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패션쇼 현장에서 연출하는 이재연 회장.
【서울=뉴시스】이득수 기자 = 매년 12월에 열리는 ‘코리아 베스트드레서 스완 어워즈’. 우리나라에서 옷을 가장 잘 입는 사람들을 뽑아 시상하는 행사이다. 1983년 시작했으니 올해가 29년째이다. 올 시상식이 12일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열려 ‘패션의 첨단을 달리는’ 가수 탤런트 배우들은 물론 대중과 친숙한 정치인 문화인 기업인 등 16명이 ‘베스트드레서’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자는 디자이너 패션사진가 스타일리스트 패션기자 네티즌 등 패션과 관련 있는 업종의 전문가들과 일반 네티즌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했다.
베스트드레서 상은 한국 모델계의 신화를 써온 모델라인(The Model Line) 설립자 이재연 회장이 제정해 줄곧 이끌어 왔다. 그를 만나 이 상을 만든 배경과 근황을 들어봤다.
서울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35동 앞 프린세스호텔 골목으로 100여m쯤 들어가면 이 회장이 둥지를 틀고 있는 단아한 모습의 2층 건물 ‘더 라인’이 나온다. 1층은 카페 겸 갤러리, 2층은 모델라인 ㈜이재연 사무실이다. 청바지에 빨간 모직 목도리를 두른 옷차림과 늘씬한 체격은 나이를 초월한 패션모델 1세대의 커리어와 원숙함이 물씬 풍긴다.
이 회장은 “1980년대 초반 당국의 집중적인 세무조사로 디자이너들이 패션쇼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자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 패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패션의 의미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고 ‘베스트드레서’ 시상식을 발상했다”고 계기를 밝혔다.
그는 “패션이 비싼 옷을 입고 과시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직업과 위상에 어울리면서도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세무당국자와 일반인들에게) 알려주고, 패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며 “베스트드레서 상은 패션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직업과 연관성을 가지면서 자신과 어울리는 옷차림을 보여준 사회 저명인사들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태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상 후보자에 대해선 각 분야 별로 수년에 걸쳐 꾸준히 관찰하고 지켜본다고 한다. 어느 한 해에 옷을 잘 입었다고 해서 베스트드레서가 되는 ‘요행’은 없다는 얘기다.
그간 금난새 조용필 동방신기 보아 변정수 임하룡 나경원 한선교 김동규 조광래 박찬호 유지태 샤이니 원더걸스 등 이름만 떠올려도 평소 패션감각이 돋보였던 유명인들과 내로라하는 스타들은 빠지지 않고 ‘베스트드레서’ 칭호를 부여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고건 전 서울시장도 수상했다.
베스트드레서 시상식은 국가대표 미인을 뽑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처럼 누가 하든 꼭 있어야 할 필수 국가 패션행사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장은 베스트드레서 시상식을 제정한 것뿐 아니라 패션계에서 수십 년간 남보다 한발 앞서 가며 눈부신 활약을 펼쳐왔다. 우리나라 패션 초창기인 1971년 모델에 입문했으니 올해로 꼭 40년이다. 그래서 그를 한국 패션계의 ‘살아있는 사전’이라고 부른다.
나이 50만 넘어도 퇴물취급 받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지만, 패션쇼 현장에서 그는 아직 독보적인 존재다. 패션 이벤트에 관한 기획력 연출력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등 그만이 갖고 있는 실력과 노하우는 누구도 모방하지 못한다. 노익장(老益壯)이라는 말도 그의 역량과 열정을 표현하기엔 부족할 것 같다. 일에 대한 열정, 젊은이들보다 오히려 더 앞서가는 신선한 기획과 사업 아이디어에 다들 감탄한다.
“패션은 창조 산업이죠. 의상에만 국한된 게 아닙니다. 생활 자체가 패션입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식탁 의자 커피잔 식기 가전제품 가구 인테리어 건축 생활의 모든 게 패션입니다. 한국이 지향해야 할 원초적인 분야입니다. 생각의 눈을 가진, 패션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한국의 패션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그는 “한류와 K-POP이 외국에 한국을 알리고 대중문화 상품을 팔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거기에 뭘 담느냐에 한류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아모레와 조지아르마니의 브랜드 가치 차이는 패션에 있어요. 한류가 아무리 대단해도 거기에 실어 보낼 패션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그게 약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매스컴, 한국의 언론에 비판을 가했다.
“유럽과 미국 일본의 패션에 한국이 점령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언론이 돈 버는 것도 좋지만,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한국 언론이 하나같이 외국의 유명 브랜드 제품을 ‘명품’이라고 칭하는데 이건 정말 잘못된 행태입니다.”
외국 수입상품을 언론에서 줄기차게 ‘명품’으로 불러주는 바람에 요즘은 초등학생도 ‘수입 상품은 명품인가보다’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우리의 미래를 망치는 결과를 빚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르마니든 샤넬이든 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제품이다. 그런데도 우리 방송과 신문에서 기자 연예인 아나운서들이 모두 이 수입 상품들을 ‘명품’이라고 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장인과 명인들이 진정한 장인정신으로 만든 수제품이라면 명품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유명 브랜드 제품이라고 해서 명품이라고 칭하는 건 고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언론이 용어 하나로 수입품에 월계관을 씌워주는 바람에 품질에서 별 차이가 없는 국산제품은 경쟁도 해보기도 전에 자꾸 시장에서 밀려나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패션 이벤트 기획 전문가인 이 회장은 90년대 초부터 한국 패션의 토대를 강화하고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사업과 이벤트들을 만들어 왔다. SFAA(서울패션아티스트협회), NWS(뉴웨이브인서울), 아이펀(IFUN-inter fashion university network)전국대학의류학과모임), G&G(그린 앤 글로벌), SIFAC(서울국제패션콜렉션) 등 유명한 국내 패션쇼 행사들을 기획하고, 총 연출자로 행사를 이끌었다.
그는 “이 행사들이 계속 탄탄하게 이어져 왔다면 한국의 패션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돼 외국의 이른바 ‘명품’들에게 유린당하는 상황은 크게 저지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한국 패션모델의 원조인 그는 지금도 한국 모델계의 대부이다. 오랫동안 톱 모델로 무대를 누벼왔다.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제일모직 ‘위크엔드’ 전속모델만 10여 년간 계속했다.
1979년 모델라인 전신인 88패션스튜디오를 차려 모델양성 및 패션쇼 기획자로 변신했다. 1983년 모델아카데미를 개설, 해마다 100여 명씩 지금까지 3000여 명이 모델라인에서 모델수업을 받았다. 차승원 이소라 권상우 이종희 진희경 홍진경 변정수 주정은 조정욱 임상효 오미란 민윤경 탁재훈 이정진 최여진 유지태 등이 모델라인에서 배출한 스타군단의 일부이다.
중국에 모델이라는 직업이 미미할 당시인 1996년 다롄에 지사를 설치해 중국모델 양성의 선구자 역할을 한 사람도 이 회장이다. M&A 전문가와 모델라인을 코스닥에 등록하고 합병하는 과정에서 일이 잘못돼 5년여 동안이나 법정싸움을 벌이는 등 심신의 고초를 겪었지만, 끝내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모델라인’ 이름을 되찾았다. 지난해 9월 현재의 사옥에서 모델라인 사진전을 열면서 패션계에 컴백했다.
“모델라인 설립자로서 33년간의 콘텐츠를 정리해 내가 없더라도 후진들이 모델라인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계속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최근 모델아카데미를 재개하고 국제교류를 확대한 이 회장은 “모델이 거쳐 가는 직업이 아니라 메인 직업(Main Job)이 돼야 한다. 모델 출신 영화배우, 모델 출신 탤런트가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하는 모델’이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며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모델의 위상을 확보하고, 자부심을 갖는 모델을 키워내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56호(12월19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베스트드레서 상은 한국 모델계의 신화를 써온 모델라인(The Model Line) 설립자 이재연 회장이 제정해 줄곧 이끌어 왔다. 그를 만나 이 상을 만든 배경과 근황을 들어봤다.
서울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35동 앞 프린세스호텔 골목으로 100여m쯤 들어가면 이 회장이 둥지를 틀고 있는 단아한 모습의 2층 건물 ‘더 라인’이 나온다. 1층은 카페 겸 갤러리, 2층은 모델라인 ㈜이재연 사무실이다. 청바지에 빨간 모직 목도리를 두른 옷차림과 늘씬한 체격은 나이를 초월한 패션모델 1세대의 커리어와 원숙함이 물씬 풍긴다.
이 회장은 “1980년대 초반 당국의 집중적인 세무조사로 디자이너들이 패션쇼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자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 패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패션의 의미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고 ‘베스트드레서’ 시상식을 발상했다”고 계기를 밝혔다.
그는 “패션이 비싼 옷을 입고 과시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직업과 위상에 어울리면서도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세무당국자와 일반인들에게) 알려주고, 패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며 “베스트드레서 상은 패션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직업과 연관성을 가지면서 자신과 어울리는 옷차림을 보여준 사회 저명인사들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태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상 후보자에 대해선 각 분야 별로 수년에 걸쳐 꾸준히 관찰하고 지켜본다고 한다. 어느 한 해에 옷을 잘 입었다고 해서 베스트드레서가 되는 ‘요행’은 없다는 얘기다.
그간 금난새 조용필 동방신기 보아 변정수 임하룡 나경원 한선교 김동규 조광래 박찬호 유지태 샤이니 원더걸스 등 이름만 떠올려도 평소 패션감각이 돋보였던 유명인들과 내로라하는 스타들은 빠지지 않고 ‘베스트드레서’ 칭호를 부여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고건 전 서울시장도 수상했다.
베스트드레서 시상식은 국가대표 미인을 뽑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처럼 누가 하든 꼭 있어야 할 필수 국가 패션행사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장은 베스트드레서 시상식을 제정한 것뿐 아니라 패션계에서 수십 년간 남보다 한발 앞서 가며 눈부신 활약을 펼쳐왔다. 우리나라 패션 초창기인 1971년 모델에 입문했으니 올해로 꼭 40년이다. 그래서 그를 한국 패션계의 ‘살아있는 사전’이라고 부른다.
나이 50만 넘어도 퇴물취급 받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지만, 패션쇼 현장에서 그는 아직 독보적인 존재다. 패션 이벤트에 관한 기획력 연출력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등 그만이 갖고 있는 실력과 노하우는 누구도 모방하지 못한다. 노익장(老益壯)이라는 말도 그의 역량과 열정을 표현하기엔 부족할 것 같다. 일에 대한 열정, 젊은이들보다 오히려 더 앞서가는 신선한 기획과 사업 아이디어에 다들 감탄한다.
“패션은 창조 산업이죠. 의상에만 국한된 게 아닙니다. 생활 자체가 패션입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식탁 의자 커피잔 식기 가전제품 가구 인테리어 건축 생활의 모든 게 패션입니다. 한국이 지향해야 할 원초적인 분야입니다. 생각의 눈을 가진, 패션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한국의 패션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그는 “한류와 K-POP이 외국에 한국을 알리고 대중문화 상품을 팔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거기에 뭘 담느냐에 한류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아모레와 조지아르마니의 브랜드 가치 차이는 패션에 있어요. 한류가 아무리 대단해도 거기에 실어 보낼 패션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그게 약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매스컴, 한국의 언론에 비판을 가했다.
“유럽과 미국 일본의 패션에 한국이 점령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언론이 돈 버는 것도 좋지만,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한국 언론이 하나같이 외국의 유명 브랜드 제품을 ‘명품’이라고 칭하는데 이건 정말 잘못된 행태입니다.”
외국 수입상품을 언론에서 줄기차게 ‘명품’으로 불러주는 바람에 요즘은 초등학생도 ‘수입 상품은 명품인가보다’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우리의 미래를 망치는 결과를 빚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르마니든 샤넬이든 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제품이다. 그런데도 우리 방송과 신문에서 기자 연예인 아나운서들이 모두 이 수입 상품들을 ‘명품’이라고 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장인과 명인들이 진정한 장인정신으로 만든 수제품이라면 명품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유명 브랜드 제품이라고 해서 명품이라고 칭하는 건 고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언론이 용어 하나로 수입품에 월계관을 씌워주는 바람에 품질에서 별 차이가 없는 국산제품은 경쟁도 해보기도 전에 자꾸 시장에서 밀려나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패션 이벤트 기획 전문가인 이 회장은 90년대 초부터 한국 패션의 토대를 강화하고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사업과 이벤트들을 만들어 왔다. SFAA(서울패션아티스트협회), NWS(뉴웨이브인서울), 아이펀(IFUN-inter fashion university network)전국대학의류학과모임), G&G(그린 앤 글로벌), SIFAC(서울국제패션콜렉션) 등 유명한 국내 패션쇼 행사들을 기획하고, 총 연출자로 행사를 이끌었다.
그는 “이 행사들이 계속 탄탄하게 이어져 왔다면 한국의 패션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돼 외국의 이른바 ‘명품’들에게 유린당하는 상황은 크게 저지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한국 패션모델의 원조인 그는 지금도 한국 모델계의 대부이다. 오랫동안 톱 모델로 무대를 누벼왔다.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제일모직 ‘위크엔드’ 전속모델만 10여 년간 계속했다.
1979년 모델라인 전신인 88패션스튜디오를 차려 모델양성 및 패션쇼 기획자로 변신했다. 1983년 모델아카데미를 개설, 해마다 100여 명씩 지금까지 3000여 명이 모델라인에서 모델수업을 받았다. 차승원 이소라 권상우 이종희 진희경 홍진경 변정수 주정은 조정욱 임상효 오미란 민윤경 탁재훈 이정진 최여진 유지태 등이 모델라인에서 배출한 스타군단의 일부이다.
중국에 모델이라는 직업이 미미할 당시인 1996년 다롄에 지사를 설치해 중국모델 양성의 선구자 역할을 한 사람도 이 회장이다. M&A 전문가와 모델라인을 코스닥에 등록하고 합병하는 과정에서 일이 잘못돼 5년여 동안이나 법정싸움을 벌이는 등 심신의 고초를 겪었지만, 끝내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모델라인’ 이름을 되찾았다. 지난해 9월 현재의 사옥에서 모델라인 사진전을 열면서 패션계에 컴백했다.
“모델라인 설립자로서 33년간의 콘텐츠를 정리해 내가 없더라도 후진들이 모델라인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계속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최근 모델아카데미를 재개하고 국제교류를 확대한 이 회장은 “모델이 거쳐 가는 직업이 아니라 메인 직업(Main Job)이 돼야 한다. 모델 출신 영화배우, 모델 출신 탤런트가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하는 모델’이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며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모델의 위상을 확보하고, 자부심을 갖는 모델을 키워내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56호(12월19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