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아시아나항공 승무원 교육 현장을 가다

기사등록 2012/05/29 09:04:10

최종수정 2016/12/28 00:44:05

【서울=뉴시스】양길모 기자 = “머리를 숙이시오! Head Down!” “발목을 잡으시오! Grab Your Ankles!” “비상탈출” “비상탈출, Evacuate”

 평온했던 항공기 기내에는 비상상황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고 상기된 표정의 승무원들은 각자 담당구역에서 승객들의 동요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승무원 항공기 도어를 열며 승객들에게 큰 목소리로 “벨트를 푸시오, Release Seatbelt”, “이쪽으로 오시오 Come this way”라고 소리치자, 승객들은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일제히 안전벨트를 풀고 일사분란하게 도어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이어 승무원의 “뛰시오, Jump”라는 지시에 맞춰 승객들이 하나 둘씩 항공기 밖으로 비상탈출을 시도했다.

 긴장감마저 돌던 10분여간의 시간. 하지만 이는 실제상황이 아니다. 이곳은 강서구 오쇠동에 위치한 아시아나항공 본사 교육훈련동.

 교육훈련동이 김포공항 활주로 옆에 위치해 자주 들리는 항공기의 이착륙 소리가 마치 ‘여기가 승무원들이 교육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했다.

 두근거림을 안고 교육훈련동에 들어서자 1~2층을 연결해 비상착륙 실습을 위한 슬라이드 레프트(Slide Raft)와 보잉 747, 767 비행기의 내부를 그대로 옮겨놓은 ‘747·767 목업(Mock-Up)룸’이 눈에 띈다.

 신입 승무원들이 가장 많이 교육을 받는 공간인 ‘747·767 목업(Mock-Up)룸’은 실제 보잉항공기 내부를 옮겨놓은 곳으로, 신입 승무원들에게 아시아나항공만의 고급스럽고 세련된 기내서비스를 가르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이곳에서 훈련을 받는 승무원들은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지 2~5주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승무원들이지만, 훈련에 임하는 태도도 실제 상황을 방불케 했다.

 실제로 이들은 이곳에서 소리를 지르고 몸을 움직이면서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이들의 눈동자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오히려 교육을 받는다는 자부심에 환한 미소를 뗬다.

 또 다른 기내 모형 훈련장에서는 비상훈련 교육을 마친 예비 승무원들의 기내 서비스 Role-Play 훈련이 한창이다. 음료를 따르는 것에서부터 말투 하나까지 훈련의 연속이다.

 “실례합니다, 식사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식사는 감자를 곁들인 비프스테이크와 매운 흰 살생선 백반이 준비되어있습니다. 어떤 것을 하시겠습니까? 네 잠시 만요.”

 순간 날카로운 교관의 지적이 이어졌다. “A씨 다시 한 번 해보시겠어요? ‘잠시 만요’의 다른 표현이 뭐지요?” 잠시 생각에 잠긴 훈련생은 바로 “아! ‘네 곧 준비해드리겠습니다’입니다”라고 답했다.

 교관은 A씨의 잘못된 태도와 또 다른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잠시 만요’보다는 ‘네, 곧 준비해드리겠습니다’가 더 공손하고 전문적인 표현입니다. 또 아이컨택이 안됐습니다. 주의하세요”라고 잘못된 점을 지적했다.

 예비 승무원들에게 몸을 움직이는 비상훈련보다 기내 식사 및 음료 서비스 훈련이 더 힘들다.

 특히 ‘식전에 음료 한 잔 하시겠습니까?’, ‘실례합니다, 식사 준비해드리겠습니다’라는 등의 ‘다 나 까’말투와 예비 승무원들의 움직임은 마치 신병훈련소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훈련을 마친 국제선 신입 승무원 138기 김보영(24)씨는 “기내 응급상황을 가정하고 승객들을 구해야 하는 비상착수훈련이 이렇게 육체적으로 힘든 줄 몰랐다”며 “캐빈승무원이라는 직업이 손님들의 안전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돼 직업에 대한 책임감마저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제선 신입 인턴 승무원 138기 김혜미(24)씨는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승무원 교육을 받으며 서비스 마인드,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에 대해 알게 됐다”며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손님들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승객들에게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듯 초보 승무원들은 12주간의 혹독한 교육과 훈련을 거치면서, 초보가 아닌 아시아나항공의 색동 유니폼에 어울리는 승무원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승무원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한편 올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는 물론 외국계 항공사에서도 채용 인원을 늘리며 예비 승무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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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은 ‘하늘의 특급호텔’이라고 불리는 2층짜리 A380 5대 등 총 18대의 신형 항공기를 들여옴에 따라 대규모 채용을 준비 중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A330 등 대형기종 3대를 들여왔으며, 올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0여대 항공기 도입을 계획하는 등 이에 따른 인력 보충으로 1000명이 넘는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외국계 항공사들도 한국인 승무원 채용을 준비·진행 중이다.

 에어마카오항공사는 한국인들에게 마카오의 매력을 알리고자 대규모 한국인 승무원 채용을 진행 중이며, 이스타항공도 올해 두 번째로 신입 객실승무원 30명을 채용 중이다.

 또한 올해 캐세이패시픽·ANA·가루다 등의 외항사들도 채용 공고를 내걸고 대규모로 한국인 인재를 선발했다.

 더욱이 국내 저가항공사들도 국제선으로 영역을 넓히는 등 객실승무원 채용을 준비·진행함에 따라 예비 승무원들의 취업 기회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대가 가속화 되면서 이동수단으로 항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며 “유가상승에 따른 영업이익 등의 부담이 있지만 항공업계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여 각 사의 항공기, 승무원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시아나항공 장상은 부사무장 “자신 낮추고 승객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스튜어디스이자 색동유니폼에 어울리는 신입 승무원 교육을 맡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장상은 부사무장이 승무원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꼭 하고픈 얘기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승객들을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10여 년간 수천 번의 비행을 한 장 부사무장이 지금까지 지켜 본 승무원의 진짜 모습은 바로 ‘물 위에 떠있는 백조 같다’고 정의한다.

 백조가 물 위에 떠있는 것이 쉬워 보이나 보이지 않는 물 아래서는 수없이 발을 움직이고 있다. 이렇듯 승무원들도 승객들에게 보이는 서비스가 전부가 아닌 이면에는 남모를 고통이 따르고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겉으로는 멋지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엄격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며 “외모와 언어실력도 중요하지만 승무원으로써 가장 중요한 것은 장시간의 비행을 무사히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영어나 일어뿐만 아니라 중국어나 스페인어 등 제2외국어 실력을 쌓는 것도 필요하다”며 “외국어를 잘 할수록 승진이나 국제선 탑승 등의 더 좋은 기회가 있으며, 언젠가는 승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10여 년간의 비행을 되돌아보며, 승무원은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 년 전 장 부사무장은 런던행 비행 중 영어도 전혀 못하시고 몸도 불편하신 한 할아버지에게 입국 수속은 물론 다음 연결편 비행에 탑승할 수 있도록 도와드렸다.

 이에 감동하신 할아버지는 그에게 사탕을 건네며 ‘고맙다’는 말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 미소를 보며 미소만으로 한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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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79호(6월4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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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아이즈]아시아나항공 승무원 교육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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