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심화 빙의]고양이와 원혼 그리고 살인

기사등록 2012/03/13 08:11:00

최종수정 2016/12/28 00:21:09

【서울=뉴시스】묘심화 스님의 ‘빙의’ <60>

 28세 된 가련한 여인이 한 청년의 사진을 들고 나를 찾아왔다. 청년의 사진을 보는 순간 살인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사람은 어머니의 원혼이 몸에 접신돼 사람을 죽일 운명을 타고났다”고 말했다. 사진 속의 청년은 여인의 애인이었다.

 두 사람은 대학 1학년 때 미팅으로 만나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였다. 청년은 매사에 성실했으며 일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그러나 어머니의 죽음 이후 그의 인생은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딸처럼 어린 여자와 바람을 피워 아들을 낳았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본부인)가 쓰러져 사망했다. 어머니가 죽은 후 49재도 지내기 전에 그의 아버지는 젊은 여자를 불러들여 새살림을 시작했다.

 그런데 한 집에서 생활한 지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그가 잠을 자고 있는데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잠에서 깬 그는 고양이를 찾으려고 방문 밖으로 나오다가 마루에 누워 있던 아기(계모의 자식)를 잘못 밟아 크게 다치게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의 귀에서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사라지지 않았으며 그 고통으로 불면증과 환청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또다시 들려 오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날뛰던 그는 고통을 참지 못해 온 집 안을 뛰어다니다가 갑자기 안방으로 뛰어들어가 잠자고 있는 계모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

 결국 그는 살인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그는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고통받던 중 계모를 보는 순간 그녀가 고양이로 보여 칼로 찔렀다”고 진술했다.

 그후 청년은 정신 분열 증세를 보여 구치소를 나온 뒤 정신병원에 수용됐다. 그는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계모를 살해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했고 환자복 대신 고양이색(까만색) 옷만 입고 지냈다. 그리고 고양이에 대한 공포로 잠을 이루지 못하여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여인이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나는 여인에게 그에게는 그의 어머니의 원한이 실려 있어 그 원혼이 대신 계모를 살해한 것이니 어머니의 영혼을 위한 기도와 구병시식을 거행하라고 일러 줬다.

 얼마 후 그는 비로소 고양이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정신 분열 증세도 사라져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퇴원한 후 속죄의 길을 걷겠다며 그 길로 불교에 귀의했다. 한 많은 청춘을 접어 두고 산사로 들어간 것이다.

 생전에 한을 품고 죽으면 사후에 그 원한이 또 원한을 낳는 것이니 부질없는 미움으로 고통받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계속> 물처럼 출판사

 자비정사 주지 02-39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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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심화 빙의]고양이와 원혼 그리고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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