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1주기 박완서, 마지막 소설집 '기나긴 하루'

기사등록 2012/01/19 17:04:14

최종수정 2016/12/28 00:06:51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작가 박완서(1931~2011)의 마지막 소설집 '기나긴 하루'가 나왔다.

 22일 1주기를 맞는 박완서가 생전 마지막으로 묶어낸 '친절한 복희씨'(2007·문학과지성사) 이후 작고하기 전까지 문예지에 발표한 세 편의 단편과 문학평론가 김윤식(76), 소설가 신경숙(49)·김애란(32)씨가 추천한 기존의 단편 세 편 등 총 여섯 편이 실렸다.

 첫 수록작인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는 201년 2월 '현대문학'에 게재했다. 고인의 자전적 소설로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와 그 빈자리를 늘 모자람 없이 채워주던 한학에 능했던 할아버지, 딸의 교육을 위한 투지와 신념으로 자신의 희생을 불사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다. 먼저 떠나보낸 남편과 아들에 대한 담담한 고백도 실렸다.

 '문학동네' 2009년 가을호에 발표된 '빨갱이 바이러스'는 세 명의 여자가 남자들로부터 입은 상처와 사연들을 다뤘다. 전쟁으로 친척간에 벌어진 살인의 비밀을 주축으로 전쟁의 상처, 가부장제의 모순 등을 응축적으로 이야기한다.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는 갱년기를 겪는 주부가 지적인 시어머니와 신세대 며느리를 상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가족애와 물신주의를 풍자한다. 노작가의 내공이 엿보이는 소설로 촘촘한 이야기 구조가 돋보인다. '문학의 문학' 2008년 가을호에 실렸다.

 이밖에 기존의 대표작으로 김윤식, 신경숙, 김애란씨가 각자 고른 '카메라와 워커'(1975),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1993)과 '닮은 방들'(1974)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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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숙씨는 "당신은 드러내지 않고 소외된 사람들을 껴안는 분으로서도 표본이었고, 어디에도 휘둘리는 법 없이 굳건한 모습으로 늘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안식처가 됐다"며 "팔순 가까이 새 작품을 써내시는 것으로 후배들에게 본이 됐다"고 전했다.

 김애란씨는 박완서 소설에 등장한 인물들을 두고 "종이 위에서 꾸준히 맥박 소리를 내며 사람답게 군다"며 "제 역할이 크든 작든, 교양이 많건 적건, 활달하게. '생활'을 업신여기지 않는 이들을 건강함으로. 혹은 '생활'에 묶여 있는 자들의 비루함으로, 수고롭고, 부끄럽게"라고 읽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36)씨는 "훌륭한 소설은 이 세상에는 소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소설"이라며 "사십여 년의 세월이 그 줄기찬 입증의 과정이었고 그 입증의 성공은 소설가로서 박완서 선생이 늘 품고 있었던 자부심의 근거였다. 그럴 수 있기 위해 늘 견지해야 했던 작가로서의 긴장을 말년의 단편들에서도 여전히 목격한다"고 평했다. 292쪽, 1만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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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1주기 박완서, 마지막 소설집 '기나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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