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앤 (전아리 지음·은행나무 펴냄)
어린 시절에 겪은 불운한 사고 때문에 ‘앤’이라는 이름에 묶여 사는 다섯 남자가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는 막 유명세를 얻은 여배우 ‘신주홍’이 있다.
바닷가 마을의 고등학교 동창생인 이들 여섯명은 어느 날 한자리에 모여 과거의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기억한다.
이른바 ‘앤 사건’의 모든 책임을 지고 수감됐다 돌아온 ‘기완’은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다. 무언의 약속 뒤에 은폐됐던 당시 사건의 진상이 자칫 세상에 드러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절친한 친구들의 서로에 대한 믿음은 불안으로 바뀌어 간다.
친구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거듭하던 기완은 그러나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서로가 서로의 알리바이였던 이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비밀의 폭로를 막기 위해 서로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주인공 ‘나’는 기완의 죽음 후에도 주홍을 위협하는 그림자를 감지하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캐기 시작한다.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과 제3회 디지털작가상 대상을 거머쥐며 한국 문단의 차세대 기대주로 떠오른 전아리(26)씨가 새 장편소설 ‘앤’을 펴냈다.
“사람의 욕망에는 바닥이 없다. 그것은 대부분 무섭도록 적막한 심연으로 이어져 있다. 어느 생명체 하나 숨 쉬고 있지 않은 검은 빛의 공간. 무엇 때문에, 라고 묻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욕망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욕망이다. 두 개의 거울이 마주 보고 있을 때 그 속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계단 같은 것. 어느 개 한 마리가 그 안으로 뛰어들어 더러운 침을 흘리고 있는 냄새가 났다.” (133~134쪽)
작품 속 인물들은 물질적 욕망보다도 강렬한 집착으로 관계가 얼룩져 있다. 전씨는 집착에서 발화점이 당겨진 사랑이 자신과 주변 인물들에게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날렵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이와 함께 상처 입은 인간의 내면은 세월의 더께에 의해 가려질 뿐 절대 낫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인간 심리에 대한 치밀하고 풍부한 은유가 깃든 표현들이 돋보인다.
‘앤’은 바닷가 마을의 아름다운 소녀로 남자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나’를 비롯한 이들은 앤에게 투영한 욕망이 실패하자, 결국 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야 만다. 허상에 가까운 이미지에 대한 매혹과 집착은 계속 이어지고, 나중에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자멸의 길을 걷게 한다.
소설가 박범신(66)씨는 “전아리의 ‘앤’은 매우 ‘드라마틱’하게 읽힌다”며 “투신하고 싶은 지점을 찾아 헤매는 아픈 과정에서, 그녀가 찾아낸 일차적인, 불온한 단서로 읽힌다”고 추천했다.
전씨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초조하게 달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mail protected]
어린 시절에 겪은 불운한 사고 때문에 ‘앤’이라는 이름에 묶여 사는 다섯 남자가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는 막 유명세를 얻은 여배우 ‘신주홍’이 있다.
바닷가 마을의 고등학교 동창생인 이들 여섯명은 어느 날 한자리에 모여 과거의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기억한다.
이른바 ‘앤 사건’의 모든 책임을 지고 수감됐다 돌아온 ‘기완’은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다. 무언의 약속 뒤에 은폐됐던 당시 사건의 진상이 자칫 세상에 드러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절친한 친구들의 서로에 대한 믿음은 불안으로 바뀌어 간다.
친구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거듭하던 기완은 그러나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서로가 서로의 알리바이였던 이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비밀의 폭로를 막기 위해 서로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주인공 ‘나’는 기완의 죽음 후에도 주홍을 위협하는 그림자를 감지하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캐기 시작한다.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과 제3회 디지털작가상 대상을 거머쥐며 한국 문단의 차세대 기대주로 떠오른 전아리(26)씨가 새 장편소설 ‘앤’을 펴냈다.
“사람의 욕망에는 바닥이 없다. 그것은 대부분 무섭도록 적막한 심연으로 이어져 있다. 어느 생명체 하나 숨 쉬고 있지 않은 검은 빛의 공간. 무엇 때문에, 라고 묻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욕망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욕망이다. 두 개의 거울이 마주 보고 있을 때 그 속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계단 같은 것. 어느 개 한 마리가 그 안으로 뛰어들어 더러운 침을 흘리고 있는 냄새가 났다.” (133~134쪽)
작품 속 인물들은 물질적 욕망보다도 강렬한 집착으로 관계가 얼룩져 있다. 전씨는 집착에서 발화점이 당겨진 사랑이 자신과 주변 인물들에게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날렵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이와 함께 상처 입은 인간의 내면은 세월의 더께에 의해 가려질 뿐 절대 낫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인간 심리에 대한 치밀하고 풍부한 은유가 깃든 표현들이 돋보인다.
‘앤’은 바닷가 마을의 아름다운 소녀로 남자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나’를 비롯한 이들은 앤에게 투영한 욕망이 실패하자, 결국 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야 만다. 허상에 가까운 이미지에 대한 매혹과 집착은 계속 이어지고, 나중에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자멸의 길을 걷게 한다.
소설가 박범신(66)씨는 “전아리의 ‘앤’은 매우 ‘드라마틱’하게 읽힌다”며 “투신하고 싶은 지점을 찾아 헤매는 아픈 과정에서, 그녀가 찾아낸 일차적인, 불온한 단서로 읽힌다”고 추천했다.
전씨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초조하게 달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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