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조폭 출신 소설가 배기호 신작 '박장군' 화제

기사등록 2012/04/02 15:53:53

최종수정 2016/12/28 00:27:36

【서울=뉴시스】배기호 작가.
【서울=뉴시스】배기호 작가.
【서울=뉴시스】이득수 기자 = 조폭 우두머리 급이 장편소설을 잇달아 내놓았다.  배기호(46) 작가는 실제 울산의 유명한 조폭 부두목이며 실제로 자신이 직접 소설 2편을 썼다. 지난해 11월에 출간한 자전적 소설 ‘마바리’를 출간해 소설가로 데뷔한 그는 지난 3월21일 픽션 역사소설 ‘박장군’ 1, 2권을 발표했다.

 그간 주먹 출신의 책들이 몇 권 나왔지만 거의가 전문 스토리 작가가 구술을 받아 재구성하는 형식이었다.

 학력이래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다니다 중퇴한 것이 전부다. 소설을 쓰는데 꼭 고학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구성과 에피소드의 전개 과정을 씨실과 날실처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문학적 소양이 요구되며 지적 내공이 축적돼야 가능하다.

 그래서 학력보다는 조폭을 했건 막노동꾼을 했건 하버드대학을 나왔건 독서량이 축적돼 있어야 한다는 게 작가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배 작가가 조폭 선배를 살해한 혐의로 5년 옥살이를 비롯해 14년간을 교도소에 있으면서 공부했다는 말로 설명이 가능할 듯 하다.

 “제가 아는 지식의 대부분이 교도소에서 습득된 것이고, 일본어나 한자 그리고 글 쓰는 재능 또한 그곳에서 이뤄진 것입니다.” 그는 못 배운 설움을 털어내기 위해 교도소 안에서 모나미 볼펜 100여 자루를 소진하며 노력했고, 특허도 몇 개 확보했다고 한다.

 소설 쓰기에 있어서 누구의 사사를 받은 적도 없어 글이 거칠고 투박하겠지만 그것이 자신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혼자서 글을 쓰고 다듬고 감수해서 출판사에 넘겼다. 출판기념회도 조직의 도움 없이 혼자서 500석 극장을 빌려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함께 할 수는 있지만, 같이 갈 수 없다는 것이 저의 인생철학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기억력이 비상하다고 밝혔다. 한번 읽은 책이나 서류 등은 모두 외워버린다고 한다.

 “10년 전에 빵 봉지에 쓴 유통기한 날짜를 읽었다면 반드시 기억해 내고, 아무리 어려운 한자라도 한두 번 써 본다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획수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쓸 수 있어요.”

 그러나 기억력 만으로 소설이 나올 수는 없다. 그것은 도용이나 발췌에 불과할 뿐이다. 문학수업은 꿈도 꿀 수 없었던 그는 이외수의 작품을 텍스트로 삼아 그의 작품 거의 전부를 섭렵했고, 여기서부터 문학적인 표현과 구성을 배웠고, 그만의 문투와 어투를 생성했다.

 그는 “아내와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아내에게 보낸 편지(약 2000통)를 쓰면서 조금씩 글의 가닥을 잡게 됐다”고 말한다. “아내를 떠나 보내지 않기 위해 나름 글을 쓰게 됐고,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시도 써보고 산문도 써보면서 혼자서 공부를 하게 된 것”이라며 문장력이 길러진 ‘비결’을 털어놓았다.

 첫 번째 장편소설 ‘마바리’는 그의 지나온 삶을 토대로 구성한 작품이다. 거의 깡패, 조폭의 생활을 거칠게 그렸는데 주변에선 ‘대박’이라고 표현할 만큼 꽤 많이 팔렸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문학적인 수사보다는 암흑가 조폭의 내면세계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두 번째 작품 ‘박장군’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다. 주인공인 박장군(박형치)은 가상의 인물이기는 하지만 그의 설명에 따르면 상당히 존재의 개연성이 높은 인물이기도 하다.

 “선조가 의주로 몽진을 떠나면서 세자 광해에게 분조(分朝), 즉 조정의 권한을 나눴는데 광해는 어명을 내릴 권한을 부여받았어요. 고니시 유키나가, 가토 기요마사 같은 왜의 장군은 대군을 이끌면서 노략질을 하지 않았지만 예하부대인 특공대로 하여금 살인방화 요인암살 노략질을 했을 것이며, 전쟁을 지휘한 광해 임금이 손 놓고 보고만 있지 않았을 것이란 가정 하에 박장군 즉 박형치를 등장시키게 된 겁니다.”

 그의 주장은 역사소설과 역사교과서는 다르다는 것이다. 조선에 대장금이란 의녀가 있었다는 단서 하나로 약 50회에 달하는 대하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뿌리 깊은 나무’는 근거나 단서가 없지만 한글 창제의 어려웠던 미스터리를 멋지게 풀어낸 명품 드라마가 제작됐다고 설명한다.

 인조반정으로 광해가 쫓겨나고, 이어 병자호란으로 고서들이 사라졌으며, 역사의 기록은 승자에 의해 쓰여 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단서가 될 만한 기록조차 남겨지지 않았다는 것이 임란 중에 특공대의 활동이 전해오지 못한 이유일 거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장군 1권을 집필할 당시 그는 사무실 철문을 밖에서 걸어 잠갔다고 한다.

 “100평이 넘는 사무실에 있는 것이라고는 집기들과 냉장고 그리고 물을 끓일 수 있는 자그마한 가스렌지 하나가 전부였지요. ‘박장군’ 1편을 쓰는데 소요된 시간은 30일, 비용은 햇반 50개, 짜파게티 30개, 안성탕면 20개, 후배가 아내 몰래 훔쳐온 김치 1통이 소요됐고, 제2권은 일본편이라서 42일이 소요됐습니다.”

 그는 소설을 쓸 때 주제와 소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대부분이고, 시놉시스만 완성되면 단숨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일필휘지로) 쓰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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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71호(4월9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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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아이즈]조폭 출신 소설가 배기호 신작 '박장군'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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