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심화 빙의]사기·음기·병마 불러들이는 우울증

기사등록 2012/02/06 08:01:00

최종수정 2016/12/28 00:10:48

【서울=뉴시스】묘심화 스님의 ‘빙의’ <24>

 왜 우울증으로 인해 빙의가 찾아오는 것일까. 우울증은 쉽게 말하면 마음이 쇠약해지는 병이다. 외부 환경에서 오는 부담과 스트레스, 또는 외로움으로 인해 서서히 마음의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서 우울증이 찾아온다. 육체의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 몸이 온갖 외부 질병과 바이러스에 침투당하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처럼 마음도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 사기와 영혼, 외적 기운에 대한 저항 능력이 저하되면서 이런 것들이 침투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자신의 영혼이 담긴 온전한 그릇에 일종의 균열이 생기면서 그 틈새로 외부 기운이 침입하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육체에 외부 기운이 침입하여 몸과 영혼을 지배당하는 상태, 이것이 바로 빙의가 아닌가.

 공교롭게도 우울증 환자와 빙의 환자는 증세에서도 유사점을 보인다. 우주 만물은 음과 양으로 구분한다. 양의 기운을 띤 것이 있으면 음의 기운을 띤 것이 있다. 태양빛은 양이요 달빛은 음이다. 낮은 양이요 밤은 음이다. 사람은 양에 속해서 태양빛을 받으면 기운이 솟는다. 하지만 일몰이 시작되면 각성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줄어드는 대신에 수면 유도체인 멜라토닌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밤에는 휴식을 취하고 잠이 드는 것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낮에는 왕성한 기력으로 열심히 자신의 일에 전념하고, 밤이 되면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우울증 환자와 빙의 환자는 이와 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햇빛을 기피할 뿐 아니라, 사람과의 접촉도 회피한다.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주변과 담을 쌓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이들에게 바깥세상은 두려움이요 공포의 대상이다. 낮에도 커튼을 치고 외부와 단절한 채 혼자 지내기를 좋아한다.

 이들이 혼자 지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혼자이길 원하면서도 막상 혼자가 되면 불안해하고 초조해한다. 스스로 세상과 격리되길 원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여전히 바깥세상에 대한 그리움과 더욱더 멀어져가는 듯한 소외감에 더 깊은 우울의 늪으로 빠져든다.

 사태가 심각해지면 눈에 띌 정도로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평소에 부지런하고 청결하던 사람이 정반대로 돌변하는 것이다. 일절 아무것도 하지 않을뿐더러 몸을 씻는 것조차 거부하고 음식을 먹는 것조차 귀찮아한다. 반대로 지나치게 자주 씻는 등의 강박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나를 찾아와 빙의 치료를 받았던 탤런트 K씨의 경우를 한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녀는 평소 부지런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매사에 정열적인 사람이었다. 일이면 일, 가사면 가사, 음식이면 음식, 사랑이면 사랑까지도 온몸을 부딪쳐가며 자신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광경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그녀의 생활은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녀는 이후로 자신의 일부와도 같았던 연기 생활도 접었다. 심각한 권태감과 무기력감 때문에 외부 활동이 불가능했다. 하루 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겨우겨우 목숨을 연명하는 나날을 몇 년이나 보냈다. 만사가 귀찮을 따름이어서 집에 전화가 와도 받지 않고 주방에 물 마시러 가는 것조차 귀찮아서 아예 물병을 가져다놓고 침대에서 붙박이처럼 생활했다. 샤워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머리도 감지 않아 두피에서 새까만 때가 밀려 나올 정도였다고 하니 이는 한마디로 ‘폐인’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뿐인가.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책까지 출간할 정도로 요리에도 열정적이었건만 우울증에 걸린 이후로는 음식을 먹는 것조차 귀찮아서 매끼를 만두만 먹었다고 한다. 영화 ‘올드 보이’를 보면 주인공은 감금 상태에서 영문도 모른 채 매끼를 만두만 먹는다. 그 지긋지긋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인데, 단지 먹는 것이 귀찮아서 매끼를 만두로 때운다는 것은 이미 정상인의 범주에서 벗어난 일이다.

 아마 그녀 역시 초기에는 그렇게까지 심각한 지경은 아니었을 터이다. 시어머니의 급작스런 사고사가 가져다준 충격이 서서히 그녀를 무력화시키면서 내면을 무너뜨렸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마음에 금이 가듯 그렇게 균열이 생겨나고 점점 그녀는 깊이깊이 침잠하고 삶의 의욕을 잃으면서 더욱더 무기력해졌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 균열의 틈새로 병마와 갈 곳 없는 영혼들이 하나둘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을 것이다.

 마음에 균열이 가면 신체 밸런스도 무너져 결국 몸은 병마와 귀신들의 온상이 된다. 흔히 몸을 그릇에, 영혼은 그 내용물에 비유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솔직히 딱 떨어지는 비유는 아니다. 실제로는 내용물이 썩었다고 해서 그릇에 금이 가는 일은 없지 않은가. 정신과 육체의 관계는 그보다 훨씬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상호 작용 속에 놓여 있다. 한때 신체 건강이 우선인가 정신 건강이 우선인가를 놓고 설전을 벌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무도 그런 어리석은 논제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지 않는다. 마음이 무너지면 육체의 건강도 무너지고, 육체가 병들면 마음 또한 올바르게 지탱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는 까닭이다.

 톱가수 J씨의 치료 사례도 우울증으로 인해 몸에 병마가 깃들고 빙의까지 되었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J씨 또한 믿고 의지했던 어머니가 연탄가스 중독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극심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심각한 우울 증세를 보이며 가수 활동도 접어야 했고, 이후로 세상과 격리된 은둔 생활에 들어갔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슬픔으로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고 늘 죽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몇 년을 매일같이 어머니의 묘소를 찾아가 울었다고 하니 그 마음이 온전할 리 없었다. 그토록 마음이 깊은 심연에 잠겨 있으니 환하고 따사로운 세상의 빛은 외면하게 되고 그녀는 점점 두꺼운 장막에 둘러싸인 어둠의 사람이 되어갔다.

 앞서 빛은 양기요 사람들의 세상이라 했다. 반대로 어둠은 음기요 귀신들의 세상이라 했다. 우울은 어둠이며 빛을 거부하는 마음인지라 귀신들이 둥지를 틀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다. 세상을 등진 그녀의 마음을 따라 길 잃은 영혼들이 하나둘 찾아들기 시작했다. 또한 사기와 병마도 달라붙었다. 결국 그녀는 십 수 년의 세월을 암, 디스크, 어깨 통증 등 끊이지 않는 병마와의 싸움으로 사투를 벌이며 보내야 했고, 나중에는 끊임없는 자살 충동에 시달려야 했다. 나를 찾아오기 전에 맥을 끊으려 날이 선 과도까지 준비했었다고 하니 그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는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우울증과 빙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이는 우울증이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마음에 균열을 일으키고 음기를 불러들이는 정신 질환이기 때문이다.  <계속> 물처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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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심화 빙의]사기·음기·병마 불러들이는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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