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덜 "돈과 시장 가치, 삶의 모든 영역 침투"

기사등록 2012/06/01 23:26:29

최종수정 2016/12/28 00:45:29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오늘날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돈으로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바람직할까요."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초정 강연에서 1만4000여명의 청중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샌델 교수는 "돈과 시장의 가치가 이제는 우리 삶의 물질적이지 않은 모든 영역에까지 침투하고 있다"며 "돈과 시장가치가 사회, 정체성, 관계, 가족 등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중들과의 첫 대면에서 "여러분 사랑합니다"라며 서툰 한국어 솜씨를 뽐낸 샌델 교수는 강연 시작과 함께 "오늘 아주 어려운 난제들을 이야기할 것이고 이것들은 많은 분들이 서로 이견을 가진 주제일 것"이라면서 "우리 모두가 하나의 답에 도달해야 하는 것이 아닌 논의하는 정신, 서로 이견에 대해 존중할 수 있어야 하는 상호존중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샌델 교수는 강연 내내 특유의 습관대로 양복 바지주머니에 한쪽 손을 넣은 채 끊임없이 움직이며 강연을 이어갔다.

 이날 강연에서도 그는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 청중들에게 끊임 없이 질문을 던지며 청중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는 "특정가치들, 그리고 추구하는 삶에 있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어야 할까요"라고 질문하며 최근 한국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던 팝가수 레이디 가가를 언급해 청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샌델 교수는 "레이디 가가 콘서트 표가 암표 거래를 통해 100달러짜리, 1000달러짜리가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원칙적으로 이렇게 티켓을 사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베이징 외곽에 있는 병원에서 많은 환자들이 진찰을 받기 위해 몰려 의사를 만나기 위해 예약권을 받는다"며 "사업수완이 있는 사람이 의사 진찰권을 팔았고 이것도 암표 거래인데 의사를 만나기 위한 진찰권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가 "지불할 능력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인권이 침해되는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한 여학생은 "지불능력과는 다르다. 레이디 가가 콘서트 표의 가치를 적용하는데 암표 거래로 적용된다고 하면 이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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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델 교수는 또 취약계층의 어린 학생들에게 독서나, 학습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현금'으로 보상하는 것을 두고 청중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는 "아이들이 독서나 감사카드 쓰는 일이 돈버는 일이라는 교훈을 얻어버린다면 결국 현금 제공은 비시장적인 가치를 내몰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TV와 같은 재화는 돈을 주고 사든 선물로 받든 같은 기능을 하지만 비물질적인 재화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인간관계와 시민으로서의 의무, 교육 같은 것들이 비시장적인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금적 보상이나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재화들의 가치가 변질되는 것이 있다"며 "이것이 곧 시장이 어떠한 영역에서 중요한 가치를 밀어내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특별강연을 펼친 마이클 샌델은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됐다. 29세에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강의 '정의론(Justice)'은 20여년 동안 1만명이 넘는 학생이 수강해 하버드대 역사상 가장 많은 학생이 들은 강좌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지난 2010년 한국에서 번역본이 발간돼 인문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100만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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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덜 "돈과 시장 가치, 삶의 모든 영역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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