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필자가 이집트 여행을 하기 전 파라오시대의 음악을 벽화로부터 복원했다는 ‘Ancient of Egypt : Music in the Age of Pyramids’음반에 대한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음반은 “피라미드 속 음악의 복원”이라는 구호 하나 만으로도 온 세계 음악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1808년 프랑스의 장 샹폴리옹이 피라미드 상형문자를 해독한 이후 고대 이집트의 신비가 하나 둘 풀리기 시작했지만 고대 피라미드 시대의 음악이 재현되기는 처음이라 필자도 상당한 기대를 했다.
56페이지에 이르는 해설지에서 10년에 이르는 복원 과정과 이를 재현하기 위한 녹음과정에 대해 읽을 때는 그야말로 그 음반 속에서 파라오들의 음악이 들려올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막상 음악을 들어보니 기원전의 음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세련되고 현대적(?)인지라 다소 의아했고 살짝 실망하기도 했다. 필자뿐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복원은 어디까지나 재해석”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비해 1116년 고려 예종 대에 송나라에서 들어와 조선 세종대에 새로이 정비되었다는 한국의 문묘제례악을 들어보면 리듬도 없이 한 음을 죽 불고 끊고, 또 한 음을 죽 불고 끊는 것이 선율의 전부라 “역시 최고의 고전이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음악에 익숙해서일까. 빠르고 촉급한 선율과 리듬 절주를 지닌 이집트의 복원 음악을 듣고는 “말도 안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집트 여행을 하면서 피라미드 속 주악도에 보이는 악기와 악보들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앞서 고대왕국까지 살펴보았으니 이제 중왕국(BC 2060~1785)을 보면서 고대 이집트 음악의 면면을 살펴보자.
어느 날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이집트 유적을 답사하느라 말을 타고 가다 낙마를 했다. 그런데 바로 그곳이 중왕국 파라오의 지하 묘지로 통하는 입구였다니 아무래도 그곳에 묻힌 파라오가 카터를 끌어당겼던 모양이다. 바로 여기에서 23~25개의 명주실로 된 하프를 타는 그림이 발굴되었다. 한국에 21현~25현 가야금이 생긴 지 불과 10년이 조금 넘은 것을 감안해 보면 우리네 문묘제례악에 견주어 이집트의 고대음악을 이해하려 했던 그간의 생각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집트의 중왕국 시대에 발전된 새로운 하프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나뭇잎 장식이 있고 굽은 공명통에 매단 줄이 8현에서 25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나타나는데, 대부분은 10~12현으로 되어 있다. 하프의 종류들도 가지각색이라 서서 연주하는 것, 어깨에 메고 연주하는 것, 조그만 크기로 손에 잡고 타는 것 등 별 별것이 다 있다. 하프는 이집트 왕국을 상징하는 악기였으므로 워낙 그 내용이 방대하니 별도로 하기로 하고, 이 당시 다른 악기들은 어떠했는지 살펴보자.
이 당시에는 마우스를 낀 새 피리가 나타났으니 서양식으로 표현하자면 오보에가 생겨난 것이다. 마우스는 관대에서 울려나는 소리를 보다 증폭시키기 위한 장치다. 말하자면 그냥 나무 관대를 부는 것보다 한 단계 진보된 것이다. 또한 이때는 손북과 함께 심벌즈도 보이거니와, 현악기인 류트의 지판에 고착된 프렛의 간격이 훨씬 좁혀져 있기도 하다. 악기의 이런 변화들과 함께 당시의 기보법들을 보면, 반음계적 음조직까지 구사되고 있다. 이러한 음률로 불리는 사랑의 서정시 ‘태양의 찬가’는 오늘날까지도 전해지고 있는데 아쉽게도 그 가사만 남아있다. 이는 한국의 신라시대 향가가 노래는 사라지고 가사만 남은 것과 같은 상황이다. 에디슨이 축음기와 활동 사진기를 발명하기 이전에는 인류의 모든 무형의 문화들이 이와 같이 사라져갔으니 에디슨의 발명이 인류사에 끼친 엄청난 변화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어차피 소리 없는 그림을 통한 추정이라면 이 당시 우리의 이웃 중국의 음악은 어땠을까. 당시 중국은 하(夏)·은(殷)·주(周) 3대의 왕조가 잇달아 지배하면서(BC1600~BC 1046), ‘편종’이라는 악기가 제작되었다. 쇳덩어리의 무게를 정확하게 측정해 음률을 배열할 줄 알아야 만들 수 있는 편종이 있었다는 것으로 보아 당시 중국 황실에 수학의 발달이 상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6페이지에 이르는 해설지에서 10년에 이르는 복원 과정과 이를 재현하기 위한 녹음과정에 대해 읽을 때는 그야말로 그 음반 속에서 파라오들의 음악이 들려올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막상 음악을 들어보니 기원전의 음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세련되고 현대적(?)인지라 다소 의아했고 살짝 실망하기도 했다. 필자뿐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복원은 어디까지나 재해석”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비해 1116년 고려 예종 대에 송나라에서 들어와 조선 세종대에 새로이 정비되었다는 한국의 문묘제례악을 들어보면 리듬도 없이 한 음을 죽 불고 끊고, 또 한 음을 죽 불고 끊는 것이 선율의 전부라 “역시 최고의 고전이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음악에 익숙해서일까. 빠르고 촉급한 선율과 리듬 절주를 지닌 이집트의 복원 음악을 듣고는 “말도 안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집트 여행을 하면서 피라미드 속 주악도에 보이는 악기와 악보들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앞서 고대왕국까지 살펴보았으니 이제 중왕국(BC 2060~1785)을 보면서 고대 이집트 음악의 면면을 살펴보자.
어느 날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이집트 유적을 답사하느라 말을 타고 가다 낙마를 했다. 그런데 바로 그곳이 중왕국 파라오의 지하 묘지로 통하는 입구였다니 아무래도 그곳에 묻힌 파라오가 카터를 끌어당겼던 모양이다. 바로 여기에서 23~25개의 명주실로 된 하프를 타는 그림이 발굴되었다. 한국에 21현~25현 가야금이 생긴 지 불과 10년이 조금 넘은 것을 감안해 보면 우리네 문묘제례악에 견주어 이집트의 고대음악을 이해하려 했던 그간의 생각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집트의 중왕국 시대에 발전된 새로운 하프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나뭇잎 장식이 있고 굽은 공명통에 매단 줄이 8현에서 25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나타나는데, 대부분은 10~12현으로 되어 있다. 하프의 종류들도 가지각색이라 서서 연주하는 것, 어깨에 메고 연주하는 것, 조그만 크기로 손에 잡고 타는 것 등 별 별것이 다 있다. 하프는 이집트 왕국을 상징하는 악기였으므로 워낙 그 내용이 방대하니 별도로 하기로 하고, 이 당시 다른 악기들은 어떠했는지 살펴보자.
이 당시에는 마우스를 낀 새 피리가 나타났으니 서양식으로 표현하자면 오보에가 생겨난 것이다. 마우스는 관대에서 울려나는 소리를 보다 증폭시키기 위한 장치다. 말하자면 그냥 나무 관대를 부는 것보다 한 단계 진보된 것이다. 또한 이때는 손북과 함께 심벌즈도 보이거니와, 현악기인 류트의 지판에 고착된 프렛의 간격이 훨씬 좁혀져 있기도 하다. 악기의 이런 변화들과 함께 당시의 기보법들을 보면, 반음계적 음조직까지 구사되고 있다. 이러한 음률로 불리는 사랑의 서정시 ‘태양의 찬가’는 오늘날까지도 전해지고 있는데 아쉽게도 그 가사만 남아있다. 이는 한국의 신라시대 향가가 노래는 사라지고 가사만 남은 것과 같은 상황이다. 에디슨이 축음기와 활동 사진기를 발명하기 이전에는 인류의 모든 무형의 문화들이 이와 같이 사라져갔으니 에디슨의 발명이 인류사에 끼친 엄청난 변화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어차피 소리 없는 그림을 통한 추정이라면 이 당시 우리의 이웃 중국의 음악은 어땠을까. 당시 중국은 하(夏)·은(殷)·주(周) 3대의 왕조가 잇달아 지배하면서(BC1600~BC 1046), ‘편종’이라는 악기가 제작되었다. 쇳덩어리의 무게를 정확하게 측정해 음률을 배열할 줄 알아야 만들 수 있는 편종이 있었다는 것으로 보아 당시 중국 황실에 수학의 발달이 상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금 이집트로 넘어와 기원전 1580~1090시기에 해당하는 시기를 보자. 이때는 그 유명한 파라오 람세스 2세가 치세하던 때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이 왕의 구역 저만치에 축제를 그린 부조 하나가 번쩍하고 눈에 들어온다. 이 부조는 서기(書記·피라미드 시대에 서기들은 가장 많은 지식과 교양을 갖춘 최고의 신분이었음)인 이멘카우와 신하 아나크트의 축제를 묘사한 것으로, 당시 고위 공직자 무덤에서 자주 발견되는 것이란다.
부조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무희들이 탬버린 비슷한 손북과 윷 막대 같은 악기들을 들고 춤을 추고 있다. 이들을 조각한 조각가가 얼마나 솜씨가 좋은지 춤에 도취된 무희들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여 마치 눈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무희들의 길고 가녀린 몸매는 요즈음의 에스라인 미녀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세련된 데다가 에로틱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맞은편 부조에는 남정네들이 두 손을 높이 들어 흔들며 무희들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무튼 이들의 축제 장면이나 전반적인 문명을 보면, 기원전이라고 해서 고인돌이나 신석기, 구석기의 원시 시대에다 끼워 맞춰서는 안 되겠다. 반음계 음악에 오보에와 같은 관악기, 가지가지 음색의 현악기와 타악기들까지 갖추어졌던 것을 감안해 보면 고대이집트 음악을 복원한 음반 ‘Ancient of Egypt : Music in the Age of Pyramids’ 음반이 영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곡가·음악인류학 박사 http://cafe.daum.net/ysh3586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63호(2월13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부조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무희들이 탬버린 비슷한 손북과 윷 막대 같은 악기들을 들고 춤을 추고 있다. 이들을 조각한 조각가가 얼마나 솜씨가 좋은지 춤에 도취된 무희들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여 마치 눈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무희들의 길고 가녀린 몸매는 요즈음의 에스라인 미녀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세련된 데다가 에로틱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맞은편 부조에는 남정네들이 두 손을 높이 들어 흔들며 무희들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무튼 이들의 축제 장면이나 전반적인 문명을 보면, 기원전이라고 해서 고인돌이나 신석기, 구석기의 원시 시대에다 끼워 맞춰서는 안 되겠다. 반음계 음악에 오보에와 같은 관악기, 가지가지 음색의 현악기와 타악기들까지 갖추어졌던 것을 감안해 보면 고대이집트 음악을 복원한 음반 ‘Ancient of Egypt : Music in the Age of Pyramids’ 음반이 영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곡가·음악인류학 박사 http://cafe.daum.net/ysh3586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63호(2월13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