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된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에 대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email protected]
 과거 내용과 가장 달라진 부분은 바뀐 역사 인식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기존에 독일을 다룰 때는 히틀러가 선동하는 부분이 크게 그려졌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독일 사람들이 세계에서 제일 평화주의를 내세워요. 특히 독일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유대인 학대에 대해 사죄한 이후에 많이 달라졌죠. 각 나라의 국민성을 무시할 수 있는 부분들을 뺐어요."

 이 시리즈는 12월 출간 예정인 제15권 '스페인' 편을 끝으로 완간된다. 이 교수는 "폼 나게 끝내야지. 인기 있다고 팔십 몇권까지 출간하면 이상할 것 같다"며 웃었다. 스페인을 선정한 이유는 "로마제국 이후 세계를 실상 통일했다고 볼 수 있는 나라는 스페인이다. 또 1936년 스페인 내전은 세계에 있는 모든 이념이 대립한 전쟁이기도 했다. 그런 점들이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역사에 해박하다. "유럽에서 10년 동안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인정했다. "유럽 같은 경우는 모두 침대에서 자는 등 기본적으로 코드가 같거든요. 프랑스, 독일이 800년대까지 같은 역사를 갖고 있는 등 공통점이 많죠. 유일신을 공통적으로 믿기도 하고. 국경 개념도 명확하지 않아요. 그러니 한 나라를 알면, 다른 나라는 추측해서 알 수 있어요."

 경기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학교 신문에 만화를 연재한 이 교수는 고2 때 친구 아버지인 소년한국일보 조풍연(1914∼1991) 주간의 눈에 띄어 신문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3000원인가 받았어요. 지금으로 치면 약 15만원 정도였는데, 그 때부터 프로생활을 한 거죠. 허허허. 돈을 받은 뒤 제일 먼저 영화 '벤허'를 봤던 기억이 나요. 당시 영화표가 200원이었는데 꽤 큰 돈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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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25년 만에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된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에 대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렇게 만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동료가 없다. "대부분 만화가들은 등단을 기준으로 세대가 나눠지는데 저는 그런 게 아니라 가내수공업이니까요. 하하하."

 2001년 일본 편을 시작으로 중국, 타이완, 태국 등에 수출된 '먼 나라 이웃나라'는 최근 바람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는 K코믹스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K코믹스, K팝이 형성된 것은 궁극적으로 국가의 위상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잘 살지 못하고 오지의 나라였으면 만화도 가요도 주목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1975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일본 브랜드 간판만 보였는데 지금은 전부 삼성, 엘지, 현대예요. 외국에 나가면 우리나라 위상이 보이는데 그 위상을 우리는 정작 잘 모르고 있어요."

 약 50년 간 만화가 생활을 하며 지켜온 신념은 "내가 봐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그리는 것"이다. 마감 날짜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돈을 받는 진짜 프로는 마감 시간을 잘 지켜야 해요. 그래야 훌륭한 만화가입니다. 학생들 중 마감 날짜를 어기는 이들도 많은데 시간을 잘 지키는 프로정신부터 배워야 해요." 각권 260쪽 내외, 각권 1만2900원, 김영사

 한편,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이 교수는 뮌스터 대학의 디자인학부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같은 대학 철학부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 독일 뮌스터 시와 코스펠트 시 초청으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1993년 우리나라 만화 문화 정착에 기여한 공로로 제9회 눈솔상을 받았다.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회장(1998~2000)을 역임했으며 덕성여대 석좌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2월 이 대학에서 정년 퇴임한 이 교수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덕성여대 1호 석좌교수가 됐다. 나라를 다룬 '먼 나라 이웃나라'에 이어 세계를 다룬 '가로세로 세계사' 집필에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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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 그 유명한 '먼나라 이웃나라' 새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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