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시욕에 범죄 이용까지…"사고시 보험혜택 받기 어려워"
【서울=뉴시스】최성욱 기자 = 서울 강남 등에서 불법으로 이른바 '명품 슈퍼카 렌트'가 성행하고 있다. 페라리, 포르쉐, 람보르기니 같은 수억원을 호가하는 차들이 단골들이 찾는 슈퍼카다. 최근 강남 일대에서 고가의 스포츠카들이 자주 목격되고 있는 것도 슈퍼카 렌트 때문이다.
직장인 최모(33)씨는 지난 주말 페라리를 타고 서울 시내를 드라이브했다. 창문을 내리자 주위로부터 부러운 시선이 쏟아졌다. 번호판도 '허'자(렌터카 임을 의미)가 아니라 의심할 사람도 없었다. 순간 재벌 2세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최씨는 "도심을 고속으로 질주하던 그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며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비슷한 꿈을 꾼다. 차를 빌리는데 한 달 치 월급에 맞먹는 돈을 썼지만 이런 차를 언제 타 보겠냐"고 했다.
하지만 슈퍼카 렌트 영업은 모두 불법이다. 이날 최씨가 대여한 차량은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영업차량이다. 정식 렌트카 업체가 아닌 개인에게 돈을 주고 차를 빌려 탔다는 얘기다. 현행법상 번호판에 영업용을 뜻하는 '허'자가 없는 차량은 대여할 수 없게 돼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에 따라 사업용이 아닌 자가용 승용차를 유상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차량 운행정지 180일 처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슈퍼카 대여 업체들은 이벤트나 카셰어링 업체로 등록해 놓고 정식업체인 것처럼 위장해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이들은 중고차를 사거나 팔려고 내놓은 차량을 위탁받아 영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업체에서는 실제 보유하지도 않은 차량을 홍보하거나 무적차(대포차), 도난차까지 대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여료는 하루(24시간) 평균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 평일 320만원, 주말 350만원, 벤틀리 GTC 평일 300만원, 주말 320만원, 페라리 F430 평일 250만원, 주말 280만원, 아우디 R8 V10 스파이더 평일 150만원, 주말 180만원 수준이다.
이용자들은 유류비 부담은 물론 하루 200㎞ 이내로만 주행할 수 있다. 초과한 거리에 대해서는 ㎞당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도난을 우려해 차량가격 만큼 차용증을 쓰거나 보증금으로 1000만원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그런데도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슈퍼카 1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C업체 대표 김모(41)씨는 "허자(번호판)가 아니라 인기가 많다"며 "광고나 방송에서도 우리 차를 가져다 쓴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슈퍼카 수입업체들은 대여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대부분 위탁한 차량으로 영업을 한다"며 "수익성이 좋아 유지비(세금, 보험료, 리스비용 등)를 뽑고도 남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 있는 고가의 스포츠카 상당수가 자동차 렌트 업체가 아닌 대기업 등 일반법인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공개한 '고급 외제차 보유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슈퍼카 960대 중 184대(19.1%)는 법인 소유였다.
◇사고·범죄악용 등 피해사례 속출…제도 마련 시급
이처럼 슈퍼카 대여 업체들은 대부분 차량 대여업을 할 수 없는 무허가 업체들이다. 따라서 모르고 이용했다가 문제가 발생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동차보험팀 관계자는 불법 대여한 차량으로 사고 발생시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책임보험만 보장받을 수 있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부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신차가 4억 상당인 람보르기니의 경우, 앞범퍼만 7000만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불법으로 빌려 탔다가 교통사고가 나면 책임보험 보상한도인 1000만원을 초과한 손해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업체와 이용자 간에 분쟁이 생길 경우에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지난달 2억원 상당의 포르쉐를 대여한 김모(28)씨는 차를 반납하러 갔다가 휠에 흠집이 생겼다며 수리비에 영업손실 비용까지 150만원을 물어줘야 했다.
범죄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무직인 박모(37)씨는 빌린 수입차를 타고 다니며 여성들에게 자신을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라고 속여 투자금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그러나 관할 행정기관은 단속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자가용 불법영업 행위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돼 왔다"면서도 "실질적으로 돈이 오가는 유상행위를 했는지 증거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두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슈퍼카 렌트'가 성행하고 있지만 경찰은 이같은 사실 조차 알고 있지 못했다. 단속은 남 얘기가 되버린 것이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없는데다 대부분이 개인 간에 거래되기 때문에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문제가 생기면 수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슈퍼카를 하루 이틀이라도 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악용하는 사례"라며 "슈퍼카 시장이 한정된 가운데 수입업체가 이를 새로운 판매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차를 소유하기 보다는 렌트, 리스, 셰어링과 같은 방법으로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지만 그에 반해 법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성욱 기자 = 서울 강남 등에서 불법으로 이른바 '명품 슈퍼카 렌트'가 성행하고 있다. 페라리, 포르쉐, 람보르기니 같은 수억원을 호가하는 차들이 단골들이 찾는 슈퍼카다. 최근 강남 일대에서 고가의 스포츠카들이 자주 목격되고 있는 것도 슈퍼카 렌트 때문이다.
직장인 최모(33)씨는 지난 주말 페라리를 타고 서울 시내를 드라이브했다. 창문을 내리자 주위로부터 부러운 시선이 쏟아졌다. 번호판도 '허'자(렌터카 임을 의미)가 아니라 의심할 사람도 없었다. 순간 재벌 2세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최씨는 "도심을 고속으로 질주하던 그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며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비슷한 꿈을 꾼다. 차를 빌리는데 한 달 치 월급에 맞먹는 돈을 썼지만 이런 차를 언제 타 보겠냐"고 했다.
하지만 슈퍼카 렌트 영업은 모두 불법이다. 이날 최씨가 대여한 차량은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영업차량이다. 정식 렌트카 업체가 아닌 개인에게 돈을 주고 차를 빌려 탔다는 얘기다. 현행법상 번호판에 영업용을 뜻하는 '허'자가 없는 차량은 대여할 수 없게 돼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에 따라 사업용이 아닌 자가용 승용차를 유상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차량 운행정지 180일 처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슈퍼카 대여 업체들은 이벤트나 카셰어링 업체로 등록해 놓고 정식업체인 것처럼 위장해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이들은 중고차를 사거나 팔려고 내놓은 차량을 위탁받아 영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업체에서는 실제 보유하지도 않은 차량을 홍보하거나 무적차(대포차), 도난차까지 대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여료는 하루(24시간) 평균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 평일 320만원, 주말 350만원, 벤틀리 GTC 평일 300만원, 주말 320만원, 페라리 F430 평일 250만원, 주말 280만원, 아우디 R8 V10 스파이더 평일 150만원, 주말 180만원 수준이다.
이용자들은 유류비 부담은 물론 하루 200㎞ 이내로만 주행할 수 있다. 초과한 거리에 대해서는 ㎞당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도난을 우려해 차량가격 만큼 차용증을 쓰거나 보증금으로 1000만원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그런데도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슈퍼카 1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C업체 대표 김모(41)씨는 "허자(번호판)가 아니라 인기가 많다"며 "광고나 방송에서도 우리 차를 가져다 쓴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슈퍼카 수입업체들은 대여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대부분 위탁한 차량으로 영업을 한다"며 "수익성이 좋아 유지비(세금, 보험료, 리스비용 등)를 뽑고도 남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 있는 고가의 스포츠카 상당수가 자동차 렌트 업체가 아닌 대기업 등 일반법인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공개한 '고급 외제차 보유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슈퍼카 960대 중 184대(19.1%)는 법인 소유였다.
◇사고·범죄악용 등 피해사례 속출…제도 마련 시급
이처럼 슈퍼카 대여 업체들은 대부분 차량 대여업을 할 수 없는 무허가 업체들이다. 따라서 모르고 이용했다가 문제가 발생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동차보험팀 관계자는 불법 대여한 차량으로 사고 발생시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책임보험만 보장받을 수 있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부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신차가 4억 상당인 람보르기니의 경우, 앞범퍼만 7000만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불법으로 빌려 탔다가 교통사고가 나면 책임보험 보상한도인 1000만원을 초과한 손해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업체와 이용자 간에 분쟁이 생길 경우에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지난달 2억원 상당의 포르쉐를 대여한 김모(28)씨는 차를 반납하러 갔다가 휠에 흠집이 생겼다며 수리비에 영업손실 비용까지 150만원을 물어줘야 했다.
범죄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무직인 박모(37)씨는 빌린 수입차를 타고 다니며 여성들에게 자신을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라고 속여 투자금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그러나 관할 행정기관은 단속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자가용 불법영업 행위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돼 왔다"면서도 "실질적으로 돈이 오가는 유상행위를 했는지 증거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두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슈퍼카 렌트'가 성행하고 있지만 경찰은 이같은 사실 조차 알고 있지 못했다. 단속은 남 얘기가 되버린 것이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없는데다 대부분이 개인 간에 거래되기 때문에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문제가 생기면 수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슈퍼카를 하루 이틀이라도 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악용하는 사례"라며 "슈퍼카 시장이 한정된 가운데 수입업체가 이를 새로운 판매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차를 소유하기 보다는 렌트, 리스, 셰어링과 같은 방법으로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지만 그에 반해 법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