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한솔·신세계 등 범 삼성家 경영 진두지휘
【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家가 상속권 소송에 휘말렸다. 14일 故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장남인 이맹희씨가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번 소송을 계기로 그동안 재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병철 창업자의 자녀들이 새삼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병철 창업주는 박두을 여사와 사이에 공식적으로 3남 5녀를 뒀다. 하지만 일본인 부인과의 사이에 1남1녀가 더 있다. 결국 이 창업주의 자녀는 모두 4남6녀다. 4남 이태휘씨와 6녀 이혜자씨가 그들이다. 태휘씨와 혜자씨는 경영에도 관여한 적이 없는데다 모두 일본인과 결혼해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삼성家 장남 이맹희(81)씨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이다. 1931년생인 맹희씨는 1938년 이 창업주가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열고 국수공장을 운영할 때부터 삼성그룹의 모든 것을 지켜본 산증인이다.
1958년 손영기 전 경기도 지사의 딸 복남씨와 결혼을 할 당시 후계자로 낙점됐었다. 유교적 전통대로 장자 계승을 중시했던 삼성家에서 맹희씨는 유일한 후계자였던 셈이다. 결혼 직후 17개 계열사 경영을 맡으며 활발한 경영수업을 받기도 했다.
맹희씨가 아버지 이 창업자와 거리가 멀어지게 된 것은 1966년 이른바 '한비(한국비료)사건'으로 불리는 사카린 밀수 사건에 연루되면서 부터다. 한국비료 건설에 핵심 적으로 참여했던 맹희씨는 이 사건 이후 몇 차례 우여곡절을 겪다가 이 창업주의 눈 밖에 나 1971년 그룹 경영에서 퇴출된다. 당연히 경영권도 셋째 동생인 이건희 회장에게 내주게 됐다. 야인 생활의 시작이었다.
◇한비사건으로 물러난 맹희씨 '야인 생활'
이건희 회장이 총수에 오른 이후 맹희씨는 5년여 동안 해외여행을 다니며 거리를 뒀다. 형제는 물론 가족과도 떨어져 살았다. 산간벽지나 미국, 일본 등을 떠돌았다고 한다.
한 동안 잠잠했던 맹희씨는 1993년 당시 일을 담은 두 권의 회고록 '묻어둔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펴낸다. 그는 책을 펴낸 이유가 "잘못 알려진 아버지와의 관계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맹희씨는 책에서 "故이병철 회장이 제일제당·제일모직 등 '제일'자가 들어가는 계열과 안국화재(현 삼성화재)를 나에게 넘기기로 했었다"며 당시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1993년 책 출간과 동시에 당시 인기 프로그램인 MBC '주병진쇼'에 출연해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는 서로 간에 아무런 회한이 남아있지 않다. 동생도 회사를 잘 이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세간의 불화설을 부인했었다.
맹희씨의 못다 이룬 꿈은 2002년 장남 이재현 회장이 CJ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이뤄졌다. 고려대 법대 출신인 이 회장은 삼성과 무관한 씨티은행에 공채를 통해 입사한 적이 있었지만 이병철 창업자가 제일제당 경리부로 자리를 옮기도록 지시했다.
그룹의 외형은 삼성과 비교대상이 아니지만 삼성家의 장손인 이 회장의 위상은 만만치 않았다. 1987년 이병철 회장 장례식 때 영정을 들고 앞장선 사람도 바로 이 회장이었다.
차남 이창희씨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와세다대학에서 만난 일본인인 나카네 히로미(이영자)씨와 연애 결혼했다. 하지만 한비사건으로 삼성그룹을 떠나 1973년 마그네틱미디어코리아를 설립하게 된다. 이후 1977년 특수세라믹사를 인수해 새한미디어로 재출발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백혈병으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1991년 7월 미국에서 치료 중 별세했다.
창희씨의 차남인 이재찬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이 거주하던 서울 용산구 이촌동 D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해 세인들의 가슴을 놀라게 했다. 재찬씨는 새한미디어의 경영에서 손을 뗀 지 오래된 데다 당시 직업도 없이 홀로 거주하고 있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도 삼성家 가족인 줄도 모를 정도로 궁핍하게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 삼남에서 삼성家 후계자로
두 형을 제치고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손에 쥔 3남 이건희 회장은 법무장관·내무장관을 거쳐 중앙일보 회장을 지낸 홍진기 씨의 장녀 홍라희 여사와 1967년 5월 결혼했다.
이건희 회장은 홍라희 여사와 사이에서 재용, 부진, 서현, 윤형 1남 3녀를 낳았다. 막내딸 윤형씨는 2005년 미국 유학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家의 후계자로 꼽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거쳐 일본 게이오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마쳤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며 현재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이 사장은 1998년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장녀 세령씨와 결혼했으나 10년여 만인 2009년 2월초 조정 이혼해 재계를 한바탕 놀라게 했다.
1999년 삼성 계열사의 평범한 회사원 임우재씨와 결혼해 세간의 이목을 끈 첫째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고모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에 이은 삼성가 출신의 전문 여성 경영인으로 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둘째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미국 뉴욕의 패션전문학교 파슨스 출신이다. 2000년 동아일보 사주인 김병관 명예회장의 차남 재열(삼성엔지니어링 사장)씨와 결혼했다.
◇이 창업주 딸들도 경영활동 활발
삼성家는 딸들의 경영활동이 활발하기로도 유명하다. 이 창업주의 장녀인 인희씨는 삼성그룹에서 분리한 한솔그룹 고문으로 고려병원(현 삼성강북병원) 원장을 지낸 조운해씨와 결혼했다. 조운해씨는 경북지방의 대지주였던 조범석 가문의 자제로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일본에 유학한 의사 출신이다. 슬하에는 장남 조동혁 명예회장과 차남 조동남 전 한솔PCS회장, 삼남 조동길 한솔회장 등을 뒀다.
차녀 이숙희 씨는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삼남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결혼해 1남1녀를 뒀다. 결혼 당시 '한국 재계의 쌍두마차인 삼성과 LG가 사돈을 맺는다'고 떠들썩했다. 장남인 구본성씨는 한때 삼성의 계열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딸 명진씨는 故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인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과 결혼했다.
삼녀 순희씨는 대학교수와 결혼해 평범하게 살고 있다. 사녀 덕희씨는 삼성家의 고향인 경남 의령의 대지주 이정재씨 집안으로 시집갔다. 마산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온 남편 이종기씨는 중앙일보 부회장, 제일제당 부회장을 거쳐 삼성화재 회장을 하다 은퇴했다.
삼성家 2세 딸들 가운데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이는 다섯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다. 이 회장은 4·5대 국회의원과 삼호방직 및 삼호무역 회장을 지낸 정상희 의원의 차남 정재은 조선호텔 명예회장과 결혼했다. 정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수학한 당시 보기 드문 엘리트였다. 삼성그룹 경영에 깊숙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명희 회장의 장남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탤런트 고현정씨와 결혼해 한때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었지만 2003년 이혼했다. 이 회장의 딸 정유경씨는 현재 신세계 부사장을 맡고 있으며 초등학교 동창인 문성욱(신세계I&C 부사장)씨와 혼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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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家가 상속권 소송에 휘말렸다. 14일 故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장남인 이맹희씨가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번 소송을 계기로 그동안 재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병철 창업자의 자녀들이 새삼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병철 창업주는 박두을 여사와 사이에 공식적으로 3남 5녀를 뒀다. 하지만 일본인 부인과의 사이에 1남1녀가 더 있다. 결국 이 창업주의 자녀는 모두 4남6녀다. 4남 이태휘씨와 6녀 이혜자씨가 그들이다. 태휘씨와 혜자씨는 경영에도 관여한 적이 없는데다 모두 일본인과 결혼해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삼성家 장남 이맹희(81)씨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이다. 1931년생인 맹희씨는 1938년 이 창업주가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열고 국수공장을 운영할 때부터 삼성그룹의 모든 것을 지켜본 산증인이다.
1958년 손영기 전 경기도 지사의 딸 복남씨와 결혼을 할 당시 후계자로 낙점됐었다. 유교적 전통대로 장자 계승을 중시했던 삼성家에서 맹희씨는 유일한 후계자였던 셈이다. 결혼 직후 17개 계열사 경영을 맡으며 활발한 경영수업을 받기도 했다.
맹희씨가 아버지 이 창업자와 거리가 멀어지게 된 것은 1966년 이른바 '한비(한국비료)사건'으로 불리는 사카린 밀수 사건에 연루되면서 부터다. 한국비료 건설에 핵심 적으로 참여했던 맹희씨는 이 사건 이후 몇 차례 우여곡절을 겪다가 이 창업주의 눈 밖에 나 1971년 그룹 경영에서 퇴출된다. 당연히 경영권도 셋째 동생인 이건희 회장에게 내주게 됐다. 야인 생활의 시작이었다.
◇한비사건으로 물러난 맹희씨 '야인 생활'
이건희 회장이 총수에 오른 이후 맹희씨는 5년여 동안 해외여행을 다니며 거리를 뒀다. 형제는 물론 가족과도 떨어져 살았다. 산간벽지나 미국, 일본 등을 떠돌았다고 한다.
한 동안 잠잠했던 맹희씨는 1993년 당시 일을 담은 두 권의 회고록 '묻어둔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펴낸다. 그는 책을 펴낸 이유가 "잘못 알려진 아버지와의 관계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맹희씨는 책에서 "故이병철 회장이 제일제당·제일모직 등 '제일'자가 들어가는 계열과 안국화재(현 삼성화재)를 나에게 넘기기로 했었다"며 당시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1993년 책 출간과 동시에 당시 인기 프로그램인 MBC '주병진쇼'에 출연해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는 서로 간에 아무런 회한이 남아있지 않다. 동생도 회사를 잘 이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세간의 불화설을 부인했었다.
맹희씨의 못다 이룬 꿈은 2002년 장남 이재현 회장이 CJ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이뤄졌다. 고려대 법대 출신인 이 회장은 삼성과 무관한 씨티은행에 공채를 통해 입사한 적이 있었지만 이병철 창업자가 제일제당 경리부로 자리를 옮기도록 지시했다.
그룹의 외형은 삼성과 비교대상이 아니지만 삼성家의 장손인 이 회장의 위상은 만만치 않았다. 1987년 이병철 회장 장례식 때 영정을 들고 앞장선 사람도 바로 이 회장이었다.
차남 이창희씨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와세다대학에서 만난 일본인인 나카네 히로미(이영자)씨와 연애 결혼했다. 하지만 한비사건으로 삼성그룹을 떠나 1973년 마그네틱미디어코리아를 설립하게 된다. 이후 1977년 특수세라믹사를 인수해 새한미디어로 재출발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백혈병으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1991년 7월 미국에서 치료 중 별세했다.
창희씨의 차남인 이재찬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이 거주하던 서울 용산구 이촌동 D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해 세인들의 가슴을 놀라게 했다. 재찬씨는 새한미디어의 경영에서 손을 뗀 지 오래된 데다 당시 직업도 없이 홀로 거주하고 있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도 삼성家 가족인 줄도 모를 정도로 궁핍하게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 삼남에서 삼성家 후계자로
두 형을 제치고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손에 쥔 3남 이건희 회장은 법무장관·내무장관을 거쳐 중앙일보 회장을 지낸 홍진기 씨의 장녀 홍라희 여사와 1967년 5월 결혼했다.
이건희 회장은 홍라희 여사와 사이에서 재용, 부진, 서현, 윤형 1남 3녀를 낳았다. 막내딸 윤형씨는 2005년 미국 유학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家의 후계자로 꼽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거쳐 일본 게이오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마쳤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며 현재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이 사장은 1998년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장녀 세령씨와 결혼했으나 10년여 만인 2009년 2월초 조정 이혼해 재계를 한바탕 놀라게 했다.
1999년 삼성 계열사의 평범한 회사원 임우재씨와 결혼해 세간의 이목을 끈 첫째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고모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에 이은 삼성가 출신의 전문 여성 경영인으로 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둘째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미국 뉴욕의 패션전문학교 파슨스 출신이다. 2000년 동아일보 사주인 김병관 명예회장의 차남 재열(삼성엔지니어링 사장)씨와 결혼했다.
◇이 창업주 딸들도 경영활동 활발
삼성家는 딸들의 경영활동이 활발하기로도 유명하다. 이 창업주의 장녀인 인희씨는 삼성그룹에서 분리한 한솔그룹 고문으로 고려병원(현 삼성강북병원) 원장을 지낸 조운해씨와 결혼했다. 조운해씨는 경북지방의 대지주였던 조범석 가문의 자제로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일본에 유학한 의사 출신이다. 슬하에는 장남 조동혁 명예회장과 차남 조동남 전 한솔PCS회장, 삼남 조동길 한솔회장 등을 뒀다.
차녀 이숙희 씨는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삼남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결혼해 1남1녀를 뒀다. 결혼 당시 '한국 재계의 쌍두마차인 삼성과 LG가 사돈을 맺는다'고 떠들썩했다. 장남인 구본성씨는 한때 삼성의 계열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딸 명진씨는 故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인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과 결혼했다.
삼녀 순희씨는 대학교수와 결혼해 평범하게 살고 있다. 사녀 덕희씨는 삼성家의 고향인 경남 의령의 대지주 이정재씨 집안으로 시집갔다. 마산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온 남편 이종기씨는 중앙일보 부회장, 제일제당 부회장을 거쳐 삼성화재 회장을 하다 은퇴했다.
삼성家 2세 딸들 가운데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이는 다섯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다. 이 회장은 4·5대 국회의원과 삼호방직 및 삼호무역 회장을 지낸 정상희 의원의 차남 정재은 조선호텔 명예회장과 결혼했다. 정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수학한 당시 보기 드문 엘리트였다. 삼성그룹 경영에 깊숙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명희 회장의 장남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탤런트 고현정씨와 결혼해 한때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었지만 2003년 이혼했다. 이 회장의 딸 정유경씨는 현재 신세계 부사장을 맡고 있으며 초등학교 동창인 문성욱(신세계I&C 부사장)씨와 혼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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