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진 농업②][인터뷰] 손정익 서울대 교수 "시설농업에 대한 집중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

기사등록 2012/07/06 08:53:03

최종수정 2016/12/28 00:55:26

"FTA  체결 국가 늘면 농업분야 중 '시설농업'이 가장 경쟁력 높아"

【서울=뉴시스】정의진 기자 = "외국은 미사일 가지고 전쟁에 임하는데 우리나라는 소총으로 싸우는 격입니다."

농업생명과학전문가인 손정익(55·사진)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시설농업 현주소에 대한 일침이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시설농업 분야(산업별 기준) 중에서도 온실 외형 등 생산기반시설과 수경재배 등 재배시스템, 작물관리기술 등에 주력해왔다”면서 “반면 향후 농지·농업인구 감소, 물 부족 등 농업위기와 직결된 관수자재 및 환경조절기술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성과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손 교수는 관련 당국의 소극적인 대응을 아쉬워했다.

손 교수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시설농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라며 "지난 10년 동안에는 농정이 유기농업과 친환경 농업 쪽에 집중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시설농업을 주도하는 농자재회사들이 영세성을 면치 못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향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 늘어나게 되면 농업분야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이 바로 시설농업"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농자재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전 세계 시설농업 분야에서 그리 뒤떨어진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가 향후 10년 이내에 이스라엘을 능가할 만한 시설농업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음은 손 교수와의 일문일답.

 -우리나라 시설농업의 현주소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그나마 꽤 발전된 상태다. 취약한 분야가 있다면 이스라엘이 선도하고 있는 관수 장치 등 자재 부분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다른 나라는 미사일 가지고 싸우는데 우리나라는 소총으로 싸우는 식이다. 각계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시설농업은 산업별로 구분했을 때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온실 외형 등 생산기반시설과 수경 재배 등 재배시스템, 작물관리기술, 관수자재 및 환경조절기술 등이다. 물론 모두 다 중요하지만 비교적 우리나라는 자재 산업과 환경조절기술에서 상대적으로 미미한 성과를 보여줬다."

 -농자재 산업이 뒤떨어진 원인이 있다면.
 "시설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농자재다. 전자쪽으로 따지면 농자재는 반도체와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농자재를 독자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유기농업과 친환경 농업 쪽이었지, 시설농업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시설농업을 주도하는 농자재 회사들이 거의 다 없어졌다. 영세성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농자재도 대부분이 모두 수입품이다. 이는 국가적으로 농자재 산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현재 정책적으로는 기술농업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재쪽은 등한시하고 있다."

 -시설농업이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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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FTA 체결국이 늘어나게 되면 농업분야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부분이 바로 시설농업이다. 우리나라가 농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가져가야 할 것도 시설농업이다. 결국 농업은 기술집약적으로 가게 돼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해야 할 일은 뻔하다. 과거에는 노동력이 바탕이 됐다면 이제는 기술력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농업도 하나의 경영체계, 산업으로 가야한다. 농업을 한다면서 시설농업을 도외시하는 건 모순이다."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농자재는 무엇인가.
 "이스라엘 관수 회사 네타핌과 네덜란드 프리바에서 개발한 장치는 모두 수입하고 있다. 온실 외형과 같은 경우는 국산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온실 내부의 환경조절 시스템이나 조절 장치 등은 모두 네타핌과 프리바의 시설을 갖고 오는 것이다. 사실상 시설농업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수입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시설농업에 주력하고 있지 않다고 해석해도 되나.
 "그렇지 않다. 투자는 계속 해 왔지만 상대적으로 농자재 분야에 미흡했다는 것이다. 재배 기술, 재배 시스템, 온실 구조 등에는 많은 관심을 기울였지만 농자재 산업과 환경조절산업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적당히 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사업체가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이스라엘이나 네덜란드 보다 업그레이드 된 상품을 만들어서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농자재 관련 사업체들도 수입이 보장되지 않으면 시작도 안한다. 결국 정부의 꾸준한 지원 없이는 계속 수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농식품부가 농정을 잘 꾸려야 한다."

 -시설농업 연구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보나.
 "1990년대 초반에 시설농업 관련 학회가 만들어지면서 우리나라 시설원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당시 농촌진흥청에 시설재배과도 만들어졌다. 관련 학회로는 한국원예학회, 한국농공학회, 한국생물환경조절학회 등이 있다. 모두 시설농업을 위해 만들어진 학회다. 이밖에도 네덜란드의 온실 내 관수 및 양액 공급 장치를 목표로 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스라엘과 네덜란드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면.
 "기술집약적 체계와 시스템 등 경험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농자재다. 예를 들어 작물을 잘 키우기 위해 적정한 온·습도를 조절하거나 상황에 따른 관수를 진행하는 통합조절시스템 기술 등이 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은 물 부족 국가이기 때문에 관수장치 등이 굉장히 발달돼 있다. 세계적인 기업인 네타핌 뿐 아니라 이스라엘 농림부의 볼케노 센터에도 농업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이 굉장히 많다."

 -우리나라의 시설농업 의존도는 얼마나 되나.
 "우리나라의 시설농업 면적은 정확히 5만9000㏊다. 전 세계적으로 이 정도 크기의 시설농업 면적이면 상위권에 속한다. 즉 우리나라는 시설농업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수출농업에서도 시설작물 수출이 굉장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농업을 얘기할 때 시설농업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시설농업이 물을 많이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과 양분을 적정하게 줘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미래 농업의 기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물과 양분을 소비하지 않고 적절하게 에너지도 절약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농업. 이를 위해선 농자재가 활성화 돼야 한다. 이 부분이 바로 이스라엘과 네덜란드가 갖고 있는 능력이다."

 -향후 우리나라의 과제.
 "앞으로 FTA가 계속 진행되면 농업 분야에서 시설농업의 중요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FTA가 시작되면 농정은 보호차원과 공략차원으로 나뉘는데 시설농업은 비교적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필연적으로 농업을 복지관점이 아닌 산업으로 보고, 농식품부에서도 농업에서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나갈 예정이라면 시설농업에 대한 집중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 나타나는 국부 유출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재산업 활성화를 위한 국가지원, 이에 대한 적극적인 R&D(연구개발)와 산업체 부흥에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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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진 농업②][인터뷰] 손정익 서울대 교수 "시설농업에 대한 집중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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