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당했다"…값싼 유혹 '쇼핑몰 피싱' 사기

기사등록 2012/06/06 05:00:00

최종수정 2016/12/28 00:46:30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싸다는 말만 믿고 결제했는데 돈만 떼였네요."

 경기도 안양에서 사는 주부 최모(47·여)씨는 최근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분통이 터진다. 10년 넘게 쓴 낡은 냉장고를 교체하기 위해 한 달여 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냉장고를 아직도 못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가 평소 눈여겨 봤던 냉장고의 일반 매장 가격은 약 130만원.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무려 50여만원이나 저렴한 87만원에 판매했다. 처음 보는 사이트라 의구심이 든 최씨는 판매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했다.

 "공장에서 직접 대량으로 구매해 상품 가격을 낮췄고, 3억원 손해보험에 가입한 업체라 안심하시고 구입하세요."

 판매자는 최씨에게 "10만원을 더 할인해주겠다"며 현금결제를 유도했다. 최씨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마음에 곧장 판매자가 일러준 계좌번호로 돈을 입금했다.

 하지만 돈을 입금한 뒤 냉장고를 받기는커녕 판매자와 연락도 잘 안 되더니 급기야 해당 사이트가 폐쇄됐다.

 최씨는 "주부로써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다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당했다"면서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려는 서민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범죄의 표적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최저가' 앞세운 '쇼핑몰 피싱' 갈수록 대담해져

 최근 가짜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소비자에게 돈을 받은 뒤 사이트를 폐쇄하고 달아나는 이른바 '쇼핑몰 피싱(Shopping Mall Phishing)'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에는 중고 매매 사이트나 블로그 등을 통해서 개인 간 직거래 사기 등으로 인한 피해가 대부분이었다. 피해도 개인에 국한되다보니 피해금액이나 규모도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쇼핑몰 피싱 사기가 갈수록 대담하고 치밀해지고 있다. 유명 인터넷 쇼핑몰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그럴싸하게 쇼핑몰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어 피해금액과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쇼핑몰 피싱 사이트는 '최저가'를 앞세워 한정수량 상품으로 구매를 재촉하거나 할인율 조정 등을 통해 현금 결제를 유도한다.  

 특히 생산공장과 직접 계약을 맺었다거나 가입하지도 않은 손해보험에 가입한 것처럼 꾸미고, 소비자 브랜드상을 수상했다는 등의 과장광고를 버젓이 하며 알뜰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쇼핑몰 피싱 사이트 운영자들은 실제로 싼 값에 물건을 배송해주고, 소비자들을 안심시킨 뒤 신용카드 등의 결제를 통해 얻어낸 카드 정보나 개인정보들을 도용해 또다른 범죄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쇼핑몰 관리·감독 '허술'…'치고 빠지기' 악순환 반복

 현행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된 인터넷 쇼핑몰은 해당 지역 세무서와 시·군에 각각 사업자 등록과 통신판매업 등록만으로 누구나 가능하다.

 서울시의 경우 통신판매업 도메인이 신고된 업체가 7만9600여개에 달한다. 서울시는 이 중 실제 운영되고 있는 쇼핑몰 업체가 3만여개가 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관리·감독할 담당 공무원은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센터 소속 직원 단 2명 뿐이다. 또 각 자치구에서 1명씩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2004년 9월부터 모니터 감시단 50명을 상시 운영하고 있지만 등록된 쇼핑몰 업체만 관리하기에도 턱 없이 부족한 숫자다.

 비단 서울시만의 문제만 아니다. 대부분의 지자체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등록은 지자체에서 담당하지만 실질적인 관리·감독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서 담당하고 있다. 공정위로 이원화돼 있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있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사실상 어렵다보니 인터넷 쇼핑몰 사기 역시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대부분의 쇼핑몰 피싱 사이트들은 운영서버를 중국이나 동남아 등 해외에 두고, 주범이 해외에 체류하면서 국내에서 공모자를 모집한다. 국내에서는 노숙인 명의의 사업자 등록을 하고, 거래는 대포통장이나 대포폰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 쇼핑몰 개설부터 폐쇄까지 짧게는 보름에서 길게는 2개월을 넘지 않는 이른바 '치고 빠지는' 수법으로 영업한다. 일정금액 이상의 돈이 입금되면 사이트를 곧장 폐쇄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비슷한 쇼핑몰을 다시 개설해 운영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모두가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사기 범죄도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인터넷 사기 범죄는 해마다 늘어 지난 2008년 2만9290건에서 2009년 3만1814건, 2010년 3만510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증가율도 3년새 52%가 넘어섰다.

 ◇쇼핑몰 피싱 차단할 뾰족한 대책 없어… 예방만이 '최선'  

 이처럼 쇼핑몰 피싱 사이트 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유명 포털 사이트에 버젓이 광고하는 쇼핑몰 피싱 사이트까지 등장할 정도로 피싱 사이트들이 독버섯처럼 빠르게 퍼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쇼핑몰 피싱 사이트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뚜렷한 대책이 없고, 관리·감독도 사실상 전무하다. 때문에 피해를 당해도 보상 받는 것 역시 거의 불가능하다. 조금 더 아끼려는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당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어떤 쇼핑몰이든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거나 현금거래를 유도하는 곳은 주의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쇼핑몰 피싱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저렴하다고 무조건 구매하지 말고 공정위에 해당 사이트 사업자명과 등록번호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어떤 쇼핑몰이든 현금거래를 유도하는 곳은 반드시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급적 인지도가 있는 인터넷 쇼핑몰 업체에 구매하는 것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현금 결제를 요구하는 업체는 피싱 사이트일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사기를 당했을 경우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홈페이지(www.netan.go.kr)를 통해 곧바로 신고해야 2차 피해를 막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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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당했다"…값싼 유혹 '쇼핑몰 피싱'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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