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가수 패티김, 석양의 노을로 남고싶다…74세

기사등록 2012/02/15 19:04:47

최종수정 2016/12/28 00:13:48

【서울=뉴시스】조종원 기자 = 54년만에 가수생활을 은퇴하는 가수 패티김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choswat@newsis.com
【서울=뉴시스】조종원 기자 = 54년만에 가수생활을 은퇴하는 가수 패티김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태양이 떠오를 때 참 밝고 희망적이잖아요. 석양이 질 때는 노을 빛으로 온 세상을 붉게 물들여 화려한 색으로 장식하고…. 이런 모습으로 여러분의 기억에 남고 싶어요."

 가수 인생 54년 만에 은퇴를 선언한 디바 패티 김(74·김혜자)은 15일 "보시다시피 아직 건강하다"며 "노래 잘 하고 멋진 모습으로 자신 있고 당당하게 여러 팬들의 기억에 남고 싶은 마음에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1958년 8월 미8군 무대에서 노래를 시작한 패티김은 '서울의 찬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초우' '그대 없이는 못 살아' '사랑은 영원히' '사랑은 생명을 남기고'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고 미국 뉴욕 카네기홀과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등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날 은퇴 기자회견 때문에 아침에 밥이 먹히지 않았다는 패티김은 "오랫동안 고민을 하고 갈등을 겪었다"며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화려하게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10여년 전부터 생각해온 일"이라며 갑작스럽게 결정한 은퇴가 아님을 알렸다.

 하지만 "앞으로 5년, 10년 영원히 노래를 부르고 싶다"며 "무대에 맛과 멋을 한번 한 사람은 무대를 떠나기가 너무 힘들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미련이 많이 남는다"는 고백이다.

 이날 패티김은 검은색 페도라를 쓰는 등 젊음을 과시했다. 벨벳 재킷·청바지를 입고 빨간 구두를 신고 나온 패티김에게서 일흔다섯살 할머니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패티김은 "지금 건강한 상태로 무대를 떠나는 것이 가장 패티김답다는 생각을 했다"며 "팬들의 머릿속에 언제나 건강한 모습으로 남았으며 한다"고 바랐다.

 가장 아름답고 체격이 좋았던 30대로 돌아가고 싶다면서도 "50대에 성숙한 '골든 보이스'를 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4년 전 50주년 기념 공연을 하면서 동시에 은퇴를 할까 생각을 했었는데 성량이 풍부하고 노래가 너무 잘 돼 아쉬움이 컸다"며 "조금 더 노래를 하고 싶었고 지금까지 왔고 작년 9월에 은퇴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성대도 늙어가게 마련인데 팬들은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부담감이 엄청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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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종원 기자 = 54년만에 가수생활을 은퇴하는 가수 패티김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email protected]
 "처음에는 무대가 무섭지 않았어요. 근데, 나이가 들면서 무대가 어렵다는 걸 점점 깨닫게 됐죠. 무대에 오르기 전 몇십분 전부터 의상을 다 차려 입고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해요. 절대 앉아 있지를 않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무대에 오르기 5, 10분 전에 심장이 폭발할 것 같고 심장마비가 일어날 것 같은 거예요. 약간의 지진 기운이라도 생겨 공연이 취소 됐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 적도 여러 번입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패티김은 고령에 따른 건강이상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얼마 전부터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며 "매일 1500m를 수영하고 몇백m를 걷는다"며 "절대 건강 때문에 은퇴를 하는 건 아니다. 정말 유명한 사람들이 건강하지 못한 모습으로 사라져 가는 것을 봤기 때문에 그렇게 팬들에게 기억을 남기지 않고 싶었다"는 것이다. 

 "정상에 올라가기도 힘들지만 정상을 지키는 게 올라갈 때보다 10배, 100배 더 힘들죠. 정상에선 모습을 팬들이 늘 기억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50여년간 마음에 들지 않은 공연은 없었다. "조명이나 음향 등으로 인해 약간 불만족스런 공연이 있었지만 일단 저는 최선을 다했으니까"라며 웃었다.

 원곡의 음정보다 다소 낮춰서 부른 적도 있다. "하루 2회 공연을 하는 날이었는데 뒷 공연이 걱정돼 앞 공연에서 음정을 낮춰 불렀다"며 "팬들 중 음악을 아는 분이 글을 남겨 음정을 낮췄다고 지적했다. 그 때 내 스스로에 대한 자각이 됐고 그 이후에는 본래 음정으로만 노래를 부른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 세월 가장 기뻤던 순간은 "큰딸 정화와 둘째 카밀라를 낳았을 때"다. "여자로서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는 것이다. 가수로 한정하면 "성악가나 연주자가 아닌 대중가수로 처음으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섰을 때"를 꼽았다. 당시 "가수로서 만족감과 행복감, 보람을 느꼈다"며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했을 때 재미교포가 '자랑스럽다'고 외쳤을 때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가장 애정을 갖고 부르는 노래는 '9월의 노래'라고 소개하며 반주 없이 직접 부르기도 했다.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우주 한바퀴를 돌고 오는 듯하다"고 눈을 빛냈다.

 패티김의 남편이었던 길옥윤(1927~1995)이 작곡한 '빛과 그림자'는 "잘 아는 미남미녀 부부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에 멜로디를 붙인 노래라 부르면서 많이 울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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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종원 기자 = 54년만에 가수생활을 은퇴하는 가수 패티김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email protected]
 일본에서도 활약한 패티김에 대해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53)씨는 한류가수 1호라 칭했다. 패티김은 요즘 K팝을 주도하고 있는 후배들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내가 일본과 미국에 갔을 때만 해도 트럭을 타고 다니고 화장을 직접했다"며 "어린 후배들이 포장된 아스팔트 길에 승용차 타고 비행기 타고 다니는 게 너무나 부럽다"며 유쾌해했다. "나도 60년 뒤에 태어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방송국에서 하는 것(노래 경연 프로그램), 후배 가수들이 노래를 너무 잘하더라고요. 미국의 재즈 가수 토니 베넷이 레이디 가가 등 젊은 가수들과 함께 부른 노래를 실은 앨범을 내서 빌보드차트에서 1위를 한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년 은퇴공연을 끝마치기 전까지 제 딸보다 어린 가수들과 부른 곡들로 채운 앨범을 내고 싶어요. 호호."

 6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출발로 1년간 월드투어 '이별'이 은퇴 공연이다. "체조경기장은 처음이라 이곳에서 많이 공연한 후배 조용필에게 조언을 구했다"며 "처음에는 너무 우울한 것 같아 망설인 '이별'이라는 타이틀 역시 조용필이 강조해서 선택했다. 내 히트곡의 제목이기도 하고 팬들의 가슴이 뭉클해지는 단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퇴 후에는 "평범한 할머니 김혜자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다. "나비처럼 훨훨 날면서 우리 딸들과 손자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고 바랐다.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혼자 거울 보고 노래를 할 계획"이다. 딸 카밀라(34)가 한때 가수로 활약했다. 패티김은 "지금은 노래를 중단하고 결혼을 해서 임신 7개월"이라며 "4월이면 손자손녀 세 명을 둔 할머니가 된다"고 즐거워했다.

 은퇴를 번복할 뜻은 없다. "팬들과 약속한 것은 꼭 지킨다"면서도 "큰 재앙이 생겨서 모든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일이 벌어지는 경우 가수로 나설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밝혔다.

 "자연환경 보호에 힘쓰고 싶다. 3선에 성공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결국 공약대로 뉴욕의 푸른 하늘을 되찾았다"며 "이처럼 대한민국의 푸른 하늘을 다시 찾자는 캠페인을 하고 싶다."

 내내 웃음을 잃지 않은 패티김은 그러나 "속으로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노래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만 해도 너무 슬프다"며 "하지만 난 행복하다. 그간 50년 걸어온 내 인생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슬픈 마음보다 행복한 마음으로 무대를 떠날 거예요. 다만 공연에서 팬들이 우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 1년은 더 울게 되겠죠. 호호."

 마무리를 멋지게 잘해야 한다는 것이 패티김의 지론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무대에서 더 열심히 정열적으로 열창을 할 거예요. 다시 태어나면? 그래도 꼭 가수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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